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9화: 미친개의 기묘한 답안지
"형님! 제 무학의 눈을 뜨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다음 날 아침, 남궁휘가 남궁성의 처소 마당으로 들이닥쳐 다짜고짜 바닥에 큰절을 올렸다. 남궁성은 먹던 전을 입에 문 채 황당한 표정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어…… 휘야? 너 왜 아침부터 절을 하고 그래? 머리 다쳤냐?"
남궁휘는 붉어진 얼굴로 주먹을 불끈 쥐며 대답했다.
"어제 대장로님을 통해 형님이 제출하신 답안지를 보았습니다. '검의 본질은 겉바속촉(外剛內柔)의 닭 튀김과 같다' 하신 구절을 밤새도록 곱씹어 보았습니다. 그리고…… 깨달았습니다!"
"어떻게?"
"저는 그동안 검을 휘두를 때 단전에 힘을 꽉 주고 겉과 속을 모두 단단하게 만들려 했습니다. 하지만 형님의 비유처럼, 겉은 강하게 휘두르되 내면의 혈맥은 기름처럼 유연하고 부드럽게 유지해야 진기가 끊기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운기조식을 시도했습니다. 그 결과……!"
웅성!
남궁휘의 손끝에서 은은한 푸른색 검기가 한 치(약 3cm) 이상 솟구쳐 올랐다. 그의 무학 경지가 한 단계 상승하여 화경(化境)의 문턱에 도달한 것이었다.
"밤새 막혀 있던 혈맥이 뻥 뚫리며 돌파를 이뤄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형님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남궁성은 이마를 짚었다. 뇌맥을 스치는 짜릿한 두통이 '인과율의 대성공'을 알리고 있었다.
'미치겠네 진짜…… 헛소리를 썼는데 왜 사촌 동생이 깨달음을 얻고 무공 돌파를 하냐고!'
이제 가문 내에서 남궁성의 입지는 거의 신선(神仙)이나 다름없어졌다. 이대로 가다가는 다음 주에 정말로 소가주 자리에 강제로 앉혀져 주 7일 근무를 해야 할 판이었다.
바로 그때, 첫 번째 시험의 공식 채점 결과와 함께 두 번째 시험의 공고가 전달되었다.
[소가주 경선 제2시험: 검총(劍總)의 선택]
남궁세가의 유서 깊은 보물 창고이자, 역대 가주들과 고수들이 쓰던 검들을 묻어둔 '검총'에서 자신과 공명하는 검을 고르는 시험이었다. 보통 뛰어난 내공과 검의 감각을 지닌 자만이 검총 깊은 곳에 잠든 명검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다.
남궁성은 기회를 포착했다.
'이거다! 난 내공이 단 일 푼도 없는 백면 서생이다. 명검은커녕 굴러다니는 잡철검조차 내 내공에는 반응하지 않을 터. 검을 고르러 들어갔다가 아무 검의 선택도 받지 못하고 쫓겨나면, 무재(武才)가 없음이 천하에 증명되어 소가주 후보에서 자동 탈락하겠지!'
남궁성은 확실하게 실패하기 위해 밤중에 예지 능력을 작동시켰다.
징하는 진동과 함께 머리가 깨질 듯한 통증이 찾아왔다. 그는 눈물콧물을 쏙 빼며 내일 치러질 검총 시험의 환영을 바라보았다.
환영 속에서 남궁성은 검총 한복판에 서 있었다. 그는 탈락하기 위해 구석에 처박혀 있는 가장 낡고 녹슨 잡철검을 손으로 쥐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그가 녹슨 검을 쥔 순간.
검총 깊은 곳에 잠들어 있던 남궁세가 역대 최강의 시조, 검선(劍仙) 남궁무극의 신검 '청운검(靑雲劍)'이 그의 존재를 감지하고 굉음을 내며 지상으로 솟구쳐 올랐다. 시조의 의지가 깃든 신검은 남궁성의 '예지력(신통력)'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이한 정신적 에너지를 거대한 내공으로 오해하여 그를 주인으로 인정해 버린 것이다.
가문 사람들이 "시조의 신검이 부활했다!"며 절을 올리고, 남궁성은 만장일치로 소가주에 등극하는 파멸적인 미래였다.
"안 돼! 시조님의 신검 따위 필요 없어!"
남궁성은 눈을 번쩍 떴다. 관자놀이가 터질 것 같았지만 정신을 바짝 차려야 했다.
'내가 녹슨 검을 만지면 시조의 신검이 반응한다고? 그렇다면 녹슨 검조차 만지지 말아야겠군. 아예 검총에 들어가자마자 바닥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나 부러진 나뭇가지 하나를 집어 들고 "이것이 나의 검이다!"라고 선언하면 어떨까?'
부러진 나뭇가지는 시조의 영혼도 반응할 리 없을 터였다. 남궁성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좋아, 이번에야말로 완벽하게 미친개 짓을 해서 탈락해 주마!'
그는 내일 검총에서 나뭇가지를 줍는 완벽한 탈락 시나리오를 구상하며, 터질 것 같은 머리를 싸매고 억지로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