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67화: 패왕의 증표와 연기 방귀
천하제일무술대회에서 소림의 신승 혜강의 금종조를 징소리 공명으로 깨부순 남궁성은, 마침내 무림 역사상 전무후무한 '천하제일후기지수'이자 무림맹의 공식 '총군사(總軍師)'로 등극했다.
무림맹 총본산의 백옥 대강당에서는 수천 명의 무림인들이 모인 가운데 화려한 위임식이 열렸다. 무림맹주 혁련진은 금색 용이 새겨진 묵직한 청동패인 '맹주총패(盟主總牌)'를 황금 쟁반에 담아 남궁성에게 건넸다.
"총군사 소협! 이 맹주총패는 맹주 다음가는 권력의 상징이오. 이 패를 받아 우리 무림맹의 모든 군사 작전을 총지휘해 주시오!"
남궁성은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은 처참한 심정이었다.
'총군사라니! 매일 밤샘 작전 회의에, 보고서 검토에, 최전선 전장 지휘까지…… 내 한량 생활은 완전히 끝났잖아! 이 무거운 쇳덩이 패는 또 왜 이리 무거워!'
남궁성은 당장 패를 팽개치고 탈출하고 싶었으나, 맹주의 강렬한 눈빛 때문에 마지못해 패를 받으려 손을 뻗었다. 그는 혹시 모를 파국을 막기 위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맹주총패를 받은 남궁성이 단상 중앙에 서서 소감을 발표하려는 찰나, 원로 장로 석에 조용히 앉아 있던 마교의 고위 첩자가 품속에 숨겨둔 자폭용 극독 가스탄이자 고열 폭탄인 '폭화뇌(爆火雷)'의 실을 당긴다. 백옥 단상 전체가 굉음과 함께 폭발하여 아수라장이 되고, 남궁성은 가루가 되어 사라지는 끔찍한 미래가 보였다.
"으악! 기쁨을 즐기기도 전에 폭사당하잖아! 첩자 녀석들, 진짜 끈질기네!"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음모를 분쇄할 방법을 찾았다.
자폭탄 폭화뇌는 자객의 오른쪽 소매 속 가죽 주머니 안에 밀봉되어 있었고, 가죽 주머니는 열과 압력을 견디는 특수 방화(防火) 가죽이었다.
'자객이 밧줄을 당기기 전에 궤적을 비틀어, 장치가 밀봉된 가죽 주머니 내부에서 억지로 먼저 터지게 만들어야 해.'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맹주총패를 받으려는 순간,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페널티 때문에 손가락에 힘이 풀려 묵직한 청동 맹주총패를 바닥에 툭 떨어뜨린다.
미끄러운 백옥 바닥을 타고 청동패가 벼락처럼 굴러가, 원로 장로들이 앉아 있던 긴 나무 벤치의 기둥 다리를 강하게 들이받는다.
의자가 세차게 흔들리자, 그 위에 앉아 자폭 타이밍을 재고 있던 자객(원로 장로 위장)이 중심을 잃고 비틀거린다.
비틀거리던 자객의 소매가 옆에 앉아 있던 무당파 장로의 예리한 검 손잡이에 콱 걸리면서, 가스탄의 기폭 실이 원치 않는 타이밍에 팽팽하게 당겨진다.
폭탄은 아직 가죽 주머니 속에서 꺼내지지도 않은 상태에서 내폭(Implosion)을 일으켜 펑! 소리를 낸다.
두꺼운 가죽 주머니 덕분에 화염은 밖으로 뿜어지지 않지만, 터진 고압의 연기 폭풍이 자객의 소매와 도포 바지 가랑이 사이로 시커먼 방귀처럼 뿜어져 나와 자객을 질식시켜 생포하는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좋아, 맹주총패의 무게를 믿어보자!'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황금 쟁반 위의 청동패로 손을 뻗었다.
그러나 맹주총패는 상상 이상으로 묵직했고, 그의 손가락은 두통 때문에 굳어 있었다.
스르륵! 탁!
"어어?!"
남궁성의 손에서 미끄러진 묵직한 청동패가 백옥 바닥 위로 떨어졌다.
바닥에 닿은 청동패는 빙글빙글 돌더니, 기가 막히게 바닥의 경사면을 타고 벼락같은 속도로 미끄러져 가 원로 장로들이 앉아 있던 긴 벤치 다리를 강하게 들이받았다.
깡!
벤치가 강하게 요동쳤다.
그 위에 앉아 품속의 폭탄 선을 쥐고 타이밍을 재고 있던 마교 자객은 기겁하며 중심을 잃고 허우적거렸다.
그가 중심을 잡기 위해 오른팔을 휘두르는 순간, 그의 넓은 소매가 옆자리 장로의 차가운 검코등이에 걸렸다.
지지직! 틱!
자폭용 폭화뇌의 내부 기폭 줄이 팽팽하게 당겨졌다.
그러나 폭탄은 아직 자객의 도포 속 두꺼운 특수 가죽 가방 안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쿠우웅!
"끄헤엑?!"
자객의 도포 안에서 둔탁한 폭음이 들렸고, 화염은 가죽 가방에 막혀 밖으로 나오지 못했으나, 내폭으로 뿜어진 엄청난 양의 오색 독연기 폭풍이 자객의 소매 자락과 바지 가랑이 틈새로 벼락처럼 뿜어져 나왔다.
자객은 엉덩이와 바지 틈새에서 시커먼 유독 연기 폭풍을 뿜어내며 기침을 하다 바닥으로 나자빠졌다. 마치 기괴한 연기 방귀를 뀌는 듯한 몰골이었다.
"자객이다! 연기 방귀를 뀌는 첩자를 체포하라!"
무사들이 즉각 날아올라, 독연기에 질식해 바닥을 기어 다니는 자객을 단숨에 결박했다.
대강당 안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맹주 혁련진은 바닥에 굴러다니는 청동패와 자객을 보고 소름이 돋아 남궁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가주 총군사 소협! 식을 진행하시는 찰나에도 원로 석에 숨은 자폭 테러 자객을 감지하시고, 청동패를 던져 자폭 장치를 안전하게 내폭시켜 무력화하다니! 이 어찌 천하의 물리와 역학을 지배하시는 지혜란 말이오!"
남궁휘 역시 눈물을 흘렸다.
"형님…… 맹주총패의 무거운 무게마저 저격 암기로 사용하시다니, 형님의 계산은 정말 천하의 모든 원리를 다 덮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남궁성은 시커멓게 그을린 바닥을 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청동패가 발가락에 떨어져 뼈가 나간 것 같은데…… 첩자는 와 저기서 방귀 연기를 뿜고 지랄이고…… 나 진짜 사령부 안 가고 싶다고…….'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위임식 첫날마저 청동패 하나로 마교의 자폭 원로를 연기 방귀쟁이로 만들어 생포하며 무림맹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도 엽기적인 '대군사'로 강림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