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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84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84화: 부러진 깃대와 련맹의 기수

마교의 최종 흑막인 부교주 '독고무휼'의 본거지가 사천성과 운남성 경계의 험난한 '흑혈곡(黑血谷)'에 위치해 있다는 극비 정보가 입수되었다.

무림맹 총본산의 연무장 광장에는 천하의 기치를 드높이고 최후의 서진(西進) 토벌대를 결성하는 대규모 출정식이 거행되고 있었다. 정파의 명문 세가들과 무림맹의 모든 군대가 정렬해 있었고, 연무장 정중앙에는 수십 장 높이의 거대 쇠나무로 제작된 '무림맹기(武林盟旗)' 깃대가 장엄하게 펄럭이고 있었다.

하지만 그 화려한 연단 아래 륜의에 누워 있던 남궁성의 육신은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하아…… 코피가 멈추질 않네…… 대가리야……."

계속된 미래 예지 사용과 지독한 편두통맥의 여파로 인해 그의 양 콧구멍에서는 붉은 코피가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삼베 수건으로 코를 틀어막은 채 안색이 하얗게 질려 륜의를 붙잡고 신음하는 그의 모습은, 영락없이 정파의 평화를 위해 제 목숨을 깎아 먹는 눈물겨운 선인(仙人)의 풍모였다.

그가 흐르는 코피를 닦아내며 륜의 손잡이를 놓치고 비틀거리던 바로 그 순간, 뇌맥이 세차게 흔들리며 1각(15분) 뒤의 미래가 스쳐 지나갔다.
대략 1각 뒤의 미래.

출정식 선포가 이루어지는 최고조의 타이밍.
광장 옆의 석조 장식 기둥 틈새에 숨어 있던 마교의 첩자가 무음 바람총인 '풍사통(風沙筒)'을 가동해 맹독 비침인 '칠보살진침(七步殺塵針)'을 맹주 혁련진을 향해 발사한다. 동시에 돌풍이 불어와 노후화된 거대 맹기 깃대의 지지 장치가 부러지며, 거대한 쇠나무 깃대가 단상 위의 맹주 머리 위로 붕괴한다. 맹주는 피할 겨를도 없이 독침과 쇠나무 깃대에 깔려 몰살당하는 비참한 결말이었다.

"으악! 독침 저격에 깃대 붕괴 참사까지! 이 출정식은 무슨 재난 영화 촬영장이냐?!"

남궁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독침을 막고 맹주의 붕괴 참사를 예방하려면, 거대 깃대를 미리 안전한 사선 방향으로 붕괴시켜 펄럭이는 맹기의 웅장한 깃발 천이 맹주의 앞을 가로막는 방패막이가 되게 해야 했다.

'내가 륜의를 밀고 가 단상 옆 거대 깃대의 느슨해진 회전 안전 쐐기를 발로 차서 뽑아버려야 해. 깃대가 남동쪽으로 15도 먼저 쓰러지면서 그 무게로 석조 기둥을 들이받아 부수게 만들면, 기둥 뒤에 숨은 자객을 깔아뭉갬과 동시에 펄럭이는 비단 깃발 천이 독침의 궤적을 하늘에서 완벽히 덮쳐 낚아채게 조율할 수 있어!'

남궁성은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페널티와 코피의 흐릿한 시야 속에서 몸을 움직였다.
그는 비틀거리며 륜의에서 기어 나와 단상 옆 거대 맹기 깃대의 받침대 기둥을 잡고 중심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다리가 풀리며 넘어지는 찰나의 순간, 그의 무거운 발끝이 깃대 지지 기둥 밑바닥에 아슬아슬하게 박혀 있던 무쇠 쐐기핀(안전 핀)을 세차게 걷어차 뽑아버렸다.

스르륵! 탁!

쐐기가 뽑히자, 장력을 잃은 거대 쇠나무 깃대가 삐지직 소리를 내며 남동쪽 사선 방향으로 서서히 기울어지기 시작했다.
"어? 어어?! 맹기 깃대가 쓰러진다!"
장수들이 당황하여 비명을 질렀다.

기울어진 거대 깃대는 가속도를 얻어 무서운 속도로 쓰러지며, 단상 옆의 석조 장식 기둥을 콰콰쾅! 하고 사정없이 들이받아 박살 냈다.
쩍! 쿠쿠쿠쿵!

기둥이 붕괴하면서 그 뒤 틈새에 숨어 풍사통으로 맹주를 저격하려던 마교의 자객이 붕괴한 석석 더미에 깔려 뼈가 부러진 채 비명을 지르며 뒹굴었다.
"끄아악! 돌덩이가!"

동시에, 추락하던 자객의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겨 발사된 칠보살진침은 공중으로 날아갔으나, 사선으로 쓰러지며 하늘을 휘덮은 무림맹기의 거대한 황금색 비단 깃발 천 속으로 폭 빠지듯 박히며 힘없이 차단되었다.

스르르륵. 탁.

거대 깃대는 석조 기둥에 걸려 맹주 단상 바로 1자 앞에 안전하게 걸쳐 멈췄고, 펄럭이던 황금 맹기는 마치 장엄한 카펫처럼 단상 앞을 웅장하게 휘덮었다.

"자객이다! 석조 기둥 뒤에 자객이 숨어 있었다!"
"심지어 맹기가 자객의 독침을 완벽하게 낚아챘다!"

남궁휘와 무림맹 무사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석조 더미 속에 깔려 허우적거리는 자객을 단숨에 끌어내어 포박했다.

출정식장은 순식간에 눈물과 환호의 도가니가 되었다.
와아아아아!
"총군사 소협께서 자신의 몸을 던져 깃대를 쓰러뜨려 맹주님을 구하셨다!"
"무림맹기가 자객을 처단하고 우리를 인도한다!"

쓰러진 깃발 천 틈새에 엉겨 붙어 코피를 흘리며 흙바닥에 쓰러져 있는 남궁성을 본 맹주 혁련진은 눈물을 흘리며 포권을 취했다.

"남궁 소협……! 깃대의 구조적 결함과 자객의 매복 기둥을 간파하시고, 스스로 쐐기를 뽑아 깃대를 쓰러뜨려 독침을 막고 적을 들이받으신 것이오?! 이 어찌 맹기의 기운마저 마음대로 조율하시는 무림의 기수란 말이오!"

남궁휘 역시 무릎을 꿇으며 흐느꼈다.
"형님…… 맹기 아래 쓰러지시는 저 비장한 풍모, 이 남궁휘는 평생의 귀감으로 삼겠습니다!"

남궁성은 흙 묻은 깃발 자락을 움켜쥐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깃발은 또 와이리 무겁노…… 쐐기는 왜 걷어차서 이 고생이고…… 나 진짜 코피가 안 멈추니까 제발 의원 좀 불러줘…… 살려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흑혈곡 출정식마저 깃대 쓰러뜨리기 하나로 적의 독침 저격수를 때려잡으며, 무림 역사상 가장 웅장하고 비장한 '맹기군사(盟旗軍師)'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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