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7화: 가문 회의와 위대한 기만자
"흑룡채(黑龍寨)의 기세가 심상치 않소. 우리 세가의 강남 지부를 노리고 경계선에서 무력 도발을 감행하고 있다는 보고가 올라왔소이다."
남궁세가의 엄숙한 대회의실. 대장로 남궁벽이 백발을 휘날리며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회의실 탁자 주위에는 가주 남궁태황을 비롯한 최고위 장로들이 가득 앉아 있었고, 그 말석에는 하품을 참느라 눈물을 찔끔 흘리고 있는 남궁성이 억지로 앉아 있었다. 가문 자객 생포 사건 이후, 장로들이 "가문의 중대사에 천기를 읽는 삼공자의 의견이 반드시 반영되어야 한다"며 그를 강제로 끌고 온 탓이었다.
'아니, 난 흑룡채가 뭔지도 모르고 관심도 없다고…… 집에서 낮잠이나 자고 싶다.'
남궁성은 이 지루한 회의가 언제 끝날지 어림하기 위해 슬그머니 눈을 감고 대략 일각 뒤의 미래를 살폈다.
징하는 진동과 함께 머릿속이 지끈거리며 미래의 풍경이 겹쳤다.
그런데 환영 속 대회의실의 풍경은 기이했다. 가주와 장로들이 모두 탁자에 대가리를 박은 채 거품을 물고 쓰러져 있었고,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온 흑룡채의 세작(스파이)들이 가문의 기밀문서와 문장을 탈취해 유유히 도망치고 있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회의 도중 하인 복장을 한 세작이 장로들에게 독이 든 삼화차(三花茶)를 대접했고, 아무 의심 없이 차를 마신 고수들이 중독되어 쓰러진 것이었다.
'헉, 독차라고?!'
남궁성은 소름이 쫙 돋았다. 아무리 가문이 귀찮아도 아버지가 쓰러지고 가문이 망하는 꼴을 볼 수는 없었다. 그는 즉시 눈을 번쩍 뜨고 탁자를 탁 쳤다.
"멈추십시오! 지금 차를 마시면 안 됩니다!"
회의실의 시선이 일제히 남궁성에게 쏠렸다. 남궁태황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성아, 또 무엇을 본 것이냐?"
"잠시 뒤, 대략 차 한 잔 마실 시간(일각) 뒤에 하늘이 뒤틀리고 우리 가문의 배신자가 이 회의실로 독약을 들고 들어올 것입니다! 만약 차를 한 모금이라도 드시면 모두 똥통에 빠진 듯 거품을 물고 쓰러지실 겁니다!"
남궁성의 당당한 예언에 장로들은 들고 있던 찻잔을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회의실에는 침묵과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배신자라니…… 과연 누구란 말인가?"
장로들은 문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경계 태세를 갖췄다. 남궁성 역시 가슴을 졸이며 바람의 흐름과 구름의 움직임을 살폈다. 그의 어림으로는 분명 15분 뒤에 차가 들어와야 했다.
5분이 흘렀다.
문밖은 고요했다.
10분이 흘렀다.
아직도 아무런 소식이 없었다.
15분이 경과했다.
여전히 문은 열리지 않았고, 마당에서는 참새들이 짹짹거리는 평화로운 소리만 들려올 뿐이었다.
회의실 내부의 긴장감이 점차 묘한 어색함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대장로 남궁벽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음…… 성아. 일각이 지난 것 같다만, 배신자는커녕 하인 놈도 보이지 않는구나."
남궁성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어라? 왜 안 오지? 분명 일각 뒤였는데!'
그는 다급히 머리를 굴렸다. 아차, 시간 어림의 오류였다!
오늘따라 바람이 불지 않아 나뭇잎의 흔들림이 거의 없었고, 독약을 탄 세작 놈이 심장 떨림과 긴장감 때문에 다리가 풀려 평소보다 세 배는 느린 걸음으로 회랑을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바람과 걸음걸이의 물리를 기계처럼 계산하지 못하는 예지력의 한계였다.
20분이 지났다.
장로들의 시선에 의구심이 깃들기 시작했다.
"성아, 혹시 대련의 후유증으로 헛것을 본 것은 아니더냐?"
남궁성은 등줄기가 축축해졌다. 만약 이대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면, 사기꾼으로 몰려 가문에서 쫓겨나거나 매질을 당할 터였다. 그는 어떻게든 시간을 벌기 위해 짐짓 진중한 표정을 지으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허허…… 장로님들. 참을성이 그리 없으셔서야 어찌 대업을 논하겠습니까. 배신자의 발걸음이 무겁고 겁에 질려 늦어지는 것까지 제가 어찌할 수는 없는 법. 진짜 현자는 적이 스스로 정체를 드러낼 때까지 기다리는 법입니다."
남궁성의 뻔뻔하고도 고고한 태도에, 장로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 삼공자는 이미 적의 심리 상태와 걸음걸이 속도까지 계산하고 계셨던 거야! 우리가 섣불리 움직여 세작을 놀라게 하지 않도록 일부러 기다리게 만드신 게로군!'
그리고 마침내 25분이 되는 순간.
드디어 회의실 문이 조심스럽게 열리며, 쟁반에 찻잔들을 받쳐 든 젊은 하인이 들어왔다. 그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했고, 손은 눈에 띄게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그 하인의 모습을 본 장로들의 눈빛이 매섭게 빛났다. 정말로 남궁성이 말한 '겁에 질려 발걸음이 늦어진 세작'의 형상 그대로였기 때문이다.
"가, 가주님과 장로님들께 차를 올리겠습니다……."
하인이 찻잔을 돌리려던 찰나, 대장로 남궁벽이 냉소하며 찻잔 하나를 낚아챘다.
"오냐, 마침 목이 타던 참이었다. 그런데…… 이 차를 마시기 전에, 회의실 구석에 누워 있는 삽살개 놈에게 한 모금 먼저 먹여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예, 예?! 그, 그것이 무슨……!"
하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흙빛으로 변했다. 그는 쟁반을 내팽개치고 창문을 깨며 밖으로 탈출하려 했으나, 이미 대비하고 있던 남궁태황의 손가락 끝에서 뿜어진 무형검기가 하인의 다리 혈도를 정확하게 꿰뚫었다.
"커헉!"
하인은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고꾸라졌다. 쏟아진 차를 바닥에 떨어진 빵 조각과 함께 핥아먹은 쥐새끼 한 마리가, 불과 서너 걸음도 걷지 못하고 온몸을 덜덜 떨며 급사하는 모습이 모두의 눈에 목격되었다. 극독이었다.
"이 빌어먹을 놈! 감히 남궁세가의 장로들을 독살하려 해!"
장로들이 분노하여 일어섰고, 세작은 그 자리에서 포박당했다.
상황이 종료되자, 회의실 안의 모든 이들이 일제히 남궁성을 바라보았다. 그들의 눈에는 이제 단순한 오해를 넘어 광신적인 숭배의 빛마저 감돌고 있었다.
"배신자의 걸음걸이가 늦어질 것까지 내다보시고, 적이 방심하여 스스로 독차를 회의실 한복판까지 배달하게 만드시다니……! 이 무슨 무서운 신산(神算)이란 말인가!"
"삼공자님께서는 가문의 고수들이 스스로의 참을성을 기르도록 시험하신 것이 틀림없소! 참으로 깊으신 도(道)의 안목이십니다!"
남궁성은 그저 조용히 찻잔을 매만지며 속으로 흐느꼈다.
'아니야…… 나 진짜 시간 계산 틀려서 똥줄 탔던 거라고…….'
하지만 그의 고통스러운 침묵은 회의실 내에서 "승리에 도취하지 않는 진정한 대천재의 겸양"으로 기록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