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78화: 부러진 나뭇가지와 천마의 독선
마침내 아침이 밝았고, 무림맹 선봉대는 요새의 가장 깊숙한 내성 본전(本殿) 앞뜰까지 밀고 들어왔다.
이제 이 요새의 최종 방어선인 본전 정원만 돌파하면 마교의 숭산 지휘부를 완전히 궤멸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정원은 고요했고, 입구 근처에는 마교 제일의 검수로 불리는 좌사(左使) '좌현호(左賢胡)'가 차가운 미소를 지으며 대기하고 있었다.
"어리석은 정파 놈들. 이 앞뜰에는 우리 천마(天魔) 교주께서 직접 안배하신 극비의 독침 기관진인 '만독선우진(萬毒仙雨陣)'이 작동하고 있다. 한 발짝이라도 들이밀면 뼈도 못 추릴 것이다!"
본전 앞뜰을 내려다보며 륜의에 누워 있던 남궁성은 눈을 질끈 감았다.
"아이고, 눈부셔…… 햇빛이 왜 이리 직사광선으로 때리냐…… 머리 터지겠네……."
산등성이 위로 떠오른 아침 햇살이 남궁성의 얼굴을 강렬하게 비추고 있었다. 가뜩이나 편두통으로 지끈거리는 머리에 강한 햇빛까지 내리쬐자, 그의 안구는 터질 것처럼 아팠고 눈물이 질질 흘렀다.
그는 햇빛을 피하고자 륜의 머리 위에 뻗어 있는 거대한 소나무 나뭇가지 하나를 붙잡아 아래로 끌어내려 그늘을 만들려 했다.
그가 소나무 가지를 양손으로 꽉 움켜잡고 밑으로 당기던 바로 그 순간, 뇌맥이 세차게 요동치며 1각(15분) 뒤의 미래가 스쳐 지나갔다.
대략 1각 뒤의 미래.
무림맹의 고수들이 적의 도발에 분노하여 앞뜰로 진격한다.
그러나 바닥의 디딤돌을 밟는 순간, 석조 사자상 뒤에 감춰진 기관이 가동되며 사방에서 수십만 개의 만독비침(萬毒飛針)이 비 오듯 뿜어져 나온다. 남궁휘를 비롯한 정파의 고수들은 독침에 맞아 전신이 마비되어 무력하게 쓰러지고, 좌현호의 검에 참살당하는 비참한 결말이었다.
"으악! 비침 기관진이라니! 저걸 밟으면 고슴도치가 될 판이잖아!"
남궁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독침 기관을 해제하려면, 석조 사자상 뒤편 구석에 숨겨져 있는 비상 해제 레버(마교 고위층을 위한 수동 안전장치)를 작동시켜야 했다.
'소나무 가지를 잡아당겨 억지로 꺾는다. 꺾여 부러진 묵직한 소나무 가지가 절묘한 각도로 추락하여 석조 사자상 뒤편의 안전 레버를 쾅! 하고 세차게 내리누르게 만드는 거야. 그리고 부러진 가지의 풍성한 솔잎 뭉치가 비무대 앞 통로를 가로막아, 오작동으로 튕겨 나간 잔여 독침들을 방패처럼 완벽하게 막아주게 조율하는 거다!'
남궁성은 뇌맥을 관통하는 지독한 편두통 속에서 소나무 가지에 힘을 실었다.
그늘을 더 넓게 만들기 위해 온 체중을 실어 가지를 아래로 당겼는데, 순간 머리를 망치로 때리는 듯한 격통이 찾아와 손아귀에 쥐가 났다.
"끄아악……!"
남궁성은 비명을 지르며 나뭇가지를 쥔 채 앞으로 고꾸라졌고, 그의 묵직한 체중(?)을 이기지 못한 굵은 소나무 가지가 콰직!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부러져 내렸다.
쿠콰쾅!
부러진 거대한 소나무 나뭇가지가 아래로 낙하하며, 앞뜰 한구석에 세워져 있던 석조 사자상의 뒤통수를 강하게 때렸다.
그 충격으로 사자상 뒤편 틈새에 숨겨져 있던 무쇠 안전 레버가 덜컥! 하고 아래로 강하게 눌려 내려갔다.
드르륵! 툭!
그 찰나의 순간, 마교 좌사 좌현호가 정파 무사들을 유인하기 위해 바닥의 격발 발판을 밟았다.
하지만 안전 레버가 이미 내려간 상태였기에, 기관진은 오작동을 일으켰다.
독침들이 앞뜰로 발사되는 대신, 장치의 배출구가 역방향으로 돌아가 성벽 벽면 뒤에 숨어 대기하고 있던 마교 매복 사수단 수백 명을 향해 수십만 개의 독침을 폭풍처럼 뿜어냈다.
피피피피픽---!!!
"으아악! 독침이 왜 이쪽으로 날아오냐!"
"좌사님! 장치가 이상합니다! 끄윽!"
벽 뒤에 매복해 있던 마교도들은 자신들이 준비한 맹독 침에 맞아 전신이 마비되어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혹시나 오작동으로 앞뜰 방향으로 튕겨 날아간 몇 장의 잔여 독침들은 남궁성이 떨어뜨린 풍성한 소나무 솔잎 뭉치 방패에 툭툭 박히며 완벽하게 차단되었다.
"기, 기관진이 오작동하여 적들이 자멸했다!"
"심지어 소나무 가지가 독침을 완벽하게 가로막았다!"
남궁휘와 정파 장수들은 이 장엄한 광경을 보고 사기가 하늘 끝까지 솟구쳤다.
"진격하라! 좌사를 베어라!"
무사들은 솔잎 방패 뒤에서 튀어나와, 기관진 붕괴로 경악하고 있던 좌사 좌현호를 단숨에 포위하여 제압했다.
상황이 종료된 후, 부러진 소나무 가지 아래에 깔려 솔잎을 머리에 잔뜩 얹은 채 신음하고 있는 남궁성을 본 맹주 혁련진은 소름이 돋아 눈물을 흘렸다.
"남궁 소협……! 적의 만독선우진의 격발 통로와 안전 레버의 위치를 한눈에 꿰뚫어 보시고, 머리 위의 소나무 가지를 부러뜨려 레버를 누름과 동시에 솔잎으로 잔여 비침을 차단하시는 방패로 삼으신 것이오?! 이 어찌 삼라만상의 자연 지형지물마저 무기로 사용하시는 신선이 아니란 말이오!"
남궁휘 역시 흐느끼며 포권을 취했다.
"형님…… 나뭇가지 하나로 마교의 무적 기관진을 깨부수고 저희를 구하시다니, 소생은 평생 형님의 지혜의 그림자조차 따르지 못할 것입니다!"
남궁성은 이마에 박힌 솔잎을 털어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그늘 만들려다가 나무가 부러져서 머리통을 때렸네…… 솔잎은 와이리 뾰족하고 아프노…… 나 진짜 머리 아프니까 의원 좀 불러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내성의 마지막 관문마저 나뭇가지 꺾기 하나로 적의 만독진을 역으로 터뜨려 적들을 일망타진하며, 무림 역사상 가장 괴이하고도 완벽한 '송풍군사(松風軍師)'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