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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89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89화: 쏟아진 기름주전자와 철벽의 수호

흑백쌍룡진을 돌파한 무림맹 토벌대는 마침내 흑혈곡 내성 본전으로 통하는 유일한 길목인 좁고 높은 석교, '독사교(毒蛇橋)' 앞에 도달했다.

그 석교의 한가운데에는 마교의 최종 수문장이자 300근 무게의 한철 갑옷을 온몸에 두른 거대 거인, '철도벽(鐵屠壁)'이 버티고 서 있었다. 그는 집채만 한 거대 무쇠 방패를 든 채 요지부동이었고, 어떠한 고강도 검기나 내력으로도 그 한철 방패와 갑옷을 뚫을 수 없어 정파의 장수들은 속수무책으로 대치하고 있었다.

석교 초입의 마차 그늘 아래 누워 있던 남궁성은 골이 깨질 듯한 편두통 속에서 온몸을 사르르 떨고 있었다.

"하아…… 춥다…… 따뜻하고 기름진 국물 좀 다오……."

지독한 두통과 함께 계곡의 칼바람이 불어와 그의 몸은 꽁꽁 얼어붙어 있었다. 그는 남궁휘가 형님의 기력 회복을 위해 주방에서 달여 온 뜨거운 양기름과 참기름을 듬뿍 섞은 '황동 기름주전자(양뼈 곰탕용 고유액 주전자)'를 두 손으로 꼭 쥔 채 차가운 손을 녹이고 있었다.

그가 뜨거운 기름주전자의 온기로 손을 녹이려던 바로 그 순간, 뇌맥이 세차게 요동치며 1각(15분) 뒤의 미래가 번쩍였다.
대략 1각 뒤의 미래.

무림맹의 선봉 장수들이 철도벽을 밀어내기 위해 석교 위로 진격해 백병전을 벌인다.
하지만 철도벽이 거대 방패를 앞세워 300근의 육중한 내력 몸빵(?)으로 석교 위를 광속으로 쇄도하며 돌격한다. 석교 위의 공간이 좁아 피할 곳이 없었기에, 진입한 남궁휘와 무사 수십 명이 방패 밀치기에 얻어맞아 절벽 아래 계곡으로 가차 없이 추락해 전멸하는 처참한 파국이었다.

"으악! 휠체어 전차 돌격도 아니고, 저 무식한 철갑 거인의 몸빵 돌격은 어떻게 막으라는 거야?!"

남궁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철도벽의 돌격을 무력화하려면, 그가 딛고 있는 매끄러운 대리석 석교 바닥의 마찰력을 완벽히 제로(0)로 만들어 300근의 무게와 관성을 제어하지 못하게 유도해야 했다.

'내 손에 든 황동 기름주전자의 뜨겁고 미끄러운 양기름을 석교 중앙 경사면에 통째로 쏟아부어야 해. 쏟아진 기름이 대리석 표면을 덮어 얼어붙으면서 빙판길보다 더 미끄러운 '마라톤 오일 빙판'을 형성하게 만들면, 철도벽이 돌격하려 발을 내딛는 순간 마찰력을 잃고 지 혼자 미끄러져 석교 밖 절벽으로 날아가 박히게 만들 수 있어!'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기름주전자의 뚜껑을 열기 위해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 순간,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페널티와 손아귀의 마비 경련이 들이닥쳤다.
"끄흐윽……!"

경련을 일으키며 마차 밖 흙바닥으로 풀썩 자빠진 남궁성의 손끝에서 황동 기름주전자가 허공으로 미끄러져 날아갔다.
데굴데굴데굴---!

주전자는 석교 입구 청석 바닥을 타고 굴러가더니, 기가 막힌 각도로 석교 한가운데의 매끄러운 대리석 바닥 위에서 요란하게 엎어졌다.
철퍼덕! 치이이익!

주전자 속에 가득 담겨 있던 펄펄 끓는 양기름과 참기름 오물이 대리석 석교의 경사면을 따라 폭포수처럼 넓게 퍼져 나갔다. 차가운 바람에 기름이 얇고 단단한 오일 빙판막을 형성하며 석교 중앙을 완벽한 미끄럼틀로 만들었다.

바로 그 찰나, 철도벽이 포효하며 무쇠 방패를 앞세워 돌격을 감행했다.
"정파 놈들! 벼랑 아래로 떨어져라!"

쿵! 쿵! 쿵!
철도벽이 300근의 육중한 몸뚱이로 속도를 내며 내달렸다.
하지만 그의 쇠장화가 남궁성이 깔아둔 양기름 구역을 밟는 바로 그 순간!
미끄러덩!

"어? 어어?! 내 다리가!"
마찰력을 완벽하게 상실한 철도벽은 300근의 엄청난 무게와 앞으로 내달리던 관성력을 이기지 못하고 다리가 허공으로 붕괴하며 뒤로 벌러덩 자빠졌다.
그리고 자빠진 상태로 등 갑옷을 미끄럼틀 썰매 삼아 엄청난 속도로 석교 바닥을 미끄러져 날아가기 시작했다.

슈우우우웅---!

"으아아악! 멈출 수가 없다!"
방패를 놓치고 비명을 지르며 슬라이딩하던 철도벽은, 석교 끝부분의 벼랑 모퉁이를 들이받고 콰콰쾅! 하고 세차게 처박혔다. 충격으로 그의 한철 갑옷 지지대가 박살 났고, 벽 틈새에 갑옷이 너무 꽉 끼어버려 꼼짝달싹도 못 한 채 머리를 들이받고 기절했다.

"철, 철도벽이 돌격하다 지 혼자 미끄러져 처박혔다!"
"갑옷이 성벽 틈새에 끼어 움직이지 못한다! 포박하라!"

남궁휘와 무림맹 무사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다리를 건너가, 성벽 틈새에 끼어 허우적거리는 철도벽을 아주 손쉽게 포획하여 제압했다.

독사교의 방어선이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붕괴한 것이다.

마차 옆 흙바닥에 엎어진 채, 온 손에 묻은 느끼한 양기름 비린내를 맡으며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궁성을 본 맹주 혁련진은 눈물을 흘리며 포권을 취했다.

"남궁 소협……! 적의 철갑 거인의 무식한 질량과 마찰력의 상관관계를 계산하시고, 뜨거운 기름주전자를 던져 석교를 미끄럼틀로 만들어 적의 관성력을 역이용해 기절시키신 것이오?! 이 어찌 물리적 역학과 역선 마찰력마저 요리하시는 전승의 지혜란 말이오!"

남궁휘 역시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렸다.
"형님…… 기름 한 주전자로 적의 최종 수문장을 제압하고 저희의 목숨을 구하시다니, 이 남궁휘는 평생 형님의 지혜의 깊이를 우러러보겠습니다!"

남궁성은 느끼한 양기름 손을 옷깃에 비벼대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내 뜨거운 곰탕 국물…… 아껴둔 양기름인데 다 쏟아졌네…… 냄새는 또 와이리 느끼하노…… 나 진짜 손 녹이려던 것뿐인데…… 살려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흑혈곡의 독사교 석교마저 기름주전자 엎기 하나로 적의 에이스 거인을 슬라이딩 기절시키며,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도 유쾌한 '철인군사(鐵人軍師)'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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