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85화: 부서진 마차와 촉도의 협로
무림맹의 서진 토벌대는 마침내 험난하기로 악명 높은 촉도(蜀道)의 가장 좁은 절벽 협로인 '귀풍협(鬼風峽)' 초입에 진입했다.
오른쪽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었고, 왼쪽은 수천 장 아래의 시퍼런 계곡물이 흐르는 외길이었다. 길목이 어찌나 좁고 험한지 마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었고, 바람이 불 때마다 절벽 아래의 불길한 바람 소리가 귓가를 때려 무사들은 바짝 긴장한 채 이동하고 있었다.
행렬의 선두에 선 남궁성의 특제 꽃마차 안, 남궁성은 뒤집어지는 속을 움켜쥐고 신음했다.
"우웁…… 토할 것 같다…… 마차 왜 이리 흔들리냐……."
촉도의 험준한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마차의 끊임없는 흔들림은 그의 지독한 편두통 뇌맥을 자극함과 동시에 극심한 차멀미를 유발하고 있었다. 안색이 종이처럼 노랗게 뜬 채 창틀에 기대어 신음하던 그의 모습은, 주변 무사들에게 '강호의 파멸을 막기 위해 천기를 굴리느라 혼신을 다하는 신산'의 고결한 모습으로 보였다.
그가 속을 게워내기 위해 마차 창문을 열고 상체를 밖으로 내밀던 바로 그 순간, 뇌맥이 세차게 요동치며 1각(15분) 뒤의 미래가 번쩍였다.
대략 1각 뒤의 미래.
토벌대의 식량과 무기를 가득 실은 군량 마차가 귀풍협의 가장 가파른 굽잇길에 진입하는 순간.
절벽 바위 틈새에 숨어 있던 마교의 화약술사들이 미리 매설해 둔 지하 압동 폭탄인 '천붕화탄(天崩火彈)'의 인장선을 당겨 터뜨린다. 거대한 폭발과 함께 절벽 외길 전체가 무너져 내려 군량 마차와 선봉대의 무사 수십 명이 계곡 아래로 추락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파국이었다.
"으악! 절벽 붕괴 화약 테러라니! 이 녀석들은 협곡만 나왔다 하면 불장난을 치는구나!"
남궁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화약 테러를 막으려면, 맹주 휘하의 군량 마차를 폭탄 매설지 직전 3자 거리에 정확히 멈춰 세워야 했다. 동시에, 굴러내려 가는 묵직한 물체를 이용해 자객들의 격발 장치와 화약 신관을 미리 강제로 건드려 조기 폭발을 시켜버려야 했다.
'내 마차의 비상 제동 빗장(핸드브레이크)을 강제로 당겨 급정거를 시킨다. 급정거의 탄성력으로 마차 뒷칸에 실려 있던 남궁세가 가문의 무겁고 단단한 '철제 장서함(철제 궤짝)'이 뒤쪽 문을 부수고 경사면 아래로 굴러떨어지게 만드는 거야. 굴러간 철제 궤짝이 뒤따라오던 군량 마차의 차축을 때려 멈춰 세움과 동시에, 궤짝이 튕겨 나가 절벽 틈새의 화약 인장선을 정확히 건드려 미리 터지게 조율하는 거다!'
남궁성은 편두통과 극심한 차멀미 속에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다, 갑작스러운 뇌맥의 마비 발작으로 다리가 사정없이 꼬였다.
"으엑…… 우웁!"
다리가 꼬인 채 앞으로 고꾸라지던 남궁성의 손발이, 마차 운전석 구석에 고정되어 있던 무거운 쇠사슬 제동 레버를 콰직! 하고 세차게 걷어차 밑으로 눌러버렸다.
끼이이이이익---! 쾅!
쇠사슬 제동 장치가 차륜을 꽉 움켜쥐며 남궁성의 마차가 엄청난 소음과 비명 소리를 내며 급정거했다.
그 순간, 급정거의 관성력을 이기지 못하고 마차 뒷칸에 실려 있던 수백 근 무게의 묵직한 철제 장서함 궤짝이 고정 줄을 끊고 뒷문을 쾅! 하고 때려 부수며 가파른 경사면 길을 따라 데굴데굴 굴러 내려가기 시작했다.
쿠당탕! 쿠르르르릉!
굴러간 무거운 철제 궤짝은 엄청난 가속도를 얻어 뒤따라오던 군량 마차의 오른쪽 앞바퀴 축을 쾅! 하고 정확하게 들이받아 강제로 멈춰 세웠다.
동시에, 충격으로 튕겨 나간 철제 궤짝은 절벽 안쪽의 작은 바위 틈새 속으로 처박히며, 그 안에 은밀히 뻗어 있던 마교의 천붕화탄 격발 인장선을 세차게 잡아당겼다.
콰아아아앙!!!
군량 마차가 멈춰 선 바로 3자 앞 절벽 바닥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엄청난 화염과 함께 길바닥 전체가 통째로 무너져 내려 계곡 아래로 쏟아져 내렸다. 폭발에 휘말려 절벽 틈새에 숨어 있던 마교 화약술사 수십 명이 비명을 지르며 계곡 아래로 추락했고, 요새와도 같던 격살 함정은 빈터로 변해 버렸다.
"폭탄이다! 자객들이 절벽에 화약을 묻어 두었다!"
"군량 마차가 폭발 직전 3자 거리에서 정확히 멈춰 섰다!"
남궁휘와 무림맹 장수들은 흙먼지 속에서 눈물을 흘리며 륜의 손잡이를 붙잡고 창문 밖으로 머리를 내밀어 구토하고 있는 남궁성을 바라보았다.
"남궁 소협……! 촉도의 인과율과 적의 화약 매설지를 미리 내다보시고, 마차를 급정거시킴과 동시에 철제 궤짝을 굴려 군량 마차를 살리고 적의 화약을 조기에 폭발시켜 무력화하신 것이오?! 이 어찌 물리적 궤적마저 완벽히 다루시는 신산이란 말이오!"
남궁휘는 눈물을 흘리며 형님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형님! 자신의 장서함을 희생시켜 군량 마차를 구하시다니, 이 남궁휘는 평생 형님의 지혜의 그림자도 잊지 않겠습니다!"
남궁성은 창틀에 뺨을 댄 채,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과 지독한 멀미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속 뒤집어져 죽겠는데 왜 이리 시끄러워…… 내 장서함…… 가문의 극비 서책들이 다 계곡물로 휩쓸려 갔네…… 나 진짜 토할 것 같으니까 마차 좀 그만 흔들어…… 제발…….'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촉도의 귀풍협 길목마저 마차 제동과 궤짝 굴리기 하나로 적의 무적 붕괴 함정을 해제하며,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눈물겨운 '촉도의 지배자'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