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58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58화: 은빛 광선이 만든 허점

첫 번째 대결에서 남궁휘가 사공달을 감전사(?)시키며 정파 연합군이 기분 좋은 첫 승을 챙겼다.

이어지는 두 번째 대결. 마교 측에서는 붉은 복면을 쓴 채 기이한 착시 검로를 펼치기로 유명한 여살수, '귀영검(鬼影劍) 벽설(碧雪)'이 나섰고, 정파에서는 무당파의 자존심이자 차세대 검선으로 불리는 설영 도장이 출전했다.

설영은 비무대 위에서 매섭게 벽설을 노려보았으나, 마음 한구석에는 긴장감이 서려 있었다. 벽설의 검법은 공기 중의 습도와 빛의 굴절을 이용해 붉은색 검기(劍氣)의 잔상을 여러 개 만들어내어 상대를 교란하는 까다로운 기만 무공이었다.

설영은 문득 비무대 아래에 앉아 은제 술병(은병)을 만지작거리고 있던 남궁성을 바라보았다.
'소가주 소협…… 이번에도 저에게 신묘한 가르침을 주시겠습니까?'

남궁성은 은제 술병에 담긴 차가운 배즙(梨汁)을 마시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유, 도사 아가씨. 나한테 그런 눈빛 보내지 마. 검술 싸움인데 내가 뭘 가르쳐줘…….'

남궁성은 불길한 안개가 서려 오는 느낌에 눈을 지그시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비무가 시작되자 벽설이 기이한 '역광검세(逆光劍勢)'를 펼친다. 사방에서 날아오는 검의 붉은 잔상에 현혹된 설영이 진짜 검로를 피하지 못하고 오른쪽 어깨를 깊게 찔려 피를 토하고 패배하는 비참한 미래가 선명하게 보였다.

"으악! 진짜 잔상검이네! 눈이 멀어버리겠어!"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대결을 정화할 묘책을 찾았다.
벽설의 역광검세는 태양광의 각도를 등 뒤에 두고 상대를 시각적으로 짓누르는 성질이 있었는데, 이 기만책은 맞은편에서 날아오는 더 강력한 반사광(직사광선)을 직격으로 맞으면 순간적으로 맹점을 일으켜 진형이 깨지는 약점이 있었다.

'태양광을 굴절시켜 저 벽설의 눈동자에 직사광선을 쏘아 보내야 해. 어떻게 하지?'

마침 하늘 높이 떠 있는 정오의 강렬한 태양이 비무대 우측을 정면으로 비추고 있었다.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배즙을 마시려다,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패널티로 인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손을 떨며 은제 술병을 떨어뜨린다.
매끄러운 은제 술병이 비무대 돌벽 틈새에 고여 있던 평평한 청석 각도 위에 툭 떨어진다.

떨어진 은제 술병의 고도로 연마된 반사면이 태양광을 정확히 굴절시켜, 비무대 위에서 설영을 향해 쇄도하려던 벽설의 두 눈을 단 1푼의 오차도 없이 일직선으로 강렬하게 때린다.

눈뽕(눈부심)을 맞은 벽설은 순간적으로 실명하여 초식을 잃고 허공을 휘두르고, 설영이 그 빈틈을 찔러 검 손잡이로 적의 명치를 쳐서 제압하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은빛 광선의 눈뽕을 믿어보자!'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은병의 뚜껑을 열고 마시는 시늉을 하다가, 온몸을 사르르 떨며 은병을 손에서 놓쳤다.

"앗, 내 배즙!"

스르륵! 탁!

남궁성의 손에서 빠져나간 은제 술병은 비무대 난간 청석 틈새로 툭 떨어져 비스듬히 안착했다.

그 순간, 비무대 위에서 두 사람의 검이 맞물렸다.
"화산과 무당의 절예라더니, 싱겁구나!"

벽설이 기이하게 웃으며 신형을 회전시켰다. 그녀의 검에서 수십 개의 붉은 꽃잎 같은 검강의 잔상이 뿜어져 나와 설영의 시야를 완전히 짓눌렀다. 설영은 어느 것이 진짜 검인지 몰라 눈동자를 흔들며 뒤로 물러서던 찰나!

태양이 구름 뒤에서 번쩍 나오며 강렬한 직사광선을 지상에 내리쬐었다.
그 햇빛이 난간 틈새에 비스듬히 놓여 있던 남궁성의 은제 술병 표면에 반사되었다.

번쩍!

마치 거울로 태양을 반사한 듯한 가공할 은빛 광선 하나가 벽설의 붉은 복면 틈새, 즉 두 눈동자를 정확하게 직격했다.
"끄아악?! 내 눈!!!"

벽설은 돌진하던 속도를 멈추지 못한 채 비명을 지르며 눈을 감싸 쥐었다. 갑작스러운 실명에 그녀가 펼치던 수십 개의 착시 잔상들은 허무하게 공중에서 사그라졌다.

설영은 눈앞에 드러난 거대한 빈틈을 놓치지 않았다.
"하앗!"

설영의 검 끝이 바람을 가르며 벽설의 손목을 쳤고, 이어서 검 손잡이로 그녀의 명치를 강하게 명중시켰다.

퍽!

"윽……!"
명치를 맞은 벽설은 검을 떨어뜨린 채 바닥에 무릎을 꿇고 켁켁거리며 기절했다.

비무대 사방에서 함성이 터져 나왔다.
"승자, 무당파의 설영!"

정파 무사들은 연승에 열광했고, 지휘관 혁련풍 장군은 박수를 치며 탄복했다.
"소가주 소협! 태양의 위치와 은병의 반사면 각도까지 계산하여 적의 역광검세를 무력화시키다니! 이 어찌 천문과 기하학(幾何學)을 다 아우르는 신산이란 말이오!"

설영 도장 역시 비무대에서 내려와 남궁성에게 깊은 묵도를 올렸다.
"소가주 소협의 지혜가 아니었다면 제 검은 갈 길을 잃었을 것입니다. 빛을 빌려 적을 제압하신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남궁성은 난간에 떨어진 은병을 주워 올리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내 아까운 배즙 다 쏟아졌네…… 개미들이 다 처먹고 있구먼…… 나 진짜 마시려다 놓친 건데…….'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3대3 비무의 두 번째 대결마저 은병의 눈부신 반사광 하나로 적의 에이스 여살수를 쓰러뜨리며 정파 원정대원들의 절대적인 '빛의 군사'로 거듭나게 되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