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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앞 24시 해장국집3화

게이트 앞 24시 해장국집

게이트 앞 24시 해장국집

3화. 블루 소드의 방문

검은 승합차가 식당 앞에 멈췄을 때 미아는 국밥 그릇을 나르던 손을 잠깐 멈췄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모자를 푹 눌러썼다. 그래도 고개를 드는 순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블루 소드 길드장 차우성. 게이트 뉴스에서 늘 단단한 갑옷을 걸친 모습으로 보던 남자의 안색은 지나치게 창백했다.

그의 뒤를 따르던 서준혁이 낮게 말했다.

“길드장님, 지금이라도 병원으로 돌립시다. 게시판 글 하나 믿고 이럴 필요는 없습니다.”

“병원은 지난달에도 갔어.”

차우성은 문을 향해 한 걸음 옮겼다. 발끝이 바닥을 더듬듯 흔들렸다.

“이번엔 내가 확인한다.”

문이 열리자 홀 안의 소음이 가늘어졌다. 창가에서 밥을 먹던 헌터 하나가 숟가락을 든 채 눈을 크게 떴다. 소문이 빠르다지만 블루 소드 길드장이 직접 나타날 줄은 아무도 몰랐던 모양이었다.

미아가 급히 다가갔다.

“세 분이시네요. 지금은 자리가 없어서 대기표를 드려야 해요.”

서준혁의 눈썹이 꿈틀했다.

“블루 소드에서 왔습니다.”

“알아요. 그래도 먼저 오신 분들이 계시잖아요.”

미아는 미소를 잃지 않았지만 물러서지 않았다. 손님들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지도 않았다. 대기 의자 하나를 가리키고는 물을 내왔다.

“앉아서 기다리세요. 많이 힘들어 보이세요.”

태현은 주방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가 국자를 내려놓았다. 차우성의 몸 주변에는 마나가 거의 보이지 않았다. 텅 빈 것이 아니라 바싹 마른 개울처럼 군데군데 흐름이 끊겨 있었다.

마나를 억지로 끌어올린 흔적도 보였다. 회복제를 들이붓고 던전을 버티는 헌터들에게서 가끔 보던 색이었다. 다만 차우성에게 남은 흐름은 너무 가늘었다.

“두 자리 금방 납니다.”

태현이 말했다.

“쓰러질 것 같으면 바로 말씀하시고요.”

차우성은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 동작에도 목덜미에 식은땀이 맺혔다. 서준혁은 불만스러운 얼굴이었지만 길드장의 옆을 지켰고 윤서린은 손목에 찬 측정기를 몇 번이나 확인했다.

잠시 뒤 창가 자리가 비었다. 미아가 테이블을 닦고 세 사람을 안내했다.

서준혁은 앉자마자 태현을 불러 세웠다.

“사장님. 저희가 들은 얘기가 사실이면 길드장님의 상태에 도움이 될 겁니다. 효과를 보장할 수 있습니까?”

태현은 고개를 저었다.

“보장 못 합니다. 저희 집 음식은 음식이에요. 드시고 판단하세요.”

“그럼 왜 이런 소문이 난 겁니까?”

“먹고 나아졌다는 사람이 글을 쓴 거겠죠.”

서준혁이 입술을 다물었다. 그의 시선이 뚝배기를 비우고 있던 다른 손님들에게 향했다. 아무리 봐도 평범한 해장국집이었다. 간판도 낡았고 테이블도 넓지 않았다.

차우성이 손을 들었다.

“그만해. 한 그릇이면 된다.”

태현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뚝배기에 오래 끓인 사골 국물을 담고 건져 둔 선지와 우거지, 잘 익은 고기를 올렸다. 마지막으로 들깻가루와 다진 마늘을 넣자 구수한 김이 피어올랐다.

국물을 데우는 동안 태현은 차우성을 한 번 더 봤다. 몸이 원하는 건 억지로 힘을 밀어 넣는 회복제가 아니었다. 속을 편하게 데우고 굳은 흐름을 천천히 풀어 줄 한 끼가 필요해 보였다.

“처음엔 국물부터 드세요. 너무 뜨거우면 천천히 드시고요.”

뚝배기가 테이블에 놓였다.

차우성은 숟가락을 잡았다. 손이 떨려 국물 표면에 작은 파문이 생겼다. 김 사이로 고소한 들깨 향과 진한 고기 향이 올라왔다.

그는 한동안 숟가락을 움직이지 못했다. 속이 비어 있다는 감각은 오래전에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배가 고프면 회복제를 마셨고 잠이 오면 마나를 억지로 돌렸다. 따뜻한 밥 한 끼를 기다린 적이 언제였는지도 기억나지 않았다.

첫 숟갈이 입안으로 들어갔다.

뜨거운 국물이 혀를 지나 목으로 넘어갔다. 짙은 사골 맛 뒤로 들깨의 고소함이 부드럽게 퍼졌다. 차우성의 눈꺼풀이 떨렸다.

두 번째 숟갈을 넘긴 뒤에야 그는 길게 숨을 내쉬었다.

“따뜻하군.”

그 한마디 뒤에 어깨가 크게 흔들렸다. 윤서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길드장님, 마나가 움직입니다. 멈추셔야 할지도 모릅니다.”

서준혁도 팔을 뻗었다. 그러나 차우성이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아니. 이건 아픈 쪽이 아니야.”

차우성의 손바닥 아래로 옅은 빛이 스쳤다. 홀 손님들이 숨을 삼켰다. 미아는 얼른 입구 쪽으로 가서 막 들어오려던 손님에게 손가락을 입술에 댔다.

“조금만 조용히 부탁드릴게요.”

태현은 뚝배기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

“급하면 물 드세요. 숨부터 고르시고요.”

차우성은 물컵을 잡지 않았다. 가슴 안쪽에서 막힌 마나가 밀려 나왔다. 억지로 터지는 힘이 아니었다. 굳은 흙 사이로 물길이 천천히 열리는 감각이었다.

그는 국물을 한 숟갈 더 마셨다. 속이 따뜻해질수록 오래 붙어 있던 피로가 떨어져 나갔다. 전투가 끝난 뒤에도 사라지지 않던 귀 울림이 멎고 눈앞을 가리던 희뿌연 막이 걷혔다.

“내 마나가… 돌아오는군.”

목소리는 낮았지만 테이블 위에 똑똑히 떨어졌다.

윤서린이 손목 측정기를 확인했다. 눈이 커졌다.

“회복률이 계속 올라갑니다. 폭주 징후는 없습니다.”

“정말인가?”

서준혁이 측정기를 빼앗듯 들여다봤다. 수치는 급격히 치솟지 않았다. 대신 바닥을 긁던 마나량이 안정된 곡선을 그리며 올라가고 있었다.

차우성은 대답 대신 고기 한 점을 집었다. 부드럽게 삶은 고기를 씹고 우거지를 삼켰다. 비어 있던 속이 채워질수록 마나 회로를 짓누르던 납덩이 같은 피로가 밀려났다.

그는 한 번도 숟가락을 내려놓지 않았다. 평소라면 반도 못 먹었을 양이었지만 뚝배기 바닥이 보일 때까지 속이 거북하지 않았다.

마지막 국물을 들이킨 차우성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까와 달리 허리가 곧았다. 창가 유리에 비친 자신의 얼굴에도 오랜만에 핏기가 돌아와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는 태현에게 허리를 숙였다.

“이 은혜를 갚겠습니다. 블루 소드에서 식당을 후원하겠습니다. 전용 좌석도 만들고 필요한 인력도 붙이죠.”

홀의 시선이 다시 태현에게 모였다. 블루 소드의 후원이라면 낡은 가게 하나쯤은 순식간에 바뀔 만한 제안이었다.

태현은 잠깐 생각한 뒤 고개를 저었다.

“후원은 나중에요. 전용 좌석도 없습니다.”

서준혁의 표정이 굳었다.

“길드장님이 직접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먼저 온 손님을 밀어낼 수는 없죠. 여기서는 다들 한 그릇 먹으러 온 손님입니다.”

태현은 주방 쪽을 돌아봤다. 빈 뚝배기를 들고 기다리는 손님도 있었고 다음 주문을 재촉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 있는 사람도 있었다.

“자리도 넓지 않고 제가 만들 수 있는 그릇 수도 정해져 있어요. 그건 바꾸기 어렵습니다.”

잠시 정적이 흘렀다. 차우성은 오히려 작게 웃었다.

“그게 맞겠군요. 오늘도 대기표를 받아야 했으니까.”

그는 서준혁을 향해 고개를 저었다.

“지원 얘기는 접어 둬. 손님으로 다시 오면 된다.”

미아가 계산대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해장국 한 그릇 구천 원입니다.”

차우성은 직접 카드를 내밀었다. 결제를 마친 그는 식당 밖으로 나가기 전 입구의 작은 간판을 한 번 더 봤다.

“다음엔 길드원들과 오겠습니다. 물론 대기표부터 받고요.”

그가 떠난 지 십 분 뒤 미아의 휴대폰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블루 소드 게시판에 차우성의 짧은 글이 올라왔다는 알림이었다.

[성동 게이트 맞은편 해장국집에서 식사했습니다. 과장할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내일도 다시 갈 겁니다.]

댓글은 순식간에 쌓였다. 문의 전화도 함께 울렸다.

미아가 휴대폰과 가게 전화를 번갈아 보며 태현에게 말했다.

“사장님. 단체로 오겠다는 길드가 벌써 다섯 곳이에요. 전부 몇 명까지 받을 수 있냐고 묻는데요.”

태현은 비어 있는 뚝배기를 바라봤다. 한꺼번에 늘어난 손님보다도 그들이 기존 손님들의 자리를 밀어낼까 봐 먼저 걱정됐다.

“일단 예약은 받지 마세요. 오늘 온 분들부터 제대로 먹고 가게 해야죠.”

“네. 그럼 대기표를 더 만들까요?”

태현은 창밖을 봤다.

문밖에는 낯선 길드 명함을 든 사람들이 하나둘 서기 시작했다. 가게 안의 빈 의자는 두 개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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