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70화: 징소리가 울린 출사표 (3부 결승부)
사천 건고추를 태워 가스 테러를 막아내고 사령부를 구원한 업적 덕분에, 남궁성의 위명은 이제 인간의 영역을 아득히 초월하여 하늘의 신선에 비견되었다. 무림맹의 모든 장수들과 수만 명의 정파 무사들은 그의 말 한마디를 신의 계시처럼 따를 준비가 되어 있었다.
마교의 대부대가 숭산 골짜기 너머에서 최후의 총공세를 준비하고 있다는 첩보가 접수된 결전의 아침.
맹주 혁련진과 선봉대장 혁련풍 장군은, 출정하기 전 수만 명의 무사들 앞에서 사기를 고취시킬 '출사표(出師表)' 연설을 총군사인 남궁성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대연무장 정중앙의 가장 높은 사령대(司令臺)에 올라선 남궁성은, 안색이 창백해진 채 무사들을 내려다보았다. 수만 명의 무사들이 뽑아 든 검날이 아침 햇살을 받아 번쩍이고 있었다.
'망했다…… 이 많은 사람들 앞에서 무슨 헛소리를 지껄여야 하지? "나는 무공도 못 하니 너희들끼리 알아서 해라"라고 하면 가문의 장로들이 먼저 날 베려 하겠지?'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혹시 모를 파국을 피하고자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남궁성이 단상 중앙에서 장엄하게 연설을 하던 중, 저 멀리 숲속 대나무 위에 매복해 있던 마교의 백보신궁(百步神弓) 저격수가 쏜 쾌속한 '암영살선(暗影殺線-그림자 저격 화살)'이 단상 위의 무림맹 깃발(맹주기)의 밧줄을 꿰뚫는다. 맹주의 깃발이 땅으로 무너지며 사기가 땅에 떨어지고, 이 사고가 "정파의 운명이 끝났다!"는 불길한 징조로 오해받아 군대가 붕괴하는 비참한 미래가 펼쳐졌다.
"으악! 깃발이 부러지면 내 목숨도 부러진단 말이야!"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저격 화살을 피하고 사기를 하늘 끝까지 끌어올릴 묘책을 고민했다.
저격수의 화살은 정확히 15분 뒤, 맹주기의 깃대 상단을 명중시킬 예정이었다.
'깃대의 각도를 미세하게 남쪽으로 3도만 기울여 화살을 피해야 해. 그리고 피한 화살이 깃대 뒤에 놓인 대청동 징( gong)의 한가운데를 때리게 만든다면?'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연설을 마치기 직전, "오직 땅과 바람만이 우리의 검을 인도하리라!"라는 짧고 난해한 독백을 뱉은 뒤, 뇌맥의 두통 페널티로 비틀거리며 단상 옆의 거대한 맹주기 깃대를 손으로 꽉 붙잡고 기대어 중심을 잡는다.
남궁성의 체중이 실려 깃대가 남쪽으로 3도 툭 기운다.
그 순간 날아온 마교의 그림자 화살이 기운 깃대를 빗겨 나가며, 바로 뒤에 서 있던 거대한 대청동 징의 한가운데를 쾅! 하고 사정없이 들이받는다.
징이 웅---!!! 하고 요란하고 장엄한 전승(戰勝)의 징소리를 내뿜으며 진동하고, 튕겨 나간 화살이 각도를 비틀어 저 멀리 숲속 대나무 위에서 화살을 쏘고 도망치려던 마교 저격수의 미간을 정확히 명중시켜 떨어뜨리는 미래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좋아! 전승의 징소리를 울려라!'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참고 눈을 떴다.
수만 명의 무사들이 그의 입술을 주시하고 있었다.
남궁성은 짐짓 하늘을 우러러보며 장엄하게 한마디 독백을 뱉었다.
"무릇 무인이란 자연의 흙으로 돌아가는 법. 오직 바람과 땅의 이치만이 우리의 검을 승리로 인도할 것이오."
연설이 끝나자마자, 남궁성은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페널티로 다리가 풀려 비틀거렸다. 그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단상 옆에 고정되어 있던 거대한 맹주기 깃대를 양손으로 꽉 붙잡고 기대었다.
지직!
남궁성의 묵직한 기운(?)에 밀려 깃대가 남쪽으로 드르륵 3도 기울어졌다.
바로 그 찰나!
숲속 높은 곳에서 쐐액- 하는 날카로운 마찰음과 함께 보이지 않는 마교의 저격 화살이 맹렬하게 날아왔다.
화살은 남궁성이 기울여놓은 깃대 끝을 간발의 차로 스쳐 지나쳐, 그 뒤에 놓여 있던 대연무장의 거대한 승전 청동 징을 정타로 때렸다.
콰아아앙---!!!
웅웅웅웅---!!!
장엄하고 웅장한 전승의 징소리가 숭산 골짜기 전체를 진동시켰다.
그리고 징에 부딪쳐 반사된 그림자 화살은 기가 막힌 탄성을 얻어 역방향으로 벼락처럼 날아갔고, 저 멀리 숲속 대나무 위에서 도망치려던 마교의 현상 수배 저격수의 가슴을 정확히 꿰뚫어 땅으로 추락시켰다.
"으악!"
수풀 속에서 첩자가 추락하는 소리와 함께, 웅장한 징소리를 들은 무림맹 무사들은 피가 끓어오르는 전율을 느꼈다.
"총군사 소협이 출사표를 마치는 순간, 하늘이 대답하듯 승전의 징소리가 울렸다!"
"심지어 숨어 있던 자객의 암습을 깃대로 받아쳐 스스로 멸하게 만드시다니!"
"오오! 남궁성! 남궁성! 남궁성!"
맹주 혁련진은 눈물을 흘리며 포권을 취했고, 수만 명의 무사들은 칼을 뽑아 하늘을 찌르며 광란에 가까운 함성을 질렀다.
"소가주! 무림의 구세주! 맹주 소협!"
남궁성은 흔들리는 깃대를 잡고,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어지러워서 깃대를 잡은 건데…… 징소리는 와이리 시끄럽노…… 저 멀리 떨어진 첩자는 또 왜 돌을 맞은 것처럼 비명을 지르고 난리야…… 집에 가고 싶다…….'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결전 전야의 출사표마저 깃대 비틀기 하나로 적의 에이스 저격수를 잡고 수만 군대의 사기를 충천시키며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신(軍神)'으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
(3부 천하제일무술대회 파란 -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