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64화: 제갈세가의 꼬인 진법
천하제일무술대회의 준결승전(4강전)의 막이 올랐다.
남궁성의 준결승 상대는 기문둔갑과 제갈철선(諸葛鐵扇)의 제일천재이자, 머리싸움에서 단 한 번도 패배한 적이 없다는 제갈세가(諸葛世家)의 기린아, '제갈현(諸葛賢)'이었다.
제갈현은 남궁성의 모든 대결을 기록하며 밤새 분석한 인물이었다.
'남궁성…… 그는 기인이다. 적의 검로를 기막히게 피하고 주변의 쐐기돌이나 찻상을 이용해 상대를 무력화한다. 그와 대결할 때는 아예 피할 공간 자체를 없애버리는 기문진법을 펼쳐 정면 충돌을 강제해야 한다!'
제갈현은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들고 있던 철선을 펼치며 비무대 바닥에 8개의 자력 청동 동전인 '팔괘기문동(八卦奇門銅)'을 투척하여 비무대 전체를 강한 중력장으로 봉쇄하는 '팔괘속박진(八卦束縛陣)'을 펼치기로 결심하고 있었다.
비무대 위에 선 남궁성은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때문에 이마를 짚고 끙끙 앓았다.
'머리 아파 죽겠는데…… 저 공작 깃털 부채 같은 걸 들고 있는 도령은 왜 저리 음흉한 눈으로 날 보고 있는 거야…….'
남궁성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눈을 감고 미래를 보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제갈현이 8개의 청동 동전을 던져 진법을 기동한다. 진법이 발동하자 비무대 전체에 엄청난 중력 압박이 가해지며 내공이 없는 남궁성은 뼈가 부러진 채 바닥에 납작하게 엎어져 무방비 상태로 짓눌려 패배하는 비참한 미래가 보였다.
"으악! 진짜 중력 감옥이잖아! 내 뼈가 으스러지겠어!"
남궁성은 두통을 견디며 진법을 파괴할 방도를 찾았다.
팔괘속박진은 8개의 동전이 기하학적으로 완벽한 팔각형을 이루어 공명해야만 가동되는 기계식 진법이었다. 만약 단 하나의 동전이라도 중심축이 어긋나거나 접착되어 진동을 멈추면, 진법의 모든 중력 압력이 역류하여 진법의 시전자(제갈현)를 향해 강하게 내리누르게 설계되어 있었다.
'여덟 번째 동전이 떨어질 자리를 끈적한 물건으로 방해해야 해. 마침 내 입안에는 어제 연회장에서 챙겨온 끈적끈적한 꿀 약과(약과) 부스러기가 굴러다니고 있군.'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제갈현이 철선을 펄럭이며 8개의 동전을 투척하는 찰나, 남궁성이 다리가 풀려 앞으로 고꾸라지며 입안에 물고 있던 약과 덩어리를 벽 구석의 여덟 번째 동전 낙하 좌표를 향해 퉤 하고 뱉어낸다.
끈적끈적한 약과 덩어리가 낙하 좌표에 찰싹 달라붙는다.
여덟 번째 동전이 약과 위에 떨어지며 끈적한 꿀에 엉켜 진동하지 못하고 중심축이 3푼 어긋난다.
동진 공명이 깨진 진법의 중력 압력이 역류하여 제갈현의 머리 위로 수천 근의 압력으로 쾅! 내리누르고, 제갈현은 온몸의 뼈가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납작하게 무릎을 꿇고 엎어지는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좋아, 꿀 약과의 접착력을 보여주마!'
남궁성은 뇌맥의 두통 패널티를 이를 악물고 참으며 약과 덩어리를 입술 끝에 물었다.
"비무 시작!"
심판의 선언이 떨어졌다.
제갈현은 차갑게 웃으며 철선을 휘둘렀다.
"소가주 소협! 피할 틈을 주지 않겠소! 팔괘속박진!"
스스슥!
그의 소매 속에서 8개의 청동 동전이 비무대 바닥을 향해 쾌속하게 날아갔다.
바로 그 찰나!
남궁성은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으로 앞으로 고꾸라지며, 씹고 있던 끈적한 약과 조작을 여덟 번째 동전 낙하 방향을 향해 퉤 하고 뱉어냈다.
퉤!
찰싹!
약과 조각이 청석 바닥의 여덟 번째 구석 자리에 찰싹 달라붙었다.
이어서 날아온 여덟 번째 동전이 그 약과 위에 툭 떨어졌고, 끈적한 조청 꿀에 엉켜 들며 진동의 궤적이 3푼 비틀어졌다.
위잉!
"어, 어라?!"
제갈현의 동공이 지진이라도 난 듯 흔들렸다.
8개의 동전 공명이 깨지자, 비무대 전체를 봉쇄하려던 거대한 중력 기운이 급격하게 방향을 틀어 시전자인 제갈현의 머리 위로 벼락처럼 내리눌렀다.
콰아아앙!
"끄헤엑!"
제갈현은 마치 투명한 산덩어리에 짓눌린 듯, 뼈가 아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비무대 바닥에 무릎을 꿇고 넙죽 대자로 엎어졌다. 엄청난 중력 때문에 그는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바닥에 압착되어 신음했다.
"으으…… 이게 왜…… 내 진법이 역류하다니……."
남궁성은 바닥에 쓰러진 채로, 그 옆에서 종이 인형처럼 눌려 있는 제갈현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비무대 주변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심판인 장로가 마른침을 삼키며 선포했다.
"제갈현, 전투 불능! 승자, 삼공자 남궁성! 대망의 결승 진출이다!"
와아아아아!
수만 명의 무사들이 연호하며 남궁성의 이름을 외쳤다.
제갈현은 바닥에 눌린 채 눈물을 흘렸다.
'이, 이럴 수가……! 제갈세가의 잃어버린 팔괘기문진의 배열을 단 하룻밤 사이에 다 꿰뚫어 보고, 꿀 약과 부스러기 하나로 여덟 번째 동전의 각도를 저격하여 나를 스스로의 진법에 가두다니…… 남궁성! 네놈은 정녕 기문의 신(神)이로구나!'
남궁휘는 눈물을 훔치며 포권을 취했다.
"형님…… 기문둔갑의 천재마저 약과 하나로 무릎 꿇리시는 저 신산귀모의 경지, 소생은 평생의 귀감으로 삼겠습니다!"
남궁성은 깨진 이마를 문지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약과가 너무 달아서 뱉은 건데…… 저 도련님은 왜 부채를 휘두르다 혼자 납작해지고 난리야…… 머리 아파 죽겠네…….'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준결승전마저 꿀 약과 부스러기 하나로 제갈세가의 기린아를 바닥에 펴버리며 마침내 대망의 결승전만을 남겨두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