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10화: 기연을 피하려다 기연을 만나다
남궁세가의 금지(禁地) 중 하나인 검총(劍塚).
동굴 입구는 차가운 철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고, 그 주변에는 가주 남궁태황과 대장로 남궁벽을 비롯한 십여 명의 원로들이 삼엄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대련을 마친 소가주 후보 남궁휘가 먼저 검총으로 입장했다. 동굴 내부에서 은은한 검명(劍鳴)이 울려 퍼지더니, 잠시 후 남궁휘가 푸른빛을 발하는 명검 '벽해검(碧海劍)'을 쥔 채 당당하게 걸어 나왔다. 과거 세가의 오대 고수 중 일인이 사용하던 보검이었다.
"벽해검이라니! 과연 휘아가 가문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구나!"
장로들의 찬사가 쏟아졌다. 남궁휘는 가볍게 묵도를 올린 후, 사촌 형님인 남궁성에게 포권을 취했다.
"형님, 제 차례는 끝났습니다. 이제 형님의 차례입니다."
남궁성은 짐짓 장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내 계획대로 간다. 검총에 널린 오만 가지 칼들을 다 무시하고, 바닥에 굴러다니는 나뭇가지나 집어서 나오는 거야!'
철문이 열리고 남궁성은 천천히 어두운 동굴 내부로 걸어 들어갔다.
동굴 안은 수백 년 동안 방치된 채 꽂혀 있는 온갖 고검(古劍)들의 기운으로 가득했다. 남궁성이 발을 내딛자마자, 검총 깊은 곳에서 기이한 떨림이 일기 시작했다. 웅성웅성하며 명검들이 주인을 알아보고 솟구쳐 오를 준비를 하는 진동이었다.
"어이쿠, 깜짝이야!"
남궁성은 기겁하며 뒤로 물러섰다. 그는 동굴 구석진 그늘로 잽싸게 몸을 피했다. 그곳에는 며칠 전 태풍에 꺾여 들어왔는지, 바닥에 완전히 말라비틀어진 대추나무 나뭇가지 하나가 뒹굴고 있었다.
'딱 좋군! 부러진 나뭇가지라니, 이보다 하찮을 수 없지!'
남궁성은 허리를 숙여 대추나무 가지를 덥석 쥐었다. 그리고 동굴 밖을 향해 외치려 했다.
"장로님들! 저는 이 나뭇가지를 제 검으로 선택하겠습…… 으악?!"
그가 몸을 일으키며 뒤로 돌아서던 찰나, 바닥에 쌓인 흙먼지 속에 숨겨진 둥근 돌판을 밟고 말았다. 돌판은 지렛대처럼 휙 뒤집혔고, 내공이 없어 신법을 펼칠 수 없던 남궁성은 중심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뒤로 보기 좋게 자빠졌다.
"아야야……!"
남궁성은 꼬리뼈에 밀려드는 통증에 비명을 질렀다. 넘어지면서 본능적으로 뒤쪽의 벽면을 짚었는데, 짚은 손끝에 딱딱하고 둥근 감촉이 걸렸다.
스르륵, 탁!
남궁성이 짚은 벽면의 돌벽이 안쪽으로 쑥 들어가며, 숨겨진 석실의 메커니즘이 백 년 만에 작동했다. 쾅 하는 굉음과 함께 남궁성의 머리 위쪽 벽이 열리더니,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쓴 낡은 주석통 하나가 그의 품으로 툭 떨어졌다.
"이건 또 뭐야?"
남궁성은 기침을 하며 주석통을 들여다보았다. 뚜껑에는 붉은 봉인이 찍혀 있었고, 그 위에 금색 글씨로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天梁劍訣 (천량검결)]
남궁성은 멍하니 글씨를 읽었다.
'천량검결? 이거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름인데…….'
그 찰나,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듯 강렬한 두통이 들이닥쳤다.
"으아아악!"
남궁성은 머리를 감싸 쥐고 뒹굴었다. 뇌맥이 터질 것 같은 통증이었다.
사실 그 주석통은 백 년 전, 남궁세가의 전설적인 영웅이자 시조의 직계 제자였던 천량검객이 후대를 위해 숨겨두었으나 끝내 위치를 찾지 못해 소실되었던 세가 최고의 비전 검결이었다.
남궁성이 밟은 뒤집힌 돌판은 단순한 돌판이 아니라, 검총 깊은 곳의 맥락을 읽어야만 작동하는 정교한 기관(機關) 장치의 발판이었고, 그가 주운 대추나무 가지는 그 기관 장치의 안전핀 역할을 하던 지지대였던 것이다.
동굴 밖에서 대기하던 가주와 장로들은 안에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남궁성의 비명이 들려오자 급히 안으로 들이닥쳤다.
"성아! 괜찮으냐?!"
남궁태황이 들이닥쳐 본 풍경은 경악 그 자체였다.
남궁성은 바닥에 쓰러져 머리를 짚고 끙끙 앓고 있었고, 그의 한 손에는 대추나무 가지가, 다른 한 손에는 백 년 전 사라진 전설의 주석통 '천량검결'이 꼭 쥐여 있었다.
대장로 남궁벽은 천량검결의 봉인을 확인하자마자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 이것은…… 천량조사(天梁祖師)님의 잃어버린 비전 검결?! 백 년 동안 가문의 모든 고수들이 눈을 뒤집고 찾아도 흔적조차 보이지 않던 전설의 기연이 아니더냐!"
장로들은 남궁성이 쥐고 있는 대추나무 가지와 바닥의 뒤집힌 기관 장치를 번갈아 보았다.
"아……! 삼공자께서는 검총에 들어서자마자 일반적인 검들의 유혹을 뿌리치고, 대추나무 가지의 위치를 통해 기관 장치의 물리적 균형을 정확하게 읽어내신 게로다!"
"그렇소! 스스로 머리가 깨지는 듯한 천기누설의 고통을 견디며 기문둔갑의 이치를 계산하셨고, 기어이 조상님의 잃어버린 유산을 찾아내어 가문에 바치신 게요!"
남궁태황은 눈물을 흘리며 쓰러진 아들을 안아 올렸다.
"성아…… 정녕 네가 가문의 잃어버린 영광을 되찾기 위해 이토록 스스로를 희생한단 말이냐! 이 애비는 네 깊은 뜻에 평생 감사할 뿐이다!"
사촌 남궁휘는 벽해검을 바닥에 내려놓고 깊은 경외를 담아 포권을 취했다.
"형님…… 제 검의 선택은 형님의 위대한 발견 앞에서는 한낱 장난감 놀이에 불과했습니다. 소가주 자리는 오직 형님만이 앉으실 자격이 있습니다!"
남궁성은 아버님의 품에 안겨 가쁜 숨을 몰아쉬며, 멀어져 가는 의식 속에서 마지막 힘을 쥐어짜 독백했다.
'나…… 그냥 나뭇가지 주우려다…… 미끄러져 넘어진 거라니까…… 왜 아무도 내 말을 안 믿어 주냐고…….'
그렇게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기연을 피하려다 가문의 100년 묵은 대기연을 강제로 획득하며 두 번째 시험에서도 완벽하고도 압도적인 만점을 기록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