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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이트 속 낚시꾼이 신화급을 낚음2화

게이트 속 낚시꾼이 신화급을 낚음

게이트 속 낚시꾼이 신화급을 낚음

2화: 물에 빠진 놈에게 낚싯대

숨이 모자랐다.

강태공의 폐가 안쪽부터 구겨졌다. 검은 물이 코와 입을 틀어막았고 발목에 감긴 보급 상자 끈은 몸을 더 깊은 곳으로 잡아당겼다.

눈앞에는 상황과 전혀 맞지 않는 문구가 떠 있었다.

[첫 캐스팅 준비]

태공은 물속에서 헛웃음을 삼켰다.

사람이 먼저 살아야 던지든 말든 하지.

품 안의 낡은 민물대는 뜨거웠다. 손잡이에 새겨지던 푸른 글자가 마디를 따라 번졌고 텅 비어 있던 초릿대 끝에서 투명한 줄이 풀려 나왔다.

[동기화 진행 중]

[기본 장비의 일부 기능이 임시 구현됩니다]

줄 끝에는 작은 바늘 하나가 매달려 있었다.

태공은 바늘을 낚아챘다. 손끝 감각이 벌써 무뎌지고 있었다. 그래도 낚싯바늘을 다루는 손은 머리보다 먼저 움직였다.

그는 바늘을 발목 쪽으로 내렸다.

한 번.

상자 끈이 밀려났다.

두 번.

바늘 끝이 축 늘어진 끈 안쪽을 파고들었다.

태공은 낚싯대를 세게 당겼다.

툭.

젖은 끈이 발목에서 빠졌다. 보급 상자가 거품을 토하며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몸이 아주 조금 떠올랐다.

하지만 수면은 멀었다.

태공은 고개를 들어 위를 봤다. 푸른 결정들이 까마득한 천장과 수중 절벽에 박혀 있었다. 그중 하나가 낚싯바늘을 걸 만한 틈을 드러냈다.

낚시 인생 스무 해.

물고기 아닌 것을 향해 던져 본 적은 많았다. 나뭇가지에 찌를 걸었고 맞은편 수풀에 바늘을 박았다. 옆 사람 파라솔을 낚은 적도 있었다.

이번에는 자기 목숨이었다.

태공은 물의 저항 속에서 손목을 접었다.

좁은 틈을 노리고 짧게 뿌린다.

초릿대가 휘었다.

투명한 줄이 어둠을 가르며 솟구쳤다. 바늘은 푸른 결정 옆을 스치고 돌 틈 깊숙이 박혔다.

[구조 투척 감지]

[목표 고정]

줄이 팽팽해졌다.

태공은 낚싯대를 두 손으로 붙들었다. 릴도 없는 민물대의 첫 마디를 억지로 접었다. 마디가 줄어든 길이만큼 그의 몸이 위로 끌려갔다.

한 번 당기고 손잡이를 가슴에 붙였다.

다시 손을 뻗어 다음 마디를 접었다.

일 미터.

이 미터.

저절로 구해 주는 힘은 아니었다. 손바닥이 미끄러질 때마다 몸은 다시 가라앉았다. 태공은 낚싯대를 겨드랑이에 끼우고 무릎까지 끌어안으며 버텼다.

폐가 터질 것 같았다.

태공의 발밑에서 기다란 그림자가 움직였다.

조금 전 그를 맴돌던 거대한 그림자보다 작았다. 그래도 사람의 두 배는 되어 보였다. 톱날 같은 지느러미가 푸른 결정 빛을 잘게 갈랐다.

그림자가 빠르게 솟구쳤다.

태공은 다리를 접었다.

턱.

무언가가 장화 밑창을 스쳤다. 물살이 몸을 후려쳤지만 낚싯줄은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푸른빛이 줄을 따라 더 짙어졌다.

[고정 대상과 연결이 유지됩니다]

[현재 인장 한계: 측정 불가]

말이 안 됐다.

태공이 쓰던 낚싯줄은 월척은커녕 수초에 잘못 감겨도 끊어질 만큼 낡아 있었다. 지금은 사람 하나를 매달고도 현악기 줄처럼 곧았다.

그림자가 다시 몸을 틀었다.

태공은 낚싯대를 가슴으로 끌어당겼다. 마지막 마디가 접히며 몸이 급격히 솟구쳤다.

푸른 빛이 가까워졌다.

검은 수면이 머리 위에서 흔들렸다.

태공은 그 막을 정수리로 뚫었다.

"크헉!"

차가운 공기가 목구멍을 찢고 들어왔다.

태공은 기침할 틈도 없이 낚싯대를 당겼다. 푸른 결정 아래로 손바닥 두 개 너비의 암반 턱이 보였다. 그는 발을 걸고 배를 밀어 올렸다.

상반신이 돌 위에 올라간 순간 온몸의 힘이 풀렸다.

태공은 한참 동안 물을 토했다.

숨이 돌아오자 통증도 함께 돌아왔다. 갈비뼈와 어깨가 욱신거렸다. 젖은 낚시조끼는 납덩이 같았고 왼쪽 장화 밑창은 반쯤 뜯겨 있었다.

그래도 살아 있었다.

그는 돌바닥에 뺨을 붙인 채 손을 폈다.

낚싯대는 아직 쥐고 있었다.

"진짜 부적 맞았네."

쉰 목소리가 공동에 흩어졌다.

그때 머리 위에서 희미한 외침이 들렸다.

"강태공 씨!"

라희의 목소리였다.

태공은 고개를 들었다. 그가 떨어진 구멍은 까마득히 높았다. 기울어진 철골과 콘크리트가 틈을 막고 있었고 그 사이로 손전등 불빛이 흔들렸다.

"여기…… 있습니다!"

목소리가 갈라져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래에 있으면 대답해요!"

"살아…… 콜록!"

기침 소리만 크게 울렸다.

위쪽에서 박도윤의 목소리가 섞였다.

"그만해. 또 무너지면 우리까지 갇혀."

"방금 소리 들었잖아요."

"돌 떨어지는 소리겠지. 수심도 모르는데 살아 있겠어?"

"확인도 안 하고 가자고요?"

짧은 실랑이 뒤에 밧줄 하나가 틈 사이로 내려왔다. 끝에 달린 붉은 마력등이 어둠을 훑었다.

태공은 이를 악물고 일어났다.

밧줄은 암반에서 불과 두 걸음 떨어진 곳까지 왔다. 문제는 그 두 걸음 사이에 검은 물이 있다는 것이었다.

아래에서는 톱날 지느러미가 천천히 원을 그리고 있었다.

태공은 낚싯대를 지팡이처럼 짚고 몸을 일으켰다.

우두둑.

천장에서 돌가루가 떨어졌다.

"밧줄 닿아요?"

라희가 외쳤다.

태공이 손을 뻗으려던 순간 푸른 결정 하나가 천장에서 빠졌다.

결정은 밧줄 중간을 때렸다. 마력등이 크게 흔들렸고 바닥 전체가 울렸다.

"당겨!"

박도윤의 고함과 동시에 밧줄이 위로 끌려갔다.

두 번째 붕괴가 시작됐다.

태공은 암반에 몸을 붙였다. 철골이 꺾이고 콘크리트 덩어리가 쏟아졌다. 구멍 사이로 보이던 손전등 불빛이 먼지에 삼켜졌다.

"강태공 씨! 기다려요! 협회에 구조 요청할게요!"

라희의 목소리가 무너지는 돌 너머로 끊겼다.

태공은 주먹으로 암벽을 세 번 두드렸다.

쿵. 쿵. 쿵.

살아 있다는 신호였다.

위쪽에서도 무언가 두 번 울렸다. 라희가 들은 것인지 낙석이 부딪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마지막 틈이 막혔다.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태공은 한동안 암벽만 바라봤다. 구조대를 부르겠다는 말이 머릿속에 남았다. 믿고 싶었지만 게이트 안에서는 통신도 위치 추적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라희가 밖에 도착한다 해도 무너진 길을 다시 뚫는 데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었다.

기다리는 것도 살아 있는 사람에게나 가능한 일이었다.

태공은 차가운 뺨을 두 번 때렸다.

"버티자. 나갈 길은 그다음에 찾고."

목이 아파 혼잣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입 밖으로 내자 해야 할 일이 단순해졌다.

물에서 떨어진다. 체온을 지킨다. 덤비는 놈을 피한다.

구조가 올 때까지 죽지 않는다.

손전등도 포션도 전부 보급 상자와 함께 가라앉았다. 남은 것은 젖은 몸과 낚싯대뿐이었다.

푸른 문자가 다시 시야를 밝혔다.

[생존 가능한 투척 지점 확인]

[게이트 코어 수역 반경 10m 이내]

[동기화를 재개합니다]

27%.

43%.

숫자가 올라갈 때마다 호수의 물결이 달라졌다.

낙석이 떨어져도 암반 주변의 수면만은 흔들리지 않았다. 원을 그린 듯 반듯한 구역 안에서 파문이 사라졌다. 푸른 결정 가루도 경계 밖으로 밀려났다.

[낚시 구역 고정 중]

[고정 대상: 수역 및 투척 지점]

[사용자는 보호 대상에 포함되지 않습니다]

태공은 마지막 문구를 유심히 봤다.

발판이 안 무너지는 건 고마웠다. 그렇다고 여기 앉아 있으면 살려 주겠다는 뜻은 아니었다.

낚시는 원래 그랬다.

좋은 자리를 골라 줘도 낚는 건 사람 몫이었다.

태공은 낚싯대를 내려다봤다.

낡은 코르크 손잡이가 검푸른 비늘 같은 재질로 바뀌고 있었다. 휘어진 마디는 곧게 펴졌고 초릿대 끝에는 별빛 같은 점이 맺혔다.

81%.

93%.

바로 그때 암반 옆에서 물이 갈라졌다.

검은 도롱뇽을 닮은 마수가 앞발을 걸쳤다. 송곳니 사이로 푸른 침이 흘렀다. 태공은 지팡이로 쓸 만한 돌조차 없는지 주위를 훑었다.

없었다.

마수가 암반 위로 뛰어올랐다.

[경고]

[훅킹 이전의 사용자는 보호되지 않습니다]

"그건 알겠는데 경고가 늦잖아."

태공은 양손으로 낚싯대를 잡고 휘둘렀다.

퍽!

손잡이가 마수의 콧등을 때렸다. 낚싯대는 부러지지 않았지만 충격은 태공의 손목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수가 비틀거리다 다시 달려들었다.

피할 곳은 물뿐이었다.

태공은 낚싯대를 창처럼 세웠다. 마수가 입을 벌리는 순간 초릿대를 그 입천장에 밀어 넣었다.

놈이 턱을 닫았다.

까드득!

이빨이 낚싯대를 씹었지만 흠집 하나 나지 않았다.

태공은 그대로 몸을 틀었다. 마수의 돌진하는 힘이 옆으로 흘렀다. 놈은 암반 끝을 지나 검은 물속으로 처박혔다.

풍덩!

수면 아래에서 노란 눈이 번뜩였다.

100%.

푸른 빛의 원이 태공과 암반을 감싸고 퍼져 나갔다.

[동기화 완료]

[특수 권능 ‘신화의 낚시터’가 각성합니다]

[기본 장비가 귀속됩니다]

[신화의 낚싯대(EX)]

- 파괴 불가
- 수역이 존재하는 한 투척 가능
- 훅킹에 성공한 대상과의 연결에 절대 인장력 적용

태공은 마지막 줄을 두 번 읽었다.

"절대?"

낚시 장비 광고에서 절대라는 말은 대개 믿고 거르는 문구였다. 절대 안 끊어진다는 줄은 밑걸림 한 번에 터졌고 절대 안 부러진다는 대는 손잡이부터 돌아갔다.

하지만 이 낚싯대는 사람 하나를 물속에서 끌어올렸고 마수의 이빨에도 멀쩡했다.

손잡이를 쥐자 무게 중심이 손바닥 한가운데로 모였다. 태공은 손목을 가볍게 돌려 초릿대의 반응을 살폈다.

좋은 대였다.

아니, 터무니없이 좋은 대였다.

태공의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첫 투척을 완료하십시오]

[보상: 신화의 낚시터 정식 개방]

태공은 빈 바늘을 들여다봤다.

"미끼는?"

시스템은 대답하지 않았다.

"낚싯대까지 줬으면 떡밥도 줘야지."

침묵만 돌아왔다.

태공은 젖은 낚시조끼 주머니를 뒤졌다. 찢어진 장갑, 열쇠, 물에 잠긴 휴대 전화가 나왔다.

마지막 안주머니에서 비닐이 바스락거렸다.

게이트에 들어오기 전 사 둔 소시지였다.

태공이 봉지를 꺼낸 순간 고요한 수면 아래로 거대한 빛이 지나갔다.

검푸른 어둠 속에서 사람 몸통만 한 비늘 하나가 금빛으로 번뜩였다.

그 뒤를 훨씬 더 거대한 그림자가 따랐다.

태공은 소시지와 빈 바늘을 번갈아 봤다.

호수 아래의 무언가도 천천히 방향을 틀었다.

먹이를 발견한 물고기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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