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50화: 조청 엿이 연 독왕의 문 (2부 중반부)
만약대회의 첩자를 색출해 낸 성과는 눈부셨다. 마교의 분타원들이 사천당가 인근의 금지(禁地)이자 전설적인 독인, '독왕(毒王)'의 무덤인 '독왕묘(毒王墓)'에 침입하여 가문의 비전 독경(毒經)을 도굴하려 한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이다.
당외 가주와 무림맹의 무사들은 남궁성을 명예 총사령관으로 삼아 즉각 만독습지(萬毒濕地) 깊은 곳에 위치한 독왕묘 입구로 진격했다.
독왕묘 입구는 거대한 청동 석문으로 굳게 닫혀 있었고, 석문 중앙에는 세 개의 기이한 열쇠구멍이 파여 있었다.
"소가주 소협, 저 세 개의 구멍 중 오직 하나만이 진짜 열쇠구멍이고, 나머지 두 구멍에 열쇠를 넣었다가는 독왕이 남긴 '청귀화(靑鬼火-쇠도 녹이는 푸른 불꽃)'가 뿜어져 나와 사방을 불바다로 만들 것이오. 부디 소협의 혜안으로 진짜 구멍을 식별해 주시오."
당외 가주가 긴장된 얼굴로 남궁성에게 열쇠를 바쳤다.
남궁성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이 독쟁이 늙은이 무덤은 또 왜 이리 함정이 살벌해! 그냥 문 부수고 들어가면 안 되냐고!'
하지만 도사들과 당가 고수들이 눈을 번뜩이며 지켜보자, 남궁성은 뇌맥의 두통을 견디며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당외 가주가 독왕의 무학 공식에 따라 맨 위의 구멍에 열쇠를 넣는다. 그러나 그것은 함정이었고, 청귀화가 뿜어져 나와 사방의 무사들이 불타오르고 석문이 영구히 봉쇄되는 파국적인 미래가 보였다.
"으악! 진짜로 타 죽네! 불장난은 사절이야!"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진짜 열쇠구멍을 추적했다.
진짜 열쇠구멍은 가장 아래에 있는 세 번째 구멍이었다. 하지만 그 세 번째 구멍 내부에는 강철을 갉아먹고 사는 맹독성 딱정벌레인 '철갑충(鐵甲蟲)'이 둥지를 틀고 있어, 열쇠를 그냥 넣었다가는 곤충의 등껍질에 막혀 열쇠가 들어가지 않고 억지로 누르다 열쇠가 부러질 터였다.
'세 번째 구멍이 정답이다. 하지만 철갑충을 먼저 밖으로 유인해야 해.'
그때, 남궁성의 손가락 끝에는 아침에 주막에서 사 먹다 남은 끈적끈적한 '조청 쌀엿(麥芽糖)' 조각이 묻어 있었다. 단 맛에 사족을 못 쓰는 철갑충을 유인하기 딱 좋은 천연의 미끼였다.
만약 그가 손에 묻은 끈적거리는 조청 엿을 닦아내기 위해, 가장 아래에 있는 세 번째 열쇠구멍 입구에 손가락을 대고 슥슥 비벼 엿을 발라둔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미래가 요동쳤다.
달콤한 조청 냄새를 맡은 철갑충들이 열쇠구멍 밖으로 줄지어 기어 나온다.
그때 뇌맥의 편두통 패널티로 비틀거리던 남궁성이 앞으로 고꾸라지며 손에 쥐고 있던 청동 열쇠가 세 번째 구멍 안으로 쏙 미끄러져 들어간다.
기어 나오던 철갑충들은 열쇠에 밀려 구멍 안쪽의 벽으로 납작하게 압착되어 무력화되고, 열쇠가 완전히 회전하며 청동 석문이 거대한 굉음과 함께 열리는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좋아, 조청 엿의 단맛을 믿어보자!'
남궁성은 뇌리가 지끈거리는 두통을 참으며, 손가락에 묻은 조청 엿 조각을 꼬물거렸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가장 아래에 있는 세 번째 열쇠구멍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끈적거리는 손가락을 열쇠구멍 주변에 대고 슥슥 비벼대며 엿을 발라두었다.
"음, 기(氣)의 조율이 필요하군."
당외 가주와 무사들은 숨을 죽이고 그 기이한 동작을 주시했다.
"소가주 소협께서 열쇠구멍의 독기를 손끝으로 흡수하고 계시는구려!"
잠시 후, 달콤한 조청 냄새에 홀린 손가락만 한 시커먼 철갑충 네 마리가 열쇠구멍 밖으로 더듬이를 흔들며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당가 무사들이 비명을 지를 뻔했다.
"철갑충! 열쇠구멍 내부에 저 맹독충이 둥지를 틀고 있었다니!"
바로 그 순간!
남궁성은 밀려드는 예지력의 두통 패널티로 인해 윽 소리를 내며 앞으로 꼬꾸라졌다.
"으와앗!"
그가 쓰러지던 손끝에 쥐고 있던 청동 열쇠가, 철갑충들이 기어 나오던 세 번째 열쇠구멍 안으로 단 1푼의 오차도 없이 쏙 빨려 들어가듯 미끄러져 들어갔다.
스르륵- 탁!
기어 나오던 맹독충들은 열쇠의 압력에 밀려 구멍 내부에서 납작포가 되었고, 미끄러진 열쇠는 회전력을 얻어 우측으로 스르륵 돌아갔다.
철컥! 쿠쿠쿠쿠쿵!
백 년 동안 닫혀 있던 독왕묘의 청동 석문이 대지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양옆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내부에서는 맹독의 청귀화 대신, 신비로운 보랏빛의 약향(藥香)이 은은하게 퍼져 나왔다.
원정대 무사들은 입을 쩍 벌린 채 제자리에 얼어붙었다.
당외 가주는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으며 눈물을 흘렸다.
"소가주 소협……! 구멍 내부에 철갑충이 매설되어 열쇠를 부러뜨릴 음모를 미리 파헤치시고, 조청 엿을 빌려 벌레를 제압하고 문을 여시다니! 이 어찌 천문지리와 생물학(生物學)을 다 아우르는 신산이란 말이오!"
남궁휘 역시 경탄하며 검을 거두었다.
"형님……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독왕의 백 년 진법을 해제하시다니, 형님의 계산은 정말 천하를 다 덮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남궁성은 흙바닥에 자빠진 채 엉덩이를 문지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엿이 이빨에 붙어서 손가락으로 떼어낸 건데…… 문이 왜 열려…… 벌레는 왜 뭉개지고 난리야…… 집에 가고 싶다…….'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사천성의 독왕묘 입구마저 조청 엿 한 조각으로 개척하며 사천당가와 무림 원정대원들에게 영원히 패배하지 않는 '무결점의 전쟁 지배자'로 자리를 굳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