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88화: 쏟아진 바둑돌과 진법의 붕괴
흑혈곡의 무적 성벽이 무너진 후, 무림맹 선봉대는 요새 내부의 첫 번째 대회랑인 '음양연무장(陰陽演武場)'으로 진입했다.
그러나 그들의 앞길을 가로막은 것은 마교 최고의 진법가인 '현공 노조(玄空老祖)'가 설계한 전설적인 기관 기문진, '흑백쌍룡진(黑白雙龍陣)'이었다. 바닥은 거대한 바둑판 모양의 흑백 청석 타일로 가득 차 있었고, 잘못된 타일을 밟는 순간 바닥 아래에서 수천 개의 거대 쇠창과 톱날이 솟구쳐 올라 진입한 자를 고기다짐으로 만드는 치명적인 장치였다.
"이 진법의 파해로를 찾지 못하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네. 어찌해야 한단 말인가?"
진법의 초입 언덕에 앉아 있던 남궁성은 륜의 위에 누운 채 이마를 짚고 신음했다.
"아…… 어지러워…… 머리통이 갈라진다……."
지독한 두통 페널티 때문에 그는 그저 조용히 방구석에 누워 잠을 자고 싶었으나, 맹주 혁련진과 장수들은 그의 고통스러운 신음을 '기문진법의 파해로를 계산하는 깊은 고뇌'로 착각하며 숨을 죽였다.
남궁성은 이 복잡한 상황을 피해 기절이라도 하고자, 마음의 안정을 찾기 위해 남궁휘가 머리 식히기용으로 가져다준 칠흑 같은 오석과 백옥으로 만든 '바둑알 주머니'를 손가락으로 꼼지락거리며 만지고 있었다.
그가 바둑돌을 쥐고 만지작거리던 바로 그 순간, 뇌맥이 세차게 흔들리며 1각(15분) 뒤의 미래가 번쩍였다.
대략 1각 뒤의 미래.
진법의 배열을 계산하던 무림맹의 선봉 장수들이 바둑판 타일의 중앙 화점(花點) 좌표를 밟는다.
그 순간 흑백쌍룡진의 격발 장치가 작동하며, 바닥 아래에서 웅장한 무쇠 톱날들과 쇠창들이 폭풍처럼 솟구쳐 올라 선봉 무사 수십 명의 뼈와 살을 아스러뜨린다. 무림맹의 공세가 가로막혀 우왕좌왕하는 비참한 결말이었다.
"으악! 타일 밟기 폭탄 지대라니! 바둑판 지뢰밭이잖아!"
남궁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기문진의 기관 장치를 무력화하려면, 바닥 아래 톱니바퀴의 압축 작동 구멍 틈새에 정확히 단단하고 둥근 알갱이(바둑돌)들을 끼워 넣어 밸브가 내려앉지 못하게 사전에 물리적으로 고정해야 했다.
'내 바둑돌 주머니의 끈을 풀고 바둑돌 수십 개를 연무장 바닥을 향해 쏟아부어야 해. 바둑돌들이 타일 틈새의 미세한 공기 압축 구멍들 속으로 정확한 궤적으로 굴러 들어가 톱니를 고정함과 동시에, 남은 바둑돌들이 흑백 청석 바닥 위에 흩어져 안전한 파해로의 궤적을 바둑판 길표처럼 명확히 보여주게 조율하는 거다!'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바둑돌 주머니의 끈을 향해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순간, 뇌맥을 관통하는 강렬한 격통과 함께 손목이 뒤틀리며 주머니를 꽉 쥐고 흔들었다.
"끄흐윽……!"
경련을 일으킨 남궁성의 손끝에서 바둑돌 주머니가 통째로 찢어지며, 백여 개의 오석 바둑돌과 백옥 바둑돌들이 공중으로 사정없이 뿌려졌다.
좌르르르륵---!
뿌려진 바둑돌들은 경사진 바둑판 청석 바닥 위로 벼락처럼 쏟아져 내렸다.
"앗! 바둑돌이!"
남궁휘와 무사들이 깜짝 놀라 시선을 쫓았다.
바닥을 구르는 흑백의 바둑돌들은 기가 막히게도 바둑판 청석 타일 사이의 미세한 유격과 기관 작동용 공기 구멍들 속으로 척척 박혀 들어갔다.
쏙! 쏙! 쏙!
바둑돌들이 구멍 속 압축 작동 레버 틈새에 꽉 끼어들며 기어의 격발 장치가 콰직! 소리를 내며 멈춰 섰다.
또한 바닥에 구르다 멈춘 흑백 바둑돌들은, 마치 정밀한 지도처럼 흑백 청석 바닥 위에서 오직 안전한 길목만을 흑색과 백색의 징검다리처럼 한 줄로 수놓으며 멈춰 섰다.
바로 그때, 진법을 조종하던 마교의 현공 노조가 비웃으며 격발 스위치를 당겼다.
"정파 놈들아! 쌍룡의 이빨에 갈려 나가라!"
하지만 기관진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바둑돌들이 밸브를 단단히 고정하고 있었기에 톱날은 솟아오르지 못했고,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바닥 아래 지지 기둥들이 와르르 무너지며 마교도들의 성벽 안쪽 지어 장치실 전체를 깔아뭉개 무너뜨렸다.
쿵! 콰콰쾅!
"지, 진법이 작동하지 않는다!"
"게다가 바둑돌들이 가리키는 흑백의 한 줄 경로가 보인다! 저 길로 진격하라!"
남궁휘와 무림맹 장수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바둑돌이 안내하는 안전한 궤적을 밟고 기문진을 순식간에 관통하여, 진법 제어실 안에서 경악하고 있던 현공 노조를 단숨에 사로잡았다.
흑백쌍룡진이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붕괴한 것이다.
륜의 옆에 엎어진 채, 흩어진 소중한 백옥 바둑돌들을 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궁성을 본 맹주 혁련진은 극도의 경외감에 눈물을 훔쳤다.
"남궁 소협……! 적의 흑백쌍룡진의 모든 기하학적 메커니즘과 타일 아래 기관 밸브의 위치를 한눈에 꿰뚫어 보시고, 바둑돌을 던져 기어들을 고정함과 동시에 안전한 파해로를 시각적으로 완성해 내신 것이오?! 이 어찌 기문둔갑마저 손바닥 위의 장난감처럼 다루시는 신선이란 말이오!"
남궁휘 역시 무릎을 꿇으며 흐느꼈다.
"형님…… 바둑돌 하나로 마교의 무적 진법을 깨부수고 저희의 목숨을 구하시다니, 이 남궁휘는 평생 형님의 지혜의 깊이를 우러러보겠습니다!"
남궁성은 흩어진 바둑돌 파편을 바라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내 아끼는 백옥 바둑알…… 가문의 가보인데 다 깨졌잖아…… 나 진짜 심심해서 손장난한 것뿐인데…… 바닥은 왜 꺼지고 난리야…… 집에 가고 싶다…….'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흑혈곡의 음양연무장마저 바둑돌 흩뿌리기 하나로 적의 기문진을 역으로 파괴하며,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기이한 '기문의 지배자'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