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66화: 징소리가 깨운 금종조 (3부 중반부)
마침내 천하제일무술대회의 최종 결승전의 해가 떠올랐다.
대연무장 중앙의 거대한 비무대를 둘러싼 수만 명의 무사들은 숨을 죽였다. 남궁성은 어젯밤 자객을 화로 구이로 만들며 겪은 뇌맥의 통증 때문에, 안색이 시체처럼 하얗게 질린 채 남궁휘의 어깨에 기대어 비무대 위로 겨우 걸어 올라갔다.
관중석 곳곳에서는 정파 무사들의 흐느낌이 들려왔다.
"아……! 소가주 삼공자님께서는 어젯밤 천장이 무너지는 자객의 습격을 예지력으로 막아내시느라, 뇌맥의 기력을 완전히 소진하셨구려!"
"그런 몸으로도 정파의 명예를 위해 비무대에 서시다니, 저 비장한 눈빛에 눈물이 앞을 가리는구려!"
남궁성은 속으로 통곡했다.
'비장하긴 개뿔…… 진짜 등 가려움증에 감기 기운까지 겹쳐서 죽을 것 같다고! 얼른 대충 끝내고 기절하자!'
비무대 맞은편에는 소림사가 자랑하는 기린아, 금강불괴의 육체를 지닌 신승 혜강(慧剛) 스님이 가부좌를 틀고 조용히 합장을 올렸다.
"아미타불. 남궁 시주, 시주의 깊은 병마와 기인적 위명은 익히 들었소. 소승은 공격하지 않겠소이다. 오직 소림의 비기인 '나한금종조(羅漢金鐘罩)'로 방어만 할 테니, 시주께서 이 금종조를 단 1푼이라도 흔들 수 있다면 소승이 패배를 시인하겠소."
스님이 내력을 가동하자, 그의 몸 주변으로 은은한 황금빛의 거대한 종(鐘) 모양의 진기 장막이 형성되며 철통같은 방어망을 쳤다.
남궁성은 다리가 후들거리며 찻잔 옆에 놓여 있던 목감기용 목캔디(딱딱한 계피 설탕 과자) 한 조각을 입에 물었다. 그는 어떻게든 살아남아 이 무대를 끝내기 위해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비무가 시작되자 남궁성이 기권하려 하지만, 뇌맥의 폭발적인 두통 페널티로 입이 열리지 않고 쓰러진다. 쓰러지면서 혜강 스님의 강력한 금종조 반사 내력에 튕겨 나가 비무대 바닥에 척추를 부딪쳐 대참사가 일어나는 미래가 선명하게 보였다.
"으악! 튕겨 나가서 척추가 부러진다고?! 뇌진탕보다 더하잖아!"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금종조의 약점을 추적했다.
혜강의 나한금종조는 기가 막히게 완벽한 구(球) 형태의 진동막이었으나, 특정 진동수(Acoustic Resonance)의 소리와 물리적 충격이 겹치면 진기막 내부의 고동이 꼬이며 급격히 폭발해 소멸하는 공명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그 공명 주파수는 정확히 비무대 옆에서 대결 시간을 알리기 위해 삼십 분마다 치는 무림맹의 거대한 청동 징( gong) 소리의 주파수와 일치하는군. 그리고 징 소리가 나는 그 찰나의 순간, 금종조 중앙의 기문(氣門)인 배꼽 혈도(신궐혈)에 딱딱한 이물질을 던져 충격을 주어야 해.'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목감기 때문에 격렬하게 켁켁거리며 기침을 하다, 입안의 딱딱한 계피 설탕 과자 조각을 혜강 스님의 금종조 배꼽 방향을 향해 퉤 하고 뱉어낸다.
그 과자 조각이 금종조 장막에 닿아 딱! 하는 미세한 진동을 일으키는 바로 그 찰나의 마이크로초(Micro-second) 순간, 무림맹 심판이 시간 경과를 알리기 위해 거대한 청동 징을 쾅! 하고 친다.
징 소리의 강력한 공기 파동이 설탕 과자의 미세한 접촉 파동과 만나 간섭 중첩(공명)을 일으키며, 황금빛 금종조가 유리 깨지듯 챙그랑! 소리를 내며 사방으로 파편처럼 산산조각이 나 버린다.
그리고 반사 기운의 역류로 혜강 스님이 뒤로 날아가 비무대 바닥에 무릎을 꿇고 굴복하는 미래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좋아, 계피 사탕의 접착 공명력을 보여주마!'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계피 사탕 조각을 입술 끝에 장전했다.
혜강 스님은 황금빛 금종조의 기세를 극한으로 끌어올려 철통 방어망을 치고 있었다.
"오시오, 남궁 시주!"
남궁성은 앞으로 한 걸음 내딛다가, 뇌맥의 두통 패널티로 인해 허리를 90도로 꺾으며 맹렬한 기침을 쏟아냈다.
"콜록! 쿨럭! 퉤!"
입에서 날아간 작은 계피 사탕 조각이 포물선을 그리며 혜강 스님의 금종조 정중앙을 때렸다.
딱!
바로 그 찰나의 순간!
비무대 구석의 심판 장로가 15분 경과를 알리기 위해 채를 쥐고 거대한 청동 징을 힘껏 내리쳤다.
쾅---!!!
묵직하고 거대한 청동 징 소리의 파동이 비무대 대기를 강렬하게 뒤흔들었다.
그 징 소리의 주파수가, 사탕이 대접한 미세 진동 파동과 만나 간섭 중첩을 일으켰다.
챙그랑!!!
맑고 깨지는 날카로운 굉음과 함께, 혜강 스님의 무적이던 황금빛 나한금종조가 사방으로 백색 진기 파편이 되어 와장창 박살 나 흩날렸다.
"아아악?!"
금종조 파괴의 충격과 내력 역류로 혜강 스님은 비명을 지르며 뒤로 날아갔고, 비무대 바닥에 무릎을 꿇고 털썩 엎어졌다. 그의 단전은 내력의 급격한 정지로 인해 일시적으로 폐쇄되어 신음했다.
"이, 이럴 수가…… 내 나한금종조가 깨지다니……."
남궁성은 바닥에 쓰러진 채, 기침을 뱉으며 혜강 스님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연무장 주변의 수만 명 무사들은 기적을 목격한 듯한 전율 속에 오열했다.
"소가주 남궁성! 소림의 비기마저 징소리 하나로 깨부수셨다!"
"스스로 피를 쏟으시며 무릎을 꿇으면서도, 단 하나의 사탕으로 공명을 유도해 내시는 저 신비로운 안계!"
"참으로 아름다운 승리로다!"
혜강 스님은 눈물을 흘리며 합장을 올렸다.
"남궁 시주…… 소승이 졌소이다. 시주의 무학은 이미 음파(音波)와 공기의 이치마저 다 통제하고 계시는군요. 이 깨달음을 가슴에 새기겠소."
남궁성은 데인 혀를 쓸어내리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기침 나서 사탕을 뱉은 건데…… 징소리는 와이리 시끄럽노…… 귀청 떨어질 뻔했네…… 나 진짜 퇴근 좀 시켜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천하제일무술대회의 결승전마저 계피 사탕 하나로 소림의 신승을 굴복시키며, 마침내 공식적인 '천하제일의 패자(霸者)'이자 천하 무림 전체의 총맹주 후보로 등극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