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게이트 속 낚시꾼이 신화급을 낚음1화

게이트 속 낚시꾼이 신화급을 낚음

게이트 속 낚시꾼이 신화급을 낚음

시놉시스

5년째 짐꾼 헌터로 살아가던 낚시광 강태공은 E급 게이트 레이드에서 의문의 지하 호수에 추락한다. 모두가 마수와 코어만 보는 던전 속에서 태공의 눈에만 그 호수는 완벽한 낚시터로 보이기 시작한다.

1화: 지하 호수에 빠진 짐꾼

강태공은 게이트 입구 앞에서 마력 포션 상자를 고쳐 멨다.

등급은 F급. 계약서는 E급 임시 짐꾼. 보수는 위험수당을 포함해도 주말 낚시터 이용권 다섯 장 값이 채 되지 않았다.

그래도 그는 왔다.

평일에는 던전에서 짐을 나르고 주말에는 물가에 앉는다. 그 간단한 순환이 태공의 삶을 버티게 하는 전부였다.

헌터 등록증을 처음 받던 날 그는 적어도 D급은 될 줄 알았다. 남들처럼 불꽃을 뿜거나 검기를 날리는 꿈까지 꾼 건 아니었다. 그래도 게이트 안에서 제 몫은 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결과는 F급.

협회 직원은 미안한 얼굴로 보조 업무를 권했다. 태공은 그 자리에서 낚시 카페 중고 장터를 열어 봤다. 전투로 먹고살 수 없다면 최소한 주말마다 손맛이라도 보자는 계산이었다.

그 뒤로 5년이 지났다.

그는 마수의 급소보다 포션 병을 던지기 좋은 각도를 더 잘 알았고 레이드 보상표보다 수도권 유료 낚시터 방류 시간을 더 정확히 외웠다.

"야, F급. 그 가방은 뭐냐?"

파티장 박도윤이 턱으로 태공의 등 뒤를 가리켰다. 마력 포션 상자와 응급 키트 사이에 낡은 낚싯대 가방이 끼어 있었다.

태공은 손바닥으로 가방을 툭툭 두드렸다.

"부적 같은 겁니다."

"게이트에 낚싯대 들고 오는 놈은 처음 보네."

"물 있으면 던져야죠."

민혁이라는 딜러가 웃음을 터뜨렸다.

"여기가 낚시터냐?"

태공은 게이트 너머로 일렁이는 회색 안개를 바라봤다.

"안에 뭐가 있는지는 들어가 봐야 알죠."

박도윤은 대꾸할 가치도 없다는 듯 손을 저었다.

"뒤에서 떨어지지 마. 마수 나오면 앞으로 끼어들 생각 말고 포션이나 던져. 네가 할 일은 그게 다야."

"네. 조용히 따라가겠습니다."

말은 순했지만 태공의 손은 낚싯대 가방 끈을 다시 확인하고 있었다.

게이트 내부는 폐공장처럼 생겼다.

녹슨 철골이 천장 대신 뒤엉켜 있었고 바닥에는 검은 흙과 깨진 콘크리트가 섞여 있었다. E급 게이트답게 마력 농도는 낮았다. 대신 지독하게 습했다.

태공은 첫걸음을 내딛자마자 코끝을 찡그렸다.

물 냄새였다.

그냥 고인 물 냄새가 아니었다. 오래된 저수지 바닥을 뒤집었을 때 올라오는 차갑고 묵직한 냄새. 낚시꾼이라면 모를 수 없는 냄새였다.

태공은 잠깐 목 뒤가 서늘해졌다.

게이트 안에서 물은 좋은 징조가 아니었다. 마력이 고인 웅덩이는 독이 되기 쉽고 얕은 수로에는 손목을 물어뜯는 마수가 숨어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데도 그는 자꾸 발끝에 힘이 들어갔다.

위험하다는 판단보다 먼저 드는 생각이 있었다.

여기 붕어 있으면 크겠다.

"왼쪽 통로. 빠르게 정리하고 코어만 뽑는다."

박도윤의 지시에 파티원 셋이 앞서 나갔다. 태공은 뒤에서 상자 무게를 조절하며 걸었다.

낡은 배관 아래를 지날 때마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졌다.

톡.

톡.

톡.

그 소리가 이상하게 규칙적이었다. 태공은 자신도 모르게 걸음을 늦췄다.

찌가 물속에서 세 번 흔들릴 때와 닮아 있었다.

"F급! 뭐 해!"

"갑니다."

태공은 다시 움직였다. 그러나 귓속에는 물방울 소리가 계속 남았다.

첫 마수는 폐기계 더미 사이에서 튀어나왔다.

검은 비늘이 돋은 쥐 떼였다. E급 게이트에서 흔히 나오는 마수였지만 수가 많았다. 라희가 방패를 세웠고 민혁의 단검이 회색 궤적을 그렸다.

"포션!"

태공은 허리춤에서 회복 포션을 꺼내 던졌다. 병은 라희의 손바닥에 정확히 꽂혔다.

"오."

라희가 짧게 감탄했다.

"던지는 건 좀 하네?"

"원투 캐스팅을 오래 했습니다."

"뭐?"

"아닙니다."

전투는 금방 끝났다. 박도윤은 마수의 시체를 발로 밀어내고 벽에 박힌 파란 결정 조각을 살폈다.

"마력 흐름이 아래로 간다. 코어가 지하에 있을 수도 있어."

"협회 지도에는 아래층 표시 없는데요."

라희가 말했다.

박도윤은 웃었다.

"그러니까 돈이 되지. 미등록 코어면 보너스가 두 배야."

태공은 바닥을 내려다봤다.

깨진 콘크리트 틈 사이로 가느다란 물길이 흐르고 있었다. 물은 아래로 흐르지 않았다. 마치 무언가가 숨을 들이쉬듯 틈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잠깐만요."

태공이 말했다.

박도윤의 시선이 날카로워졌다.

"또 뭐."

"아래쪽 물 흐름이 이상합니다. 코어가 아니라 빈 공간일 수도 있어요."

"네가 그걸 어떻게 알아?"

"낚시터에서 물 빠지는 소리랑 비슷합니다."

잠깐 정적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민혁이 배를 잡고 웃었다.

"이 형 진짜다. 던전 공략을 낚시터 배수구로 하네."

박도윤의 표정은 더 차가워졌다.

"짐꾼이면 짐꾼답게 입 다물어. E급 게이트에서 우리가 모를 위험이 나오겠냐?"

태공은 입을 다물었다.

그래도 낚싯대 가방 끈을 한 번 더 움켜쥐었다.

그들은 협회 지도에 없는 아래 통로로 내려갔다.

통로는 좁고 축축했다. 벽면에는 푸른 곰팡이 같은 마력 결정이 번져 있었다. 박도윤은 그 결정을 긁어 보며 입꼬리를 올렸다.

"봐라. 돈 냄새 맞다."

태공의 귀에는 다른 소리가 들렸다.

멀리서 물이 출렁였다.

철썩.

한 번.

철썩.

다시 한 번.

그 간격이 너무 컸다. 작은 웅덩이가 아니었다.

"여기서 멈추는 게 좋겠습니다."

태공이 말했다.

이번에는 라희도 태공을 봤다.

"왜요?"

"물소리가 큽니다. 아래가 비어 있어요. 발밑 울림도 달라졌고요."

박도윤은 검을 뽑아 벽면 결정을 찍었다.

쩍.

푸른 결정이 갈라지며 안쪽에서 더 짙은 빛이 새어 나왔다.

"코어 외피다."

그 말에 파티원들의 눈빛이 달라졌다.

태공은 반사적으로 한 걸음 물러섰다.

바닥이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

"건드리지 마세요."

"야."

박도윤은 태공을 돌아보지도 않았다.

"너는 계약 끝나고 낚시나 가."

검이 다시 박혔다.

이번에는 소리가 달랐다.

쩌어어억.

벽이 아니라 바닥이 갈라지는 소리였다.

태공은 상자를 버렸다.

마력 포션 병들이 바닥에 쏟아졌다. 박도윤이 욕설을 뱉었지만 태공은 이미 낚싯대 가방을 가슴에 끌어안고 있었다.

"뒤로!"

라희가 방패를 세웠다. 그러나 갈라진 바닥은 방패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콘크리트가 통째로 꺼졌다.

민혁이 벽의 배관을 붙잡았다. 박도윤은 민혁의 팔을 잡고 라희는 방패 끝으로 균열 가장자리를 찍었다.

태공의 발밑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손!"

라희가 외쳤다.

태공은 손을 뻗었다.

손끝이 방패 가장자리를 스쳤다. 미끄러운 흙과 물기가 손바닥을 밀어냈다.

그 순간 낚싯대 가방이 어깨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태공은 방패 대신 가방 끈을 붙잡았다.

"미쳤어?"

누군가의 목소리가 위에서 터졌다.

태공은 대답하지 못했다.

몸이 아래로 떨어졌다.

추락은 길었다.

위에서 파티원들의 외침이 멀어졌다. 콘크리트 조각이 함께 쏟아졌다. 태공은 낚싯대 가방을 품에 끌어안고 몸을 웅크렸다.

차라리 바닥이면 끝이다.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등 뒤가 차가운 물에 부딪혔다.

풍덩!

충격이 폐를 짓눌렀다.

검은 물이 입과 코로 밀려 들어왔다. 태공은 허우적거리며 위를 찾았다. 그러나 위아래가 구분되지 않았다. 마력 포션 상자의 끈이 발목에 감겼고 젖은 옷은 돌처럼 무거웠다.

태공은 가방을 놓지 않았다.

낚싯대만은.

그 생각 하나로 끈을 붙잡았다.

물속은 이상하게 고요했다.

분명 추락한 콘크리트가 쏟아졌는데 파문이 없었다. 대신 저 멀리서 희미한 빛이 흔들렸다. 태공은 눈을 떴다.

호수였다.

그것도 말이 되지 않을 만큼 거대한 지하 호수.

검은 수면 아래로 은빛 물길이 이어졌고 바닥에는 별처럼 푸른 결정들이 박혀 있었다. 폐공장형 E급 게이트의 지하에 있을 수 없는 풍경이었다.

태공은 숨이 막혀 죽어 가면서도 멍하니 생각했다.

자리가 좋다.

수심도 깊고 물색도 좋고 은신처도 많다. 바람만 없으면 찌 보기 딱 좋은 곳이었다.

그때 물속 어둠이 움직였다.

길고 거대한 그림자였다. 마수라고 하기엔 유려했고 물고기라고 하기엔 너무 컸다. 그림자는 태공 주변을 한 바퀴 돌더니 그의 품속 낚싯대 가방 앞에서 멈췄다.

태공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입질 전의 정적.

물고기가 미끼를 보고 숨을 멈추는 그 찰나의 압박감이 물속 전체를 채웠다.

태공의 시야 한가운데 푸른 글자가 떠올랐다.

[비정상 접속 감지]

[대상자: 강태공]

[전투 적성: F]

[마력 운용 적성: F]

[수계 감응률: 측정 불가]

태공은 물을 삼키며 눈을 깜빡였다.

글자는 사라지지 않았다.

[조건 충족]

[게이트 코어 수역과 대상자의 낚시 집착이 동기화됩니다]

[특수 권능 후보명: 신화의 낚시터]

품 안의 낚싯대 가방이 뜨거워졌다.

아니, 물속인데도 뜨겁게 느껴졌다. 지퍼가 저절로 열리고 안쪽에서 낡은 민물대가 빠져나왔다. 오래된 손때와 흠집이 가득한 평범한 낚싯대였다.

그러나 손잡이 끝에 푸른 문자가 새겨지기 시작했다.

태공은 거의 본능적으로 낚싯대를 움켜쥐었다.

물속의 거대한 그림자가 천천히 입을 벌렸다.

그것은 그를 잡아먹으려는 움직임이 아니었다.

미끼를 기다리는 움직임이었다.

태공은 죽음 직전의 폐로 웃음 같은 거품을 뱉었다.

"조용히 좀..."

말은 물속에 흩어졌다.

그래도 그는 끝까지 문장을 떠올렸다.

입질 오잖아.

[신화의 낚시터 접속을 시작합니다]

[첫 캐스팅 준비]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