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56화: 불집게가 부른 정화
지하 통로를 통해 침투하려던 마교의 자객들이 무기 상자 더미에 깔려 몰살당했다는 소식은 마교 진영에 큰 충격을 주었다. 정파의 군사인 남궁성이 사령부에 버티고 있는 한, 어설픈 암습은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은 마교의 총사령관 '무약(無若)'은 마침내 공식 사절을 보내 대련식의 도전장을 내밀었다.
사천 장원에 도달한 마교의 사절, '영풍(影風)'은 검은 도포를 두르고 오만한 표정으로 사령부 본텐트로 들어와 붉은색 비단 도전장 두루마리를 남궁성에게 내밀었다.
"소가주 소협! 우리 마교는 무의미한 유혈 사태를 피하고자, 각 진영의 최강자 3명이 겨루는 '삼대삼 비무(三對三 比武)'를 제안하오. 이 도전장을 받아들여 정파의 결기를 보여주시오."
남궁성은 텐트 안의 화로 앞에서 길쭉한 쇠로 만든 '화로 불집게(火爐 鐵鉗)'를 쥔 채, 숯더미 속에 묻어둔 군밤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도전장이고 나발이고, 또 결투 신청이네. 저걸 받아서 읽어야 하나…… 귀찮아 죽겠구먼.'
남궁성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붉은 두루마리를 빤히 바라보며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남궁성이 정중히 손을 뻗어 비단 도전장을 받아들고 펼쳐 읽는다. 그러나 두루마리 표면에 미세하게 발라져 있던 극독인 '혈부사(血腐砂-살점을 녹이는 붉은 모래 독)'가 손가락 피부로 흡수된다. 순식간에 손가락 끝이 시커멓게 썩어 들어가며 피를 토하고 나자빠지는 비참한 파국이 그려졌다. 사절단조차 살상 도구로 사용하는 마교의 비열한 수법이었다.
"으악! 진짜 비열하게 비단에 독을 칠해놨잖아!"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독 두루마리를 안전하게 정화하고 저 오만한 사절의 코를 꺾어놓을 방도를 고민했다.
혈부사 독은 열에 닿으면 즉각 폭발하며 무해한 연기로 분해되는 성질을 가지고 있었으나, 연기 자체에는 매운 최루(催淚) 성분이 함유되어 있었다.
'도전장을 직접 손으로 잡지 말고, 화로 집게로 낚아채서 불꽃 위에 대고 태워버려야 해. 그리고 마침 내 텐트 구멍으로 불어오는 역풍을 타고 그 연기가 사절의 면상으로 흘러가게 만든다면?'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손을 뻗는 대신, 들고 있던 길쭉한 무쇠 불집게를 뻗어 사절이 내민 도전장을 홱 낚아챈다.
그리고 "마교의 문서에는 음산한 사기(邪氣)가 가득하니, 내 화로 불꽃으로 먼저 정화하겠다!"라고 소리치며 도전장을 화로 불길 위에 얹는다.
비단이 불타며 혈부사 독이 파바박! 거품을 일으키며 폭발하고, 메케하고 붉은 연기 폭풍이 역풍을 타고 사절 영풍의 얼굴을 정타로 때린다.
눈에 매운 연기를 직격당한 사절은 눈물, 콧물을 쏟으며 "으아악! 매워! 내 눈!" 하고 비명을 지르고 뒹굴며 자폭하는 미래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좋아! 불집게의 위력을 보여주마!'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불집게를 꽉 쥐고 눈을 떴다.
사절 영풍은 오만한 웃음을 띠며 도전장을 흔들고 있었다.
"받으시오, 소가주."
남궁성은 콧방귀를 뀌며, 손을 뻗는 대신 쥐고 있던 길쭉한 무쇠 불집게를 뻗어 비단 도전장의 모퉁이를 집어 퉤 낚아챘다.
탁!
"어……?"
사절이 당황하는 사이, 남궁성은 도전장을 화로의 활활 타오르는 참숯 불길 바로 위에 대고 지져버렸다.
치이이이익!
"소가주 소협! 무슨 짓이오!"
사절이 경악하여 소리쳤다.
남궁성은 근엄하게 외쳤다.
"마교의 삿된 문서에는 음산한 기운이 어려 있으니, 내 친히 불꽃의 기운으로 먼저 정화하겠소!"
그 순간, 비단에 발라져 있던 혈부사 독이 고열에 닿아 거품을 일으키며 파바박! 폭발했다. 붉은색 유독 연기 폭풍이 대량으로 뿜어져 나왔다.
동시에 텐트 입구 틈새로 불어온 강한 바람이, 그 붉은 연기 폭풍을 사절 영풍의 얼굴 향해 사정없이 밀어붙였다.
슝-!
"끄아아악!!! 내 눈!!! 매워!!! 눈물이 안 멈춰!!!"
최루독을 뒤집어쓴 사절 영풍은 일류 고수의 체면도 잊은 채 눈을 감싸 쥐고 눈물콧물을 쏟으며 텐트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사령부의 호위 무사들이 즉각 들이닥쳐, 바닥에서 우는 사절을 결박하고 그의 도포 속에 숨겨져 있던 마교의 암기들을 회수했다.
회의장에 있던 혁련풍 장군과 무사들은 턱이 빠질 듯 경악하며 남궁성을 보았다.
"이, 이럴 수가……! 도전장에 발라진 혈부사 독을 만지지도 않고 쇠집게로 정화하시다니!"
"심지어 불꽃의 열기와 바람의 풍향까지 계산하여, 사절의 면상에 최루 연기를 정확히 역류시키셨어!"
"삼공자님의 저 신산은 정녕 마교의 얕은 속임수를 완전히 장난감처럼 다루시는구려!"
남궁휘는 감격에 젖어 벽해검을 꽉 쥐었다.
"형님…… 검을 쓰지 않고 오직 화로 불집게 하나로 마교의 사절을 굴복시키신 저 대범함, 소생은 평생의 귀감으로 삼겠습니다!"
남궁성은 화로 속에 잘 익은 군밤을 불집게로 건져 올리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군밤 구우려고 불집게 든 건데…… 도전장이 왜 날아와 타버리며…… 군밤 껍질 까기 뜨거워 죽겠네…….'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숭산 사령부의 본텐트마저 불집게 하나로 마교의 사절을 울면서 자빠지게 만들며 무림맹 전체에 피할 수 없는 '정화의 군사'로 위명을 단단히 굳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