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61화: 병약 천재의 전설 (3부 시작)
마교의 숭산 대공세를 무력화시키고 정파의 구세주가 된 남궁성 일행은, 마침내 무림맹 총본산이 위치한 하남성 낙양 외곽의 거대한 천황봉(天皇峰)에 도착했다.
그곳에서는 천하 각지에서 모여든 수천 명의 고수들과 정파의 모든 명문 세가가 참관하는 역사적인 '천하제일무술대회'의 개막식이 성대하게 치러지고 있었다.
남궁성은 이 대회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이자 최고 씨앗(Top Seed)으로 분류되어, 모든 무림인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 있었다.
그러나 비무대 아래에 앉아 있는 남궁성의 꼴은 영 말이 아니었다. 최근 마교 자객들을 잡느라 미래 예지력을 단시간에 연달아 남용한 탓에, 골이 깨질 듯한 극심한 두통과 현기증에 시달려 안색이 종이처럼 창백해진 상태였다. 그는 의자에 기대어 콜록콜록 기침을 하며 이마를 짚고 신음했다.
이를 지켜보던 관중석의 무사들은 깊은 전율에 차 수군댔다.
"보았는가? 소가주 삼공자의 안색을……."
"듣자 하니, 삼공자께서는 이미 천지의 모든 무학 이치를 다 깨달으신 나머지, 평범한 육체가 그 깊은 무변의 심검(心劍)의 기운을 담아내지 못해 매일같이 혈맥의 고통을 겪고 계신다 하더군!"
"아……! 천재는 정녕 요절할 운명이란 말인가! 스스로 몸을 망치며 정파를 구원하시다니, 참으로 비장하구려!"
남궁성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요절은 개뿔…… 그냥 대가리가 아픈 거라고! 타이레놀 좀 줘 봐라!'
마침내 첫 번째 대진이 선포되었다.
남궁성의 첫 상대는 개방(丐幫-거지 문파)의 차세대 에이스이자, 백 근 무게의 무쇠 봉을 바람처럼 휘둘러 상대를 뼈째로 박살 낸다는 '철장(鐵杖) 마철(馬鐵)'이었다.
마철은 비무대 위에 올라와 정중하게 포권을 취했다.
"소가주 소협! 소협의 위대한 기인적 풍모에 존경을 표합니다. 비록 소협께서 몸이 불편해 보이시나, 개방의 무사로서 온 힘을 다해 부딪치겠습니다. 부디 가르침을 주십시오!"
남궁성은 다리가들덜덜 떨리며 가마에서 내렸다. 그는 어떻게든 살아서 비무대를 내려가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마철이 거대한 철봉을 휘두르며 사방에서 맹렬한 난격을 가한다. 남궁성이 목검을 휘두르며 막아보려 하지만, 철봉의 무지막지한 힘에 목검이 박살 나고 허리가 꺾여 평생 휠체어를 타야 하는 비참한 미래가 선명하게 보였다.
'으악! 다리가 분질러지잖아! 피해야 해!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는 수밖에 없다!'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마철의 철봉 궤적을 소수점 단위의 오차로 예지 추적했다.
첫 공격은 가슴을 노리는 횡타, 두 번째는 머리를 노리는 종타, 세 번째는 다리를 노리는 소타였다.
남궁성은 예지를 기막히게 조율하여, 철봉이 지나가는 경로에서 단 1촌(약 3cm) 차이로 고개와 허리만을 까딱이며 피하는 Evasion(회피) 경로를 짰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 예지력의 한계치로 인해 뇌맥이 요동쳐 남궁성이 기침을 하며 앞으로 털썩 고꾸라지는 타이밍에, 마철이 온 힘을 다해 휘두른 결정적인 내력의 횡타가 허공을 가르고 비무대 바닥을 강타하게 만든다면?
강철봉이 단단한 비무대 청석 바닥을 들이받는 순간, 가해진 거대한 반동 내력이 사공달의 전류 장갑처럼 마철 자신의 손목으로 역류하여 그의 손목뼈를 완전히 바스러뜨리고 철봉을 비무대 밖으로 날려버릴 터였다.
'좋아, 아슬아슬하게 피하기 쇼를 보여주마!'
남궁성은 뇌맥이 끊어질 듯한 두통 속에서 한 걸음 내딛었다.
"비무 시작!"
심판의 외침이 떨어졌다.
스스슥!
마철이 거대한 철봉을 들고 맹렬하게 쇄도했다.
"받아라, 철장난타(鐵杖亂打)!"
무쇠 봉이 바람을 가르며 남궁성의 가슴을 향해 벼락처럼 횡으로 날아왔다.
관객들이 비명을 지르던 바로 그 찰나!
남궁성은 뒷짐을 진 채, 고개만을 뒤로 단 1촌 슬며시 꺾었다.
슝!
거대한 철봉이 남궁성의 코끝 피부에서 딱 종이 한 장 차이로 스쳐 지나갔다.
"어, 어라?!"
마철이 당황하며 철봉을 위로 꺾어 종으로 내려찍었다.
남궁성은 이번에는 왼쪽으로 어깨를 단 1촌 까딱였다.
슝!
철봉은 그의 귓가를 스치며 허공을 가르고 떨어졌다.
마철은 눈이 뒤집혔다. 상대는 발걸음 하나 옮기지 않고, 마치 바람을 타는 낙엽처럼 자신의 모든 궤적을 소수점 단위로 피해내고 있었다.
"이게 왜 안 맞아!"
마철은 온 내력을 철봉에 실어, 남궁성의 몸통을 가로지르는 마지막 결정적인 횡타를 사정없이 내질렀다.
바로 그 순간.
남궁성의 머릿속에서 번개가 치듯 가공할 두통의 페널티가 들이닥쳤다.
"컥……!"
눈앞이 캄캄해진 남궁성은 다리가 풀려 앞으로 털썩 고꾸라지며, 목구멍에 고여 있던 붉은 피 한 모금(비염과 두통으로 인한 코피가 목구멍으로 흘러내린 것)을 바닥에 퉤 뿜어냈다.
스르륵!
남궁성이 바닥으로 완전히 엎어지는 찰나!
마철이 온 힘과 내력을 실어 휘두른 철봉이, 남궁성의 머리 위 허공을 헛되이 갈랐다.
그리고 철봉은 갈 곳을 잃고 비무대의 거대한 청석 바닥을 쾅! 하고 사정없이 들이받았다.
콰아아아앙!!!
엄청난 기세로 들이받은 철봉의 반동력과 마철 자신의 무지막지한 내력이 엇갈리며 손목으로 고스란히 역류했다.
빠드득!
"아아악!!! 내 손목!!!"
마철은 손목뼈가 탈구되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며 철봉을 놓쳤고, 철봉은 허공을 빙글빙글 돌며 비무대 밖 잔디밭으로 날아갔다. 손목을 움켜쥔 마철은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그는 피를 뱉으며 바닥에 장엄하게(?) 쓰러져 있는 남궁성을 바라보았다.
'이, 이럴 수가……! 이미 자신의 생사맥이 뒤틀려 피를 토하는 극한의 병마 속에서도, 내 마지막 검로를 예측하고 스스로 고꾸라져 내 무력을 역류시키다니…… 이 어찌 눈물겨운 무학의 경지란 말인가!'
마철은 눈물을 흘리며 포권을 취했다.
"소가주 소협…… 제가 졌습니다. 병약한 몸으로도 저에게 무학의 진리를 보여주신 은혜,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관중석의 수만 명 무사들은 눈물을 훔치며 연호했다.
"남궁성! 병약 천재의 의지다!"
"스스로 피를 토하시면서도 적을 다치지 않게 굴복시키시는 저 성인의 풍모!"
남궁성은 축축한 비무대 바닥에 뺨을 댄 채, 골이 깨질 듯한 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진짜 머리가 깨질 것 같아서 자빠진 건데…… 코피가 왜 이리 많이 나냐…… 나 진짜 죽을 것 같으니까 의원 좀 불러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천하제일무술대회의 첫 대결마저 피를 토하고 고꾸라지는 기행으로 정파 무림 전체를 눈물바다로 만들며 '비장한 병약 천재'의 전설을 새로 써 내려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