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93화: 찢어진 깃발과 지하의 입구
흑혈천마록에서 얻은 극비 지도를 토대로, 무림맹 토벌대는 낙양의 무림맹 총본산으로 황급히 회군했다.
천마 교주가 지하 밀실에서 정파의 영맥을 끊기 위한 최종 주술 의식을 준비하고 있다는 충격적인 사실에, 맹주 혁련진은 총본산의 중심 전각인 '태극대성전(太極大聖殿)' 아래 숨겨진 지하 밀실 입구를 찾기 위해 장수들과 벽면 전체를 샅샅이 수색했다.
성전 한구석의 륜의 위에 누워 있던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과 함께 흘러내리는 콧물과 코피에 시달리고 있었다.
"아이고, 코가 흘러내린다…… 휴지 좀 다오……."
계속된 뇌맥의 마비 페널티로 인해 그의 얼굴은 말이 아니었다. 콧구멍에서 피와 콧물이 섞여 흘러내리자, 그는 륜의 뒤편 벽면에 장엄하게 걸려 있던 무림맹의 거대한 비단 깃발(벽면 장식 장막)의 자락을 잡아당겨 얼굴을 닦으려 했다.
그가 장막 깃발의 끝자락을 양손으로 움켜잡고 잡아당기던 바로 그 순간, 뇌맥이 세차게 흔들리며 1각(15분) 뒤의 미래가 번쩍였다.
대략 1각 뒤의 미래.
비밀 통로 입구를 수색하던 무당파의 설영 도장이 벽면의 구리 촛대를 강제로 비틀어 가동한다.
그 순간 촛대에 장착된 살상 진법 장치가 작동하며, 성전 천장 틈새로 살과 뼈를 순식간에 녹여버리는 마교 극약인 '만겁혈음액(萬劫血陰液)'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성전에 모여 있던 맹주와 장로 전원이 피를 토하며 녹아내리는 참혹한 종말이었다.
"으악! 벽 손잡이에 부식성 염산 분사 장치를 안배해 놨잖아! 저걸 만졌다간 뼈만 남겠네!"
남궁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독액 장치를 무력화하려면, 벽면에 걸린 거대 맹기 장막을 잡아당겨 찢은 뒤, 찢겨 나간 질긴 비단 천이 벽면의 구리 촛대 손잡이를 덮어씌움과 동시에 촛대 아래의 '비상 정지 철핀(안전 기어 핀)'을 강하게 감아 당기게 만들어 밸브가 열리지 못하게 사전 차단해야 했다.
'내 비단 깃발 장막을 륜의 회전축 바퀴에 감고 뒤로 살짝 굴려 비단을 찢는다. 찢겨 나간 비단 자락이 팽팽한 장력에 이끌려 벽면의 촛대와 그 아래 숨겨진 밸브 와이어를 콰직! 하고 정확히 감아당겨 정지시키게 만드는 거다!'
남궁성은 뇌맥의 편두통과 코피의 고통 속에서 벽면의 거대한 맹기 장막을 꽉 움켜쥐었다.
하지만 그 순간, 뇌리를 도끼로 찍는 듯한 강렬한 발작이 찾아와 몸에 쥐가 났고 중심을 잃고 륜의 뒤편으로 고꾸라졌다.
"끄학……!"
뒤로 자빠진 남궁성의 체중과 회전축 바퀴의 역회전 장력에 이끌려, 그가 쥐고 있던 튼튼한 무림맹의 비단 깃발 장막이 지지직! 소리를 내며 거대하게 찢어져 나갔다.
지직! 찌이이익!
찢겨 나간 거대한 비단 깃발 조각은 륜의 바퀴의 역회전 팽창 장력을 받아 벽면의 구리 촛대 손잡이 주위를 스르륵 덮어씌우듯 감아돌며 아래쪽 벽 틈새에 숨겨져 있던 무쇠 안전 정지 와이어를 정확하게 낚아채 아래로 덜컥! 하고 강하게 잡아당겼다.
툭! 드르륵!
그 찰나의 순간, 입구를 찾으려던 무당파 설영 도장이 벽면의 구리 촛대를 강제로 움켜쥐고 옆으로 비틀었다.
하지만 촛대와 연결된 기어 장치는 남궁성의 찢어진 비단 천에 의해 단단히 걸쇠가 잠겨 있었기에 오작동을 일으켰다.
천장의 독액 장치가 작동하는 대신, 장치의 압축 공기 밸브가 역방향으로 파괴되며 벽면 제단 뒤쪽의 흑철 대문 잠금쇠를 콰직! 소리를 내며 부러뜨려 문을 스르륵 열어젖혔다.
스르르륵. 탁.
성전 정중앙의 거대 제단 바닥이 양옆으로 갈라지며, 지하 깊은 곳으로 통하는 어둡고 웅장한 지하 석조 계곡 입구가 드러났다.
"문이 열렸다! 심지어 설영 도장이 만진 벽면의 독액 장치가 완벽하게 무력화되어 하수도로 안 안전하게 빠져나가는 소리가 들린다!"
남궁휘와 무사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열린 지하 입구를 향해 우르르 몰려 들어갔다.
비밀 통로 입구 개방이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완벽하게 성공한 것이다.
찢어진 거대한 비단 깃발 자락에 온몸이 칭칭 감긴 채, 콧물과 코피를 흘리며 바닥에 누워 신음하고 있는 남궁성을 본 맹주 혁련진은 눈물을 흘리며 포권을 취했다.
"남궁 소협……! 적들이 벽면 촛대에 안배한 독액 격발 와이어의 위치를 꿰뚫어 보시고, 자신의 무림맹 깃발 장막을 찢어 기어 핀을 감아당기신 것이오?! 이 어찌 맹기의 천으로 적의 만독을 막고 지문을 여시는 신선이 아니란 말이오!"
남궁휘 역시 무릎을 꿇으며 흐느꼈다.
"형님…… 깃발 아래 칭칭 감겨 쓰러지시는 저 숭고한 영웅의 자태, 이 남궁휘는 평생 가슴에 새길 것입니다!"
남궁성은 깃발 비단 틈새로 겨우 얼굴을 내밀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깃발은 또 왜 이리 단단하고 콧물이 묻어서 끈적거리노…… 나 진짜 코 닦으려고 깃발 자락 잡은 것뿐인데…… 바닥은 왜 열리고 날리야…… 살려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태극대성전의 수색전마저 깃발 찢기 하나로 적의 독액 장치를 격파하고 지하 밀실 입구를 열어내며,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도 눈물겨운 '현인군사(玄人軍師)'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