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63화: 검을 타고 날아오르다
천하제일무술대회의 8강전(준준결승)이 선포되자, 낙양 천황봉은 이미 축제 용광로처럼 끓어오르고 있었다. 지팡이 하나로 철벽의 거인을 자폭시킨 남궁성의 위명은 이제 전 정파 무사들에게 절대적인 신앙으로 자리 잡았다.
8강전의 상대는 쾌검(快劍)의 한 갈래이자 바람의 기운을 다스려 예리한 진공 칼날을 품어내는 '풍검(風劍) 위명(魏明)'이었다.
위명은 바람처럼 가벼운 신법을 자랑하며 비무대 위에 섰다. 그는 이전 상대들이 멍청하게 미끄러져 패배한 것을 비웃고 있었다.
"삼공자, 네놈의 신산이 대단하다고 한들, 내 검에서 뿜어지는 기형적인 진공 바람 폭풍 속에서는 발붙일 곳이 없을 것이다. 바람을 타고 검을 날려 네 옷자락을 모조리 찢어주마!"
비무대 아래에서 시종의 부축을 받으며 콜록콜록 기침을 하던 남궁성은,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때문에 시야가 빙글빙글 돌고 있었다.
'바람이라니…… 선풍기 바람도 싫은데 진공 칼날은 또 무슨 해괴한 소리야! 나 진짜 머리 터질 것 같다고!'
남궁성은 어떻게든 살기 위해 숨을 몰아쉬며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위명이 비전 검법인 '천풍진공검(天風眞空劍)'을 펼치며 바람처럼 쇄도한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예리한 진공 기류 때문에 남궁성의 목검이 산산조각이 나고, 남궁성은 양 팔과 가슴에 수십 군데 자상을 입어 피를 흘리며 나자빠지는 비참한 미래가 보였다.
"으악! 진짜 온몸에 칼집이 나잖아! 피해야 해!"
남궁성은 머리가 깨질 듯한 두통 속에서 바람의 흐름을 타고 살아남을 궤적을 예지로 추적했다.
위명의 검로 자체는 빠르고 날카로웠으나, 쾌검 특유의 강한 돌진력 때문에 한 번 검을 내뻗으면 전진 방향으로 엄청난 관성풍(慣性風)이 발생하는 성질이 있었다.
'만약 내가 쇄도하는 검을 향해 앞으로 자빠지는데, 넘어지는 각도를 조율해 벽해검이나 내 목검의 탄성을 빌려 저놈의 편평한 검신(검의 옆면) 위에 몸을 얹어 미끄러진다면?'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위명이 찌르고 들어오는 찰나, 남궁성이 다리가 풀려 앞으로 고꾸라진다.
넘어지는 과정에서 그의 옆구리가 위명이 내뻗은 넓적한 검신 위에 툭 얹히고, 위명의 강렬한 돌진 속도와 바람 압력 때문에 남궁성의 몸뚱이가 검신을 타고 미끄러지듯 서핑하듯 슥 타고 지나간다.
그리고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 남궁성이 떨어지지 않기 위해 비명과 함께 위명의 깃머리(도포 칼라)를 꽉 부여잡아 버린다.
엄청난 관성 속도 때문에 남궁성의 몸무게에 깃을 잡힌 위명은 진로가 홱 꺾이며 비무대 밖 허공으로 궤도가 휘어 날아가 처박히고, 남궁성은 비무대 청석 바닥 위에 털썩 엉덩방아를 찧으며 생존하는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좋아, 검 위에서 서핑을 해보자!'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침을 꿀꺽 삼키며 눈을 떴다.
"비무 시작!"
심판의 외침과 함께 대결의 북소리가 울렸다.
위명의 신형이 바람처럼 날아올랐다.
"천풍진공검!"
예리한 바람 칼날이 남궁성의 가슴을 짓누르며 돌진해 들어왔다. 그 기세가 어찌나 매서운지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남궁성은 다가오는 검 끝을 보며, 예지력의 두통 패널티로 흔들리는 몸을 앞으로 홱 던지며 자빠졌다.
"으와앗!"
그가 쓰러지던 순간, 그의 옆구리가 쇄도하던 위명의 은빛 검신(검의 옆면)에 기가 막히게 툭 얹혔다.
스으으으륵!
위명의 엄청난 전진 속도와 바람 압력 때문에, 남궁성의 몸뚱이는 날카로운 날을 빚겨 나가며 검의 옆면을 타고 마치 미끄럼틀을 타듯 슥 타고 지나갔다.
"어, 어어?!"
위명은 자신의 검 위에 사람이 올라타 미끄러지는 해괴한 현상에 눈이 뒤집혔다.
그 스쳐 지나가는 찰나의 순간, 남궁성은 떨어져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질까 봐 비명을 지르며 손을 뻗어 위명의 목덜미 도포 깃을 꽉 붙잡았다.
"아이고, 잡고 살자!!!"
꽉!
위명의 전진 관성과 남궁성의 몸무게가 얽혔다.
돌진하던 위명의 신형은 궤도가 우측으로 급격히 꺾이며 비무대 밖 허공으로 붕 날아올랐고, 그대로 관객석 너머 잔디밭 위로 쾅 소리를 내며 처참하게 들이받아 뻗어버렸다.
남궁성은 비무대 가장자리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털썩 주저앉아 콜록콜록 매운 기침을 뱉어냈다.
비무대 사방은 순간 차가운 물을 뿌린 듯 고요해졌고, 정막 끝에 폭발적인 함성이 터져 나왔다.
"어, 어검비행(御劍飛行)……! 검을 타고 바람을 다스려 날아오르셨다!"
"적의 검날 위를 서핑하듯 미끄러져 기운을 제어하고, 오직 가벼운 깃털 잡기 하나로 상대를 날려버리시다니!"
"삼공자님의 저 신법은 이미 천하의 풍랑마저 자신의 놀이터로 삼으시는구려! 참으로 무섭도다!"
비무대 아래로 떨어진 위명은 찢어진 도포를 쥔 채, 공포와 경외가 섞인 눈물 어린 시선으로 남궁성을 올려다보았다.
'내 검을 타고 미끄러지다니…… 내 천풍검을 한낱 미끄럼틀 다루듯 하시는구나. 완패다…….'
남궁성은 꼬리뼈를 문지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어깨가 다 빠진 것 같네…… 검신에 엉덩이가 다 쓸렸구만…… 나 진짜 자빠진 건데…… 제발 퇴근 좀 시켜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8강전마저 상대의 칼날 위에서 미끄럼틀을 타는 엽기적인 신법(?)으로 적을 날려버리며 천하 정파 무림 전체에 살아있는 '풍신(風神)'으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