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52화: 석등이 만든 비상계단
만독진경 비급을 안전하게 품에 안고 무덤을 빠져나가려던 찰나, 지하 독왕묘가 다시 한번 격렬하게 진동했다.
쿠쿠쿠쿠쿵!
"이번엔 또 뭡니까! 석문이 열리자마자 자멸 진법이 또 가동된 겁니까?!"
"아닙니다! 만독습지의 독수(毒水-강산성 진흙물)가 석실 바닥의 균열을 타고 밀려들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지하실 전체가 산성 진흙탕에 잠겨 몰살당할 것입니다!"
정문 통로는 이미 쏟아진 돌더미와 산성 진흙물로 막혀 퇴로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였다. 보랏빛의 독성 수증기가 차오르기 시작했고, 바닥에서 솟구치는 진흙물은 이미 무사들의 발목까지 차올랐다.
남궁성은 기겁했다.
'아니, 무덤 주인은 왜 이리 성격이 괴팍해! 보물을 줬으면 곱게 보내줄 것이지, 왜 매 순간마다 자폭 장치를 터뜨리는 건데!'
남궁성은 켁켁거리며 살아남기 위해 다급하게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원정대 무사들이 막힌 출구를 뚫어보려다 산성 진흙물에 다리가 녹아내려 피를 토하고 나자빠진다. 결국 석실 전체가 산성 진흙탕으로 꽉 차서 남궁성을 포함한 원정대원 전체가 질식사하여 통째로 해골이 되는 비참한 미래가 선명하게 보였다.
"으악! 해골은 싫어! 내 고운 몸뚱이를 뼈다귀로 만들 순 없지!"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탈출할 방도를 필사적으로 찾았다.
이 석실 천장에는 오랫동안 쓰이지 않아 흙먼지로 덮여 있던, 환기용 돌 구멍인 '천창(天窓)'이 설치되어 있었다. 저 천창의 돌마개를 부수어 열면 외부 산맥 비탈길로 나갈 수 있는 통로가 열릴 터였다.
하지만 천창은 너무 높았고, 단단한 돌판으로 막혀 있었다.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차오르는 진흙물을 피해 구석진 바위 선반 위로 기어 올라가려다, 미끄러운 바닥 진흙에 발이 미끄러져 공중에 매달려 있던 무거운 쇠사슬(과거 석등을 고정하던 체인)을 붙잡고 매달린다.
남궁성의 체중이 실려 쇠사슬이 아래로 풀리면서,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백 근 무게의 석조 등배(석조 등잔 기둥)가 쇠사슬을 타고 회전하며 진두(진자 운동)를 그리며 휙 날아간다.
날아간 석등이 천장의 굳게 닫혀 있던 천창 돌판을 쾅! 하고 때려부순다.
돌판이 박살 나며 그 위에 쌓여 있던 바깥 비탈길의 마른 흙더미와 돌들이 석실 안으로 쏟아져 내리는데, 그 흙더미가 마침 솟구치는 산성 진흙물 구덩이를 단단하게 메우고, 동시에 밖으로 걸어 나갈 수 있는 높다란 '흙계단(Ramp)'을 형성해 주는 미래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좋아, 내 몸무게의 위력을 믿어보자!'
남궁성은 뇌맥이 끊어질 듯한 두통 속에서 쇠사슬의 위치를 파악하고 눈을 떴다.
진흙물은 이미 무릎까지 차올라 뜨거운 열기를 뿜어내고 있었고, 당가 고수들은 당황하여 허우적대고 있었다.
남궁성은 벽 쪽으로 허둥지둥 기어가다 비명과 함께 미끄러졌다.
"으앗! 살려줘!"
그는 넘어지는 순간, 머리 위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던 거친 무쇠 사슬 하나를 필사적으로 부여잡았다.
찌이이익!
그의 몸무게가 사슬을 사정없이 아래로 끌어당겼고, 도르래 기계가 작동하며 천장의 무거운 석조 등배가 사슬을 타고 거대한 부채꼴을 그리며 허공을 날아갔다.
쾅!!!
석등은 회전 운동의 탄성을 실어 천장의 어두운 돌판 천창을 강타했다.
와장창!
단단하던 천창 돌판이 부서져 내렸고, 그 구멍 위쪽에 쌓여 있던 북망산 비탈길의 마른 모래와 자갈 수십 가마니 분량이 폭포처럼 석실 안으로 쏟아져 내렸다.
쏴아아아아!
쏟아진 마른 흙더미는 솟구치던 산성 진흙 구덩이를 정확히 메워 독성의 중화를 도왔고, 동시에 천장 구멍으로 바로 걸어 나갈 수 있는 비스듬하고 튼튼한 자연 흙계단을 만들어 내었다.
석실 안은 기적을 본 듯 정적에 휩싸였다.
남궁휘는 흙계단과 쏟아진 모래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포권을 취했다.
"형님……! 솟구치는 진흙물의 궤적을 흙더미로 덮어 제어하고, 동시에 우리를 탈출시킬 비상 흙계단을 만들기 위해 석등의 진자 운동을 가동시키신 것이군요! 이 어찌 천재적인 구원책이란 말입니까!"
설영 도장 역시 감탄을 금치 못했다.
"물리와 지형의 성질을 단숨에 다스리다니, 남궁 소협의 신산은 정말 끝이 보이지 않는군요."
"흙계단을 타고 탈출하라!"
무사들은 감격에 찬 함성을 지르며 흙계단을 기어올라 천장 구멍을 통해 무사히 독왕묘 밖의 안전한 숲속으로 빠져나갔다.
남궁성은 바깥바람을 쐬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눈물을 훔쳤다.
'어깨가 다 빠진 것 같네…… 진흙투성이가 되었구만…… 나 진짜 넘어진 거라니까…… 왜 이렇게 탈출하기 힘든 거야…….'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사천성의 독왕 무덤 탈출기마저 쇠사슬 매달리기 한 번으로 흙계단을 개척하며 원정대원들을 구출해 낸 '무학의 절대 수호자'로 사천 무림에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