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86화: 던져진 물고기와 독곡의 계책
촉도의 가파른 협로를 무사히 돌파한 무림맹 토벌대는, 흑혈곡으로 향하는 길목에 위치한 축축하고 음산한 습지 계곡인 '사안곡(蛇眼谷)' 초입에 본진을 구축했다.
이 계곡은 사방에 자욱한 맹독성 독안개가 흐르고 있었고, 수풀 속에는 맹독 전갈과 뱀들이 들끓어 무사들은 해독약을 먹고 연기를 피우며 잔뜩 긴장해 있었다.
계곡 냇가 옆에 놓인 바위 의자에 누워 있던 남궁성은 흐르는 찬물에 수건을 적셔 이마에 얹고 있었다.
"아…… 머리통이 열이 나서 터질 것 같아…… 찬물 좀 뿌려다오……."
계속된 뇌맥의 마비 페널티로 인해 그의 이마는 펄펄 끓는 화로처럼 뜨거웠다. 그는 지독한 편두통을 다스리기 위해 차가운 냇가 물에 손을 담그고 열을 식히고 있었다. 그 처량하면서도 깊은 눈빛은, 주변 무사들이 보기에 '마교의 흑막을 타파하기 위해 천지의 기운을 빌어 정화의 법을 굴리는 선인'의 비장한 자태였다.
그가 찬물에 손을 담그고 멍하니 냇가를 내려다보던 바로 그 순간, 뇌맥이 세차게 진동하며 1각(15분) 뒤의 미래가 번쩍였다.
대략 1각 뒤의 미래.
무림맹 본진의 경계선 근처로, 인근 지역의 평범한 어부들로 위장한 마교의 극비 암살단 '만충조(萬蟲組)' 첩자들이 접근한다. 그들은 등에 짊어진 삼베 바구니 속에 수만 마리의 맹독성 '붉은 전갈(적갈)'과 '혈개구리'를 가득 담아두고 있었다. 그들이 아군 텐트촌 뒤편에 도달해 바구니를 여는 순간, 맹독 충들이 수풀을 타고 번개처럼 쏟아져 나와 수백 명의 무사들이 수면 중에 전멸하는 끔찍한 결말이었다.
"으악! 어부 코스프레 자객단에 전갈 가스 살포라니! 이 녀석들은 잘 때만 되면 화생방 훈련을 변형해서 들이밀어 대는구나!"
남궁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어부 자객단의 침투를 막고 독충들을 무력화하려면, 자객들의 대장이 짊어진 바구니의 고정 가죽 끈을 먼저 끊어 바구니가 아래로 떨어지게 만들어야 했다. 바구니가 땅으로 떨어지며 독충들이 자객들의 발밑으로 먼저 쏟아져 나오게 만든다면 자멸하게 될 터였다.
'내가 들고 있는 이 차가운 물웅덩이 속의 미끄럽고 단단한 '민물 잉어(또는 메기)' 한 마리를 날려 자객 대장의 얼굴을 정타로 때려야 해. 잉어의 슬라임 같은 미끄러운 점액이 자객의 시야를 가려 뒤로 넘어지게 만들면, 그의 몸무게에 짓눌려 독바구니가 터지며 전갈들이 저희들끼리 쏘게 만들 수 있어!'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냇가 물속을 휘젓다, 마침 물가 바위 틈새에서 튀어나온 큼직하고 미끄러운 메기 한 마리를 양손으로 꼭 움켜잡았다.
바로 그 순간!
뒷머리를 도끼로 찍는 듯한 강렬한 두통의 페널티가 찾아와 남궁성은 몸을 움츠렸다.
"끄아악……!"
경련을 일으키며 냇가 바닥으로 자빠지던 남궁성의 두 손이, 쥐고 있던 메기의 엄청난 미끄러움과 힘에 밀려 허공으로 메기를 사정없이 퉁겨 날려 보냈다.
퍼덕! 슝!
남궁성의 손을 떠난 메기는 펄떡이며 날아가더니, 냇가 너머 덤불 속에서 어부 복장을 한 채 독 바구니를 고쳐 메고 전진하려던 마교 자객 대장의 면상 정중앙을 철썩! 하고 정확하게 강타했다.
철썩! 퍼덕퍼덕!
"으악! 이게 뭐야! 물고기 괴물이!"
얼굴에 점액질 가득한 메기가 들러붙어 퍼덕거리자 당황한 자객 대장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크게 자빠졌다.
넘어지면서 그의 거구에 눌려 등에 멘 가죽 바구니가 콰직! 하고 터졌고, 그 안에 들어 있던 붉은 전갈 수만 마리가 자객들의 발밑으로 사방팔방 쏟아져 나왔다.
"아아악! 전갈이 내 바지를 파고든다!"
"혈개구리가 물었다! 살려줘!"
갑자기 쏟아진 맹독 충들에게 사정없이 쏘이고 물린 자객 대원 수십 명이 단검을 내팽개치고 바닥을 구르며 절규했다. 자객들은 텐트촌 근처에는 가보지도 못한 채 자신들의 무기에 중독되어 자멸했다.
"저 수풀 속에 자객이 있다! 비명 소리가 들린다!"
"마교의 만충조다! 즉각 포박하라!"
소란을 듣고 달려온 남궁휘와 무사들은 해독 약병을 쥔 채 바닥을 뒹구는 자객들을 아주 손쉽게 체포하여 쇠사슬로 묶었다.
상황은 단 5분 만에 허탈하게 종결되었다.
냇가 모래밭에 자빠진 채 메기 기름과 물로 엉망이 된 손을 바라보며 허탈해하는 남궁성을 본 맹주 혁련진은 눈물을 흘리며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남궁 소협……! 적들이 어부로 위장하고 전갈 바구니를 짊어진 채 침투할 것을 간파하시고, 냇가의 살아있는 물고기 한 마리를 날려 적의 대장의 안면을 격타해 자멸하게 하신 것이오?! 이 어찌 살아있는 자연 생물마저 무학의 도구로 부리시는 만물의 지배자란 말이오!"
남궁휘 역시 흐느끼며 포권을 취했다.
"형님…… 물고기 하나로 독곡의 계책을 박살 내고 저희를 구하시다니, 이 남궁휘는 평생 형님의 기이한 혜안을 경외할 것입니다!"
남궁성은 비린내 나는 손을 털어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메기 기름 냄새 안 빠지는데…… 다 젖었잖아…… 나 진짜 그냥 열 올라서 찬물에 세수하려던 것뿐인데 물고기는 왜 지 혼자 날아가고 난리야…… 집에 갈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사안곡 습지마저 메기 날리기 하나로 적의 만충 특공대를 자멸시키며, 무림 역사상 가장 괴이하고도 유쾌한 '어인군사(魚人軍師)'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