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51화: 고구마가 맞춘 저울질
독왕묘의 거대한 청동 석문이 열리고, 남궁성 일행은 마침내 보랏빛 약향이 가득한 중앙 석실 내부로 진입했다.
석실 중앙의 석조 탁자 위에는 사천당가가 백 년 동안 찾아 헤매던 잃어버린 독학의 정수, '만독진경(萬毒眞經)' 서책이 고요히 놓여 있었다.
그러나 비급이 놓여 있는 탁자는 평범한 탁자가 아니었다. 정밀하게 설계된 '중량 평형 저울(중량저울)'의 한쪽 끝에 서책이 얹혀 있는 형태였고, 다른 한쪽에는 텅 빈 청동 접시가 균형을 이루고 있었다.
당외 가주가 침을 삼키며 경고했다.
"소가주 소협, 저 저울은 서책의 무게와 단 1전(錢-약 3.75g)의 오차도 없이 일치하는 중량을 맞은편 접시에 올린 뒤 서책을 가져가야 하오. 그렇지 않고 균형이 깨지면 저울 내부의 자폭 장치가 작동하여 비급을 산성 액체로 녹여버리고 만천하에 독침을 발사할 것이오."
도사들과 고수들은 남궁성에게 모든 기대를 걸고 있었다.
"소가주님의 안계라면 저 서책의 정확한 중량을 눈으로 읽어내실 수 있을 터!"
남궁성은 이마를 짚었다.
'책의 무게를 내가 눈으로 보고 어떻게 알아! 내가 무슨 저울 눈금판이냐!'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눈을 감고 미래를 보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당외 가주가 자신의 지식을 바탕으로 사천당가의 특별한 청동 탄환을 저울 접시에 올려 균형을 맞추려 한다. 하지만 무게가 미세하게 어긋나 삐익- 소리와 함께 자폭 장치가 발동한다. 비급은 녹아내리고 독바늘 폭풍에 십여 명의 무사들이 독침을 맞고 비명을 지르며 나자빠지는 비참한 미래가 펼쳐졌다.
"으악! 진짜로 녹아버리네! 독침은 질색이야!"
남궁성은 머리를 관통하는 두통 속에서 서책의 정확한 무게를 예지로 추적했다.
서책의 무게는 정확히 4냥(兩-약 150g)에 1전(錢)이 모자란 미세한 중량이었다. 일반적인 청동 탄환으로는 도저히 오차를 맞출 수 없는 해괴한 무게였다.
'저 무게를 맞추려면 정확히 일치하는 미세 중량의 이물질이 필요해. 마침 내 품 안에는 주막에서 비상식량으로 챙겨두었던, 사천성 특산의 돌처럼 말라붙은 '말린 고구마(고구마랭이)' 한 조각이 들어 있군. 이 고구마 조각의 무게가 기가 막히게도 저 서책과 정확히 일치하는구나.'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말린 고구마를 씹어 먹으려다 너무 단단해서 이빨이 부러질 것 같자, 에잇 퉤 하며 고구마 조각을 저울 맞은편 청동 접시 위로 던진다.
고구마 조각이 접시 한가운데에 정확히 안착하며 저울의 수평을 단 1전의 오차도 없이 맞춘다.
동시에 뇌맥의 두통 패널티로 비틀거리던 남궁성이 앞으로 넘어지며 탁자를 짚는데, 넘어지는 충격으로 저울의 고정 걸쇠가 탁 풀리고 남궁성의 손끝이 서책을 품속으로 낚아채며 안전하게 획득하는 미래가 선명하게 나타났다.
'좋아, 말린 고구마의 위력을 믿어보자!'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품안의 딱딱한 말린 고구마 조각을 꺼내 입에 물었다.
아작!
역시나 강철처럼 질기고 단단했다. 이빨이 나갈 뻔했다.
남궁성은 짜증을 내며 씹던 고구마 조각을 손에 쥐고 저울 앞으로 다가갔다.
"당외 가주, 무학의 무게는 눈으로 재는 것이 아니오."
당외 가주는 그 장엄한 서막에 숨을 죽였다.
남궁성은 비틀거리며 저울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씹다 남은 말린 고구마 조각을 저울 맞은편 텅 빈 청동 접시를 향해 툭 던졌다.
툭.
고구마 조각이 청동 접시 중앙에 툭 안착했다.
그 순간, 팽팽하게 대치하던 저울의 두 접시가 단 1전의 기울어짐도 없이 완벽한 수평을 이루었다.
바로 그 찰나!
남궁성은 예지력의 두통 패널티로 다리가 풀려 탁자 위로 엎어졌다.
"으와앗!"
그가 쓰러지며 뻗은 오른손이 탁자 위에 놓여 있던 만독진경 비급을 정확하게 품속으로 쓸어 담았다.
철컥!
저울의 고정 고리가 기분 좋은 소리를 내며 풀렸으나, 완벽한 수평 덕분에 자폭 장치는 꿈쩍도 하지 않고 조용히 가라앉았다.
석실 안은 순간 기적을 목격한 듯한 충격과 침묵에 휩싸였다.
당외 가주는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렸다.
"이, 이럴 수가……! 서책의 미세 중량을 손목의 감각만으로 꿰뚫어 보시고, 품속의 말린 고구마 조각의 중량과 단 1전의 오차도 없이 일치시켜 저울의 균형을 맞추시다니!"
"소가주님의 그 무서운 공간 감각과 기계 해독력에 우리 사천당가 전체가 다시 한번 고개를 숙일 뿐이오!"
남궁휘 역시 감격에 젖어 포권을 취했다.
"형님…… 고구마 조각 하나로 백 년 묵은 기문 저울의 함정을 제압하시다니, 형님의 계산은 정말 천하의 모든 원리를 다 꿰뚫고 계십니다."
남궁성은 바닥에 쓰러진 채 품안의 비급을 털어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고구마가 너무 딱딱해서 버린 건데…… 저울은 왜 또 완벽하게 맞는 거며…… 내 턱관절은 왜 이리 시리냐…… 배고프다…….'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독왕묘의 깊은 석실마저 말린 고구마 조각 하나로 만독진경을 안전하게 획득하며 사천 무림 역사상 가장 위대하고도 엽기적인 무학의 거두로 다시 한번 이름을 드높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