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60화: 뜨거운 군밤이 부른 승전보 (2부 완결)
마교의 총사령관 무약이 온천 수증기 폭풍에 날아가 텐트에 박혀 기절한 대참사 이후, 마교의 잔당들은 전의를 상실하고 숭산 전선에서 완전히 퇴각하여 흩어졌다.
호북과 하남 전선은 정파 연합군의 역사적인 대승리로 막을 내렸고, 남궁성은 중원(中原)을 구원한 불세출의 천재 대군사로 천하에 이름을 드높였다.
무림맹주 혁련진은 숭산 대사령부에서 직접 전승 축하연을 주최했다. 맹주는 술잔을 들고 엄숙하게 선언했다.
"정파의 평화를 기념하고 차세대 무림의 동량들을 선발하기 위해, 다음 달 무림맹 총본산에서 역사적인 '천하제일무술대회(天下第一武術大會)'를 개최하기로 했소! 그리고 당연하게도, 우리 정파의 기린아이자 군신인 남궁성 소협이 이 대회의 최고 씨앗(Top Seed) 후보로 참가하여 천하 무림의 기상을 빛내주길 희망하오!"
와아아아아!
수만 명의 무사들이 남궁성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남궁성은 훠궈 고기를 씹다 말고 눈물을 흘렸다.
'천하제일무술대회라니! 거기는 진짜로 전국 구석구석에서 온 미친 괴물 고수들이 서로 피가 튀기도록 치고받는 데잖아! 예선이고 본선이고 진짜 실력으로 싸우다간 나는 첫날에 갈비뼈가 아스러져 병신이 될 거라고!'
남궁성은 당장 세가로 낙향하여 방구석 한량으로 살아가겠다며 사정하려 했다.
그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맹주가 술잔을 건네는 순간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축하연이 최고조에 달했을 때, 무림맹 집사로 위장한 마교의 마지막 생존 자객이 소매 속에 숨겨둔 무음 암기인 '백독비침(百毒飛針)'을 날린다. 은밀하게 날아온 비침이 남궁성의 이마에 박혀 즉사하고, 축하연은 장례식장이 되는 비참한 미래가 보였다.
"으악! 이놈들은 전승 축하연마저 자객 소탕작전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네!"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음모를 분쇄할 방법을 찾았다.
독비침은 자객의 왼손 반지 형태로 장착되어 있었고, 손가락을 꺾어 가동하는 구조였다.
'자객의 손목을 타격해서 방아쇠를 엉뚱한 방향으로 누르게 하거나 무력화해야 해. 마침 내 곁에는 방금 전 무사들이 구워온 펄펄 끓는 뜨거운 '군밤(양생밤)' 접시가 놓여 있군.'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군밤을 입에 넣었다가, 상상을 초월하는 뜨거운 온도에 혀가 데여 비명을 지르며 입속의 끓는 군밤을 자객이 서 있는 연단 아래 구석을 향해 퉤 하고 뱉어낸다.
날아간 뜨거운 군밤이 자객의 왼손 손가락(독반지 장착 부위)을 정확히 강타한다.
뜨거운 군밤의 고열에 깜짝 놀란 자객이 비명을 지르며 손가락을 꺾는데, 궤적이 비틀리며 독비침이 남궁성이 아닌 천장에 걸려 있던 거대한 무림맹 승전 깃발(대형 배너)의 고정 줄을 정확하게 명중시킨다.
부식된 깃발 줄이 끊어지면서 거대한 깃발이 아래로 수직 낙하하여 자객을 그물처럼 덮쳐 생포하는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좋아, 군밤의 열기를 다시 한번 믿어보자!'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펄펄 끓는 뜨거운 군밤 하나를 입에 쏙 집어넣었다.
아작!
"으아앗! 앗! 뜨거!"
상상을 초월하는 뜨거운 꿀 군밤의 온도에 혀와 입천장이 데여버렸다. 남궁성은 비명을 지르며 입속의 군밤을 자객이 서 있던 구석 문가를 향해 퉤 하고 세차게 뱉어냈다.
퉤!
슝!
날아간 뜨거운 군밤이 자객의 왼손 손가락 독반지 위를 팍 명중시켰다.
"끄아앗 뜨거!"
손가락에 전해진 뜨거운 군밤의 열기에 놀란 자객은 반사적으로 손가락을 움츠렸고, 독반지의 방아쇠가 당겨졌다.
슝!
날아간 백독비침은 궤적이 꺾여, 천장에 걸려 있던 웅장한 무림맹 대형 깃발의 쇠줄을 정확히 꿰뚫었다.
비침에 발라져 있던 부식독이 쇠줄을 찰나의 순간 녹여버렸고, 지지력을 잃은 거대한 비단 깃발이 천장에서 아래로 툭 떨어졌다.
스르르륵! 툭!
깃발은 구석에 서 있던 자객의 머리 위로 떨어져, 그를 그물처럼 완벽하게 감싸 안으며 포복 상태로 가두어 버렸다.
"자객이다! 깃발 밑에 자객이 있다!"
남궁휘와 무사들이 즉각 날아올라, 깃발 속에 갇혀 허우적거리는 마교의 자객을 단숨에 제압하고 쇠사슬로 묶었다.
연회장 안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무림맹주 혁련진은 깃발 자락에 묶인 자객을 보고 소름이 돋아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소가주 소협……! 축하연 한구석에 숨어 있던 자객의 살기를 감지하시고, 뱉어내신 군밤 하나로 적의 독장치를 무력화시켰음은 물론, 깃발을 이용해 손쉽게 포획해 내시다니! 이 어찌 천하의 모든 원리를 다 통제하시는 지혜란 말이오!"
남궁휘 역시 흐느끼며 포권을 취했다.
"형님…… 천하제일무술대회로 향하시기 전, 깃발 하나로 첩자를 포위하시는 저 신산귀모의 경지, 소생은 평생의 귀감으로 삼겠습니다!"
남궁성은 데인 혀를 굴리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혀가 다 타버렸네…… 군밤 맛은 뜨겁기만 했고…… 나 진짜 무술대회 가기 싫다니까…… 살려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숭산 사령부의 마지막 전승회마저 뜨거운 군밤 하나로 자객을 깃발로 가두어 버리며, 무림의 전설적인 '빛의 군신'이자 천하제일무술대회의 강력한 우승 후보로 출정 준비를 완벽히 마치게 되었다.
(2부 강호 출도와 기행 -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