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75화: 구르는 돌멩이와 무림의 군신
마교의 숭산 요새 최종 진격이 시작되었다.
무림맹의 최정예 무사들은 요새의 거대한 정문을 향해 파죽지세로 진격했으나, 이내 적들의 삼엄한 성벽 방어선에 가로막혔다. 성벽 위에서는 불화살과 화약 단지가 비 오듯 쏟아졌고, 정문 앞은 강력한 강철 빗장으로 굳게 잠겨 있어 철퇴로도 부술 수 없었다.
언덕 위에서 이 참상을 지켜보던 남궁성은 륜의에 기댄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우욱…… 속이 울렁거린다……."
지독한 두통과 함께 아침에 억지로 먹은 숭늉이 역류할 것 같은 강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그는 안색이 종이 장막처럼 창백해진 채 륜의 손잡이를 꽉 움켜쥐었다.
그가 속을 게워내기 위해 상체를 앞으로 깊숙이 숙이던 바로 그 순간, 머릿속에서 벼락이 치듯 강렬한 예지가 들이닥쳤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정문 돌파가 지체되는 사이, 성벽 좌우의 암벽 위에 설치된 마교의 거대 낙석 장치인 '지옥성석(地獄星石)'이 가동된다. 집채만 한 거대한 바위 수십 개가 굴러떨어져 정문 앞에 뭉쳐 있던 남궁휘와 무당파, 화산파의 후기지수들을 완전히 깔아뭉갠다. 선봉대가 전멸하고 무림맹의 공세가 완전히 꺾여 대패하는 비참한 미래가 펼쳐졌다.
"으악! 돌 굴러가유도 아니고, 저 무식하게 큰 바위들은 대체 어디서 끌고 온 거야?!"
남궁성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낙석 장치의 격발 기어는 언덕 아래 굽잇길 구석, 잡초 사이에 교묘하게 숨겨진 강철 지지대와 도르래로 연결되어 있었다.
'저 낙석 장치의 밑바닥 고정 기어 틈새에 단단한 이물질을 끼워 넣어 기어의 회전을 강제로 멈추게 해야 해. 기어가 멈추면 절벽 위 도르래의 장력이 역류하여, 바위들이 앞으로 구르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장치를 지탱하던 성벽 뒤편의 마교 방어선 방향으로 쏟아져 내릴 텐데…….'
남궁성은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페널티 속에서 돌멩이 하나를 조준했다.
그의 륜의 바퀴 바로 옆에는, 냇가에서 굴러온 둥글고 단단한 청색 조약돌 하나가 놓여 있었다.
'륜의 바퀴를 살짝 움직여 저 조약돌을 밟고 비스듬히 튕겨낸다. 튕겨 나간 돌멩이가 경사면을 따라 굴러내려 가며 정확한 궤적으로 낙석 격발 기어 틈새에 끼어들게 만드는 거야!'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으로 신음하며 발끝으로 륜의 바퀴를 밀어 조약돌을 밟았다.
하지만 순간적인 구토감 때문에 상체가 앞으로 크게 꺾이며 발에 너무 힘이 들어갔다.
빡! 데굴데굴데굴---!
밟힌 조약돌이 엄청난 탄성을 얻어 벼락처럼 언덕 아래 흙길을 타고 굴러 내려갔다.
"우웁…… 쿨럭!"
남궁성은 다리가 풀려 바닥에 침과 신물을 뱉어내며 고꾸라졌다.
그가 바닥에 쓰러져 신음하는 사이, 날아간 청색 조약돌은 기가 막힌 물리학적 궤적을 그리며 굴러 내려가, 성벽 아래 수풀 속에 숨겨져 있던 마교의 낙석 장치 격발 기어의 톱니 틈새 속으로 쏙! 하고 정확히 끼어들어 박혔다.
바로 그 찰나, 성벽 위 마교의 장로가 고함을 질렀다.
"낙석 장치를 가동하라! 정파 놈들을 뭉개버려라!"
마교도들이 밧줄을 잘라 낙석을 격발시켰다.
하지만 둥근 톱니바퀴가 단 한 바퀴를 돌기도 전에, 남궁성이 보낸 조약돌이 톱니 틈새에 꽉 끼어들며 기어가 콰직! 하고 강력한 소음과 함께 멈춰 섰다.
콰아아앙!
기어가 급정거하자, 절벽 위 도르래에 걸려 있던 엄청난 장력이 역방향으로 벼락처럼 요동쳤다.
지지력을 잃은 거대 바위들은 앞으로 굴러떨어지는 대신, 도르래 밧줄에 이끌려 성벽 안쪽의 마교 연병장과 방어선 방향으로 무섭게 무너져 내렸다.
쿠쿠쿠쿠쿵---!!!
"으아악! 바위가 왜 이쪽으로 굴러오냐!"
"성벽이 무너진다! 살려줘!"
자신들이 준비한 돌더미에 깔린 마교 무사 수백 명이 비명을 지르며 압사당했고, 연쇄 붕괴의 충격으로 요새의 철옹성 같던 정문 지지대가 콰콰쾅! 하고 부서져 내리며 정문이 통째로 뜯겨 나갔다.
"문이 열렸다! 마교 놈들이 자멸했다!"
"진격하라! 마교를 토벌하라!"
남궁휘와 정파 무사들은 사기가 충천하여 열린 문을 향해 폭풍처럼 진격해 들어갔다.
상황을 지켜보던 무림맹주 혁련진은 흙바닥에 쓰러진 채 구토하고 있는 남궁성을 바라보았다. 맹주의 얼굴은 이제 인간에 대한 경외를 넘어 신앙에 가까운 표정으로 물들어 있었다.
"남궁 소협……! 적의 낙석 장치의 물리적 맹점을 단 한 알의 조약돌로 타격하여 기어를 멈추고, 장력을 역이용해 정문을 깨뜨리신 것이오?! 게다가 그 엄청난 기의 역류를 계산하느라 저리 피와 신물을 토하시다니……!"
남궁휘는 눈물을 흘리며 남궁성을 안아 올렸다.
"형님! 자신의 육신을 깎아내며 무림의 평화를 이룩하시는 그 고귀한 희생, 이 남궁휘는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남궁성은 사촌 동생의 품에 안겨,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과 울렁거림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속 쓰려 죽겠는데 왜 자꾸 흔들어 대냐…… 흙바닥에 자빠져서 옷 다 배렸네…… 나 좀 가만히 놔두고 집으로 보내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숭산 요새의 공성전마저 조약돌 퉁기기 하나로 적의 무적 방어선을 붕괴시키며,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 숭고한 '천무공(天武公)'이자 신의 군사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