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57화: 곶감 씨가 일으킨 전류
마교가 제안한 3대3 비무 대결의 날이 밝았다. 대결 장소는 양 진영의 중간 지대인 백운령(白雲嶺)의 평평한 공터 위에 청석을 깔아 임시로 만든 비무대였다.
첫 번째 대결의 주자로 정파에서는 화경의 고수로 대성한 대공자 남궁휘가 나섰고, 마교에서는 거대한 구리 장갑을 쥔 채 뇌전(雷電)의 기운을 다스린다는 괴력의 권사, '뇌정권(雷霆拳) 사공달(司空達)'이 출전했다.
비무대에 오르기 전, 남궁휘는 긴장된 안색으로 남궁성에게 조언을 구했다.
"형님, 저 사공달의 구리 장갑에는 마교의 은밀한 자력(磁力) 진기가 깃들어 있어, 검을 끌어당기고 뇌전의 전류를 흘려보내 무기를 파괴한다고 합니다. 어떤 초식으로 대응해야 하겠습니까?"
남궁성은 탁자 위에 놓인 달콤하고 끈적끈적한 '건조 곶감(乾柿)'을 씹어 먹으며 우물거렸다.
'자력이고 전기고 내가 어떻게 알아! 피할 수 없으면 맞서지 말고 그냥 도망치라고 하고 싶은데…….'
남궁성은 다급하게 눈을 감고 미래를 보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사공달이 자력 기운을 방출하며 남궁휘의 벽해검을 강력하게 끌어당긴다. 무기가 통제력을 잃은 틈을 타 사공달이 벼락같은 전격 권세를 펼쳐 남궁휘의 가슴을 때리고, 남궁휘가 전기에 감전되어 뼈가 바스러지며 패배하는 비참한 미래가 펼쳐졌다.
"으악! 진짜로 전기를 쏘잖아! 피뢰침이라도 꽂아야 하나!"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사공달의 전격 장치를 무력화할 방도를 찾았다.
사공달의 구리 장갑은 미세한 톱니 고리(밸런스 링)의 회전으로 자력과 전류를 증폭시키는 구조였는데, 이 장치는 습기와 접착성 물질이 톱니 사이에 끼어들면 전류가 역류하여 사용자 본인을 감전시키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저 장갑의 톱니 기계 사이에 아주 끈적끈적하고 단단한 이물질을 끼워 넣어야 해. 마침 내 입안에 굴러다니는 이 딱딱하고 끈적한 곶감 씨앗(곶감 씨)이 있군.'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대결 직전, 곶감 씨를 뱉어내기 위해 비무대 바닥의 특정 물웅덩이(어제 내린 비로 고인 물) 근처를 조준하여 퉤 하고 뱉는다.
끈적한 곶감 씨가 물웅덩이 옆 청석 바닥에 안착한다.
남궁휘가 남궁성의 가벼운 수신호에 따라 비무 중 왼쪽으로 세 걸음 물러서며 진각을 밟는다.
사공달은 남궁휘를 추격하려 강하게 쇄도하다가, 젖은 바닥에 굴러다니던 끈적한 곶감 씨를 디딤발로 밟고 쩍 미끄러진다.
중심을 잃고 비틀거리던 사공달은 바닥의 물웅덩이에 구리 장갑을 짚으며 균형을 잡으려 하지만, 장갑 톱니 틈새에 물과 끈적한 곶감 씨 부스러기가 스며들면서 전류 장치가 쇼트(Short) 오작동을 일으킨다.
스스로의 오십 년 전격 내력이 장갑을 타고 귀록 장로처럼 사공달 본인의 몸으로 역류하여, 온몸을 사르르 떨며 감전되어 비명을 지르고 기절하는 미래가 나타났다.
'좋아, 곶감 씨의 접착 전류 차단을 믿어보자!'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입술 끝에 곶감 씨를 장전했다가, 물웅덩이 옆 청석 틈새를 조준하여 퉤 뱉어냈다.
퉤!
찰싹!
끈적끈적한 곶감 씨가 물웅덩이 바로 옆에 착 달라붙었다.
남궁성은 남궁휘에게 검지손가락 세 개를 펴 보이며 왼쪽을 가리켰다.
'휘야, 대결 중 왼쪽으로 세 걸음이다!'
남궁휘는 형님의 수신호를 보고 전율했다.
'아! 왼쪽으로 세 걸음 물러서라는 신묘한 보법의 요결이구나!'
"비무 시작!"
심판의 외침과 함께 대결이 시작되었다.
사공달은 기괴하게 웃으며 구리 장갑의 자력을 가동했다. 웅웅거리는 불길한 소음과 함께 남궁휘의 보검 벽해검이 강하게 흔들리며 끌려가기 시작했다.
"흐흐흐, 검을 버려라!"
사공달이 뇌전의 기세를 올리며 맹렬하게 돌진해 들어오자, 남궁휘는 형님의 지시대로 즉각 검을 거두며 왼쪽으로 벼락같이 세 걸음 물러섰다.
사공달은 타깃이 방향을 틀자, 이를 추격하기 위해 진각을 밟으며 방향을 꺾으려 했다.
그러나 그가 강하게 밟은 디딤발 아래에는 끈적거리는 곶감 씨가 놓여 있었다.
스르르륵! 콰당!
"어어?!"
사공달의 다리가 쩍 찢어지며 바닥을 미끄러졌다.
중심을 잃은 사공달은 바닥을 짚기 위해 구리 장갑을 낀 양손을 반사적으로 대지 위로 쾅 들이받았다. 하필이면 그 자리는 비로 인해 축축하게 젖어 있던 물웅덩이였다.
치이이이이익! 파바바박!
구리 장갑의 회전 톱니 틈새로 축축한 진흙물과 끈적한 곶감 씨 부스러기가 엉키며 스며들었다.
장갑 내부의 자력 증폭 회로가 급격하게 전기 쇼트를 일으켰고, 장갑 끝에서 푸른색 벼락 불꽃이 사방으로 튀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어우우우욱!!!"
사공달은 자신의 구리 장갑에서 뿜어져 나온 백만 볼트(?)의 전류 폭풍을 정타로 온몸으로 뒤집어썼다. 그의 머리카락이 솟구치고 도포에서 시커먼 매연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시나무 떨듯 사정없이 떨던 사공달은, 눈이 뒤집힌 채 비무대 청석 바닥 위에 대자로 뻗어 기절해 버렸다.
비무대 주변은 순간 차가운 물을 뿌린 듯 고요해졌다.
심판을 맡은 무림맹 장로가 마른침을 삼키며 소리쳤다.
"사공달, 전투 불능! 승자, 정파의 남궁휘!"
와아아아아!
정파 무사들이 대승에 열광하며 남궁휘의 이름을 연호했다.
마교의 지휘관 무약은 안색이 시퍼렇게 질렸고, 무당파의 설영 도장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이, 이것이 어찌 인간의 경지란 말인가……!'
설영은 머리를 감싸 쥐었다.
남궁성은 상대의 자력 장갑의 과학적 결함과 바닥의 습도, 그리고 사촌 동생의 보법 궤적을 찰나에 계산했다. 그리하여 곶감 씨앗 하나로 적의 디딤발을 미끄러뜨려, 상대가 자신의 뇌전 진기로 스스로를 정벌하게 만든 것이다!
남궁휘는 맑아진 눈으로 남궁성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형님……! 형님의 지시대로 왼쪽으로 세 걸음 물러선 덕분에 목숨을 건지고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형님의 신산은 정말 신선보다 위대하십니다!"
남궁성은 잘 마른 곶감의 단맛을 느끼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곶감 씨가 끈적거려서 뱉은 건데…… 휘야, 내 손 꽉 쥐지 마라…… 나 전기 오르는 것 같다…….'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3대3 비무 대결의 첫 관문마저 뱉어낸 곶감 씨앗 하나로 적의 에이스 권사를 튀겨버리며 정파 원정대원들의 절대적인 군신(軍神)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