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74화: 날아간 숟가락과 무림의 독보
숭산 요새 공략을 코앞에 둔 무림맹의 임시 대회의실 막사.
맹주 혁련진을 비롯한 각 문파의 장로들과 고수들이 지도 주위에 모여 최후의 진격 작전을 논의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었고, 모두가 초조하게 입술을 깨물었다.
그 무거운 침묵 속에서, 회의 탁자 상석에 앉은 남궁성만이 홀로 다른 짓을 하고 있었다.
달그락. 짭짭.
"흐아…… 목구멍이 아프다……."
남궁성은 이마에 식은땀을 흘리며 은색 숟가락으로 따끈한 인삼 닭죽을 떠먹고 있었다. 지독한 두통과 함께 편도선이 부어올라 밥을 씹을 기력조차 없었기에, 남궁휘가 끓여다 준 죽으로 겨우 연명하는 중이었다.
그가 숟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던 찰나, 머릿속을 관통하는 강렬한 격통과 함께 눈앞이 어두워졌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작전 회의가 한창이던 중, 회의에 참석하고 있던 화산파의 외당 집사 '황삼(黃森)'이 품속에서 맹독을 바른 단검을 꺼내 맹주 혁련진의 등 뒤를 기습한다. 그는 마교가 정파의 상층부에 심어둔 특급 프락치(첩자)였다.
동시에 요새 성벽 위에서 마교가 자랑하는 거대 기계 공성 병기 '지옥천궁(地獄天弓)'이 발사한 집채만 한 거대 무쇠 창이 사령부 막사 천장을 뚫고 내리꽂힌다. 맹주는 황삼의 기습을 피하려다 날아든 쇠창에 몸이 꿰뚫려 즉사하고, 회의장은 피바다가 되는 비참한 파멸이었다.
"으악! 기습에다 공성포 저격까지 세트로 들이닥치네! 이 미친놈들은 협상이라는 걸 모르는가?!"
남궁성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황삼의 기습을 막고, 맹주가 거대 무쇠 창의 낙하 궤적에서 벗어나게 만들어야 했다.
거대 쇠창은 정확히 15분 뒤, 맹주가 서 있는 탁자 중앙의 의자 위치를 수직으로 관통할 예정이었다.
'황삼이 칼을 뽑아 드는 찰나에 그의 눈이나 손목을 타격해 기습을 무산시켜야 해. 그리고 맹주가 서 있는 위치를 비틀어 쇠창을 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남궁성은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 속에서 숟가락의 비행 궤적을 소수점 단위로 계산했다.
그는 닭죽을 먹다가, 뇌맥의 발작으로 숟가락을 놓쳐 손가락을 미끄러뜨린다. 미끄러진 숟가락이 탁자 모서리를 때리며 회전력을 얻어 허공으로 팽글팽글 날아간다.
날아간 은숟가락은 뒤편에서 칼을 뽑으려던 화산파 첩자 황삼의 오른쪽 눈등을 콰직! 하고 정확히 때린다.
황삼이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질 때, 황삼의 손에서 미끄러진 독단검이 맹주 혁련진의 발밑으로 굴러가 맹주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다. 맹주가 바닥으로 풀썩 고꾸라지는 찰나의 순간, 천장을 뚫고 날아온 지옥천궁의 거대 무쇠 창이 맹주가 서 있던 자리를 관통하여 황삼의 가슴팍을 꿰뚫어 벽에 박아버리는 미래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좋아, 내 은숟가락의 비행 능력을 믿어보자!'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뜨거운 닭죽을 입에 넣으려다 숟가락을 쥔 손가락에 경련을 일으켰다.
"끄흐윽……!"
지독한 마비통이 들이닥치며 손이 미끄러졌고, 숟가락이 탁자 모서리에 팅! 하고 강하게 부딪쳤다.
팅---! 팽글팽글팽글!
남궁성의 손을 떠난 은숟가락이 엄청난 속도로 회전하며 허공을 날아갔다.
"앗! 형님의 숟가락이!"
남궁휘가 외치는 순간.
탁자 뒤편에서 품속의 독단검을 반쯤 뽑아 들고 맹주의 등 뒤로 쇄도하려던 첩자 황삼의 미간 한가운데에 은숟가락이 정확하게 직격했다.
딱---!
"끄아아악! 내 눈!"
황삼은 미간에 불이 번쩍이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뒤로 자빠졌고, 그의 손에서 빠져나간 독단검이 탁자 밑바닥 청석 바닥을 타고 주르륵 굴러갔다.
데굴데굴데굴. 척.
"음? 이게 무엇이냐?"
작전을 설명하던 맹주 혁련진이 발밑에 굴러온 은빛 단검에 시선을 빼앗겨 한 걸음 내딛다, 단검 자루를 밟고 발을 헛디뎠다.
"어이쿠!"
맹주가 중심을 잃고 앞으로 철퍼덕 고꾸라지며 대연무장 탁자 밑으로 처박힌 바로 그 찰나!
쐐애애애액---!!!
귀를 찢는 듯한 마찰음과 함께 막사 천장을 뚫고 거대한 무쇠 창 한 자루가 수직으로 내리꽂혔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충격과 함께 회의용 나무 탁자가 산산조각이 났고, 맹주가 조금 전까지 서 있던 자리가 아득하게 패여 나갔다. 그리고 튕겨 나간 무쇠 창의 끝부분이 뒤로 자빠져 비명을 지르던 첩자 황삼의 허벅지를 꿰뚫어 바닥에 못 박아버렸다.
"끄아아아악! 살려줘!"
황삼이 피를 토하며 절규했다.
회의장 안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되었다.
"자, 자객이다! 화산파의 황삼이 자객이었다!"
"성벽에서 쏜 공성 쇠창이다! 맹주님을 저격하려 했다!"
남궁휘와 장로들이 즉각 날아올라 허벅지가 박힌 황삼을 포박하고 쇠사슬로 묶었다.
바닥에서 흙을 털며 일어난 맹주 혁련진은 산산조각 난 탁자와 황삼을 번갈아 보며 소름이 돋아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남궁 소협……! 적의 첩자가 내 등 뒤를 노림과 동시에 성벽 위에서 쇠창이 날아올 것을 감지하시고, 숟가락을 던져 적을 제압함과 동시에 단검을 굴려 나를 넘어지게 만들어 저격을 피하게 하신 것이오?! 이 어찌 물리적 인과율을 머리카락 한 올 단위로 통제하시는 신산이란 말이오!"
남궁휘 역시 흐느끼며 포권을 취했다.
"형님…… 숟가락 하나로 화산파의 첩자를 잡고 맹주님의 목숨을 구하시다니, 소생은 평생 형님의 지혜의 그림자도 밟지 못할 것입니다!"
남궁성은 엎어진 죽 대접을 바라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내 닭죽…… 반도 못 먹었는데…… 숟가락은 또 어디로 날아간 거야…… 나 배고프다고…… 밥 좀 편하게 먹자…….'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작전 회의장마저 숟가락 날리기 하나로 마교의 특급 스파이를 잡고 맹주의 목숨을 구하며, 무림 역사상 가장 괴이하고도 완벽한 '숟가락의 신(神匙)'으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