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82화: 흩어진 차잎과 연회의 파란
개선식이 끝난 후, 무림맹 본산의 거대한 연회장인 '태극전(太極殿)'에서는 정파의 대승리를 축하하는 장엄한 승전 연회가 개최되었다.
수백 명의 가주들과 문파의 장로들이 자리에 앉아 승전주를 마시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고, 맹주의 상석 곁에는 어김없이 정파의 대군사인 남궁성의 자리가 마련되어 있었다.
그러나 화려하게 장식된 비단 의자에 누워 있는 남궁성의 꼴은 죽기 일보 직전이었다.
"아이고, 머리야…… 대가리가 완전히 바스러지겠네……."
최근 낙양 개선식에서의 옥패 재채기 소동으로 인해 뇌맥에 가해진 편두통 페널티가 지독한 발작을 일으키고 있었다. 뺨은 창백하게 가라앉았고, 머릿속은 거대한 쇠망치로 얻어맞는 듯 지끈거렸다. 그는 지독한 두통을 조금이라도 다스리기 위해 눈을 지그시 감고 남궁휘가 건넨 뜨거운 '보이차' 잔을 꼭 쥐었다.
그가 뜨거운 찻잔을 입술로 가져가려던 바로 그 순간, 뇌맥이 끊어질 듯 요동치며 1각(15분) 뒤의 미래가 백색 불꽃이 되어 뇌리를 스쳤다.
대략 1각 뒤의 미래.
연회장 중앙에 배치된 네 개의 거대한 구리 '향로(香爐)'에서 은은하게 피어오르던 향 연기가 갑자기 붉은빛을 띠기 시작한다.
그것은 마교의 극비 침투조인 '천독조(千毒組)'가 시종으로 위장하여 향로 속에 몰래 투하한 무색무취의 기화성 전염독, '만사화골향(萬死化骨香)'이었다. 향 연기를 마신 연회장 안의 수백 명 정파 고수들이 내장이 녹아내리는 극심한 통증을 겪으며 마비되고, 마교도들의 기습에 몰살당하는 비참한 결말이었다.
"으악! 이번에는 연회장 향로에 독가스 살포라니! 이 마교 놈들은 밥 먹을 시간도 안 주는구나!"
남궁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향로의 독가스를 막으려면, 독액이 기화하고 있는 향로 내부의 불꽃 온도를 급격히 낮추어 연소 반응을 중단시킴과 동시에 알칼리성 유기 성분(차잎의 탄닌과 미네랄 성분)을 투입해 독기를 중화시켜야 했다.
'보이차의 뜨거운 찻물과 우러난 차잎 찌꺼기를 향로 내부의 달아오른 숯 위에 한 번에 쏟아부어야 해. 마침 내 곁에는 거대한 황동 향로 하나가 바로 1장 거리 옆에 놓여 있군.'
남궁성은 뇌맥의 편두통 페널티 속에서 찻잔을 조준했다.
그가 찻잔을 쥐고 흔들다가, 뇌맥의 마비 발작으로 손목이 꺾이며 뜨거운 보이차를 옆으로 비스듬히 쏟아버린다. 쏟아진 뜨거운 찻물과 보이차 잎들이 포물선을 그리며 옆에 놓인 거대 향로의 뚜껑 구멍 속으로 쏟아져 들어간다.
뜨거운 탄닌 성분의 찻물과 축축한 차잎이 향로 속 붉게 달아오른 참숯 위에 떨어지며 연소 온도를 즉각 떨어뜨리고, 독성 기체와 반응하여 치이익! 소리와 함께 맹독을 무해한 자스민 향 연기로 중화시켜 방출시키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내 보이차의 정화력을 믿어보자!'
남궁성은 이를 악물고 찻잔을 입으로 가져가려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뒷머리를 송곳으로 찌르는 듯한 지독한 두통이 들이닥쳐 손목에 쥐가 났다.
"끄흐윽……!"
경련을 일으킨 남궁성의 손목이 바깥쪽으로 휙 비틀렸고, 찻잔에 가득 차 있던 뜨거운 붉은색 보이찻물과 수북한 차잎 찌꺼기가 공중으로 세차게 뿌려졌다.
치이이익!
뿌려진 보이찻물과 차잎들은 놀랍게도 기가 막힌 포물선을 그리며 옆에 세워져 있던 황동 향로의 연기 배출구 구멍 속으로 골인하듯 쏟아져 들어갔다.
치이이이이익---!
향로 내부의 참숯 온도가 급격히 내려가며 연소 반응이 중단되었고, 차잎의 탄닌 성분이 향로 속의 기화독 성분과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메케한 연기 대신 맑고 은은한 보이차 향이 뿜어져 나왔다.
"어? 향로에서 이상한 연기가 난다!"
보초를 서던 남궁휘와 무당파 무사들이 향로 근처로 달려왔다.
향로 뚜껑을 열어본 설영 도장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 향로 바닥에 녹아 있는 붉은색 독약 가루와 차잎 찌꺼기를 발견하고 비명을 질렀다.
"이것은 마교의 만사화골향입니다! 누군가 향로에 독을 풀었습니다!"
"시종들을 포위하라! 문을 걸어 잠가라!"
즉각 연회장에 비상경계령이 내려졌고, 도망치려던 마교의 천독조 자객 수십 명이 남궁휘와 무사들에게 순식간에 때려잡혀 압송되었다.
연회장은 순식간에 정파의 통제하에 들어왔다.
찻잔을 떨어뜨려 깨뜨린 채 바닥의 차 찌꺼기를 보며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남궁성을 본 맹주 혁련진은 소름이 돋아 눈물을 흘렸다.
"남궁 소협……! 적들이 향로를 통해 독을 풀 것을 미리 내다보시고, 찻잔을 던져 차잎과 찻물의 화학 성분으로 독기를 원천 차단하신 것이오?! 이 어찌 물리와 약학의 이치마저 완벽히 다루시는 신선이란 말이오!"
남궁휘 역시 흐느끼며 포권을 취했다.
"형님…… 차 한 잔으로 정파의 백여 명 고수들의 목숨을 구하시다니, 이 남궁휘는 평생 형님의 지혜의 깊이를 경외할 것입니다!"
남궁성은 깨진 찻잔 파편과 흩어진 차잎을 바라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내 보이차…… 아끼는 명차인데 다 쏟아졌네…… 옷에도 다 튀고 축축하구만…… 나 진짜 차 한 잔 편하게 마시려던 것뿐인데…… 살려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승전 연회장마저 찻물 쏟기 하나로 적의 만독 향로를 무력화시키며, 무림 역사상 가장 기이하고도 기품 있는 '차안군사(茶眼軍師)'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