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48화: 세 잔의 술과 마라 땅콩
사천성 성도(成都)를 지나 마침내 독과 암기의 본산, 사천당가(四川唐門)의 거대한 장원 앞에 도달했다. 당가의 입구는 사방이 푸른 독죽(毒竹)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기문둔갑의 삼엄한 장치들이 배치되어 있었다.
당가의 가주 당외(唐畏)는 장원 정문 앞에서 백여 명의 당가 고수들과 함께 남궁성 일행을 맞이했다.
하지만 당가는 호락호락하게 손님을 들이는 가문이 아니었다. 당외 가주는 탁자 위에 똑같이 생긴 세 개의 옥잔을 올려두며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소가주 소협, 먼 길 오시느라 고생하셨소. 우리 당가의 법도에 따라, 장원에 들어서기 전 가벼운 시험을 치러야 하오. 여기 세 잔의 술 중 한 잔은 달콤한 꿀술(蜜酒)이고, 나머지 두 잔은 당가의 극독인 '칠심엽독(七心葉毒)'을 탄 독주요. 향과 내력의 탐지를 모두 차단해 두었으니, 오직 소협의 혜안으로 꿀술을 찾아내어 들이켜 보시오."
남궁성은 속으로 쌍욕을 퍼부었다.
'이 괴팍한 독쟁이 노인네가 처음부터 사람 목숨을 가지고 장난질이네! 내공도 없는 내가 독주를 마셨다간 그 자리에서 황천길이라고!'
남궁성은 식은땀을 흘리며 다급하게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남궁성이 향을 맡아 보려 잔에 코를 들이밀지만, 당가에서 심혈을 기울여 숨겨둔 탓에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는다. 결국 찍기로 왼쪽 잔을 들이켰다가, 칠심엽독의 맹독에 중독되어 피를 토하고 나자빠지는 비참한 미래가 보였다.
"으악! 진짜로 죽잖아! 찍기는 안 돼!"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진짜 꿀술이 담긴 잔을 추적했다.
진짜 꿀술은 정확히 '가운데 잔'이었다. 왼쪽과 오른쪽 잔에는 은밀한 극독이 장착되어 있었다.
'가운데 잔이 정답이다. 하지만 그냥 가운데 잔을 집어 마시면 우연히 맞춘 것처럼 보이겠지. 나머지 두 잔의 독을 확실하게 폭로하고 기선제압을 해야 해.'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마침 그의 주머니 속에는 주막에서 간식으로 먹다 남은 매콤한 '마라 땅콩(麻辣花生)' 부스러기가 들어 있었다. 칠심엽독은 마라 땅콩의 기름진 성분과 반응하면 즉각 거품을 뿜으며 녹색으로 변하는 화학적 성질이 있었다.
만약 그가 가운데 잔을 마시기 위해 다가가다, 예지력의 두통 패널티로 인해 몸을 가누지 못하고 탁자를 세차게 들이받는다면?
그 충격으로 오른쪽 잔이 쓰러지며 독주가 탁자 청석 바닥에 쏟아진다. 쏟아진 칠심엽독은 강한 부식성 때문에 청석을 녹이며 치이익! 노란색 수증기를 뿜어낼 것이다.
동시에 비틀거리는 남궁성의 입가에서 마침 씹고 있던 마라 땅콩 한 조각이 툭 튀어나와 왼쪽 잔 속으로 쏙 떨어진다.
왼쪽 잔은 땅콩 성분과 반응하여 순식간에 녹색 거품을 부글부글 뿜어낸다.
결국 완벽하게 독이 폭로된 두 잔을 내버려 두고, 남궁성이 홀로 멀쩡한 가운데 잔을 우아하게 들어 원샷하는 미래가 나타났다.
'좋아, 마라 땅콩의 위력을 보여주지!'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입안에 마라 땅콩 한 조각을 물고 우물거렸다.
당외 가주가 재촉했다.
"소가주 소협, 잔을 고르시오."
남궁성은 엄숙한 표정으로 탁자를 향해 걸어갔다.
그러나 두통 때문에 시야가 흐려지며 다리가 풀렸다. 남궁성은 앞으로 꼬꾸라지듯 비틀거리며 탁자의 모서리를 골반으로 세차게 들이받았다.
쿵!
"우왓?!"
탁자가 크게 흔들렸다. 그 진동으로 오른쪽에 놓여 있던 옥잔이 쓰러지며 내부의 술이 청석 바닥에 쏟아졌다.
치이이이이익!
바닥에 쏟아진 술은 닿자마자 청석을 부식시키며 노란색 유독 가스를 내뿜었고, 돌바닥을 불탄 것처럼 시커멓게 갉아먹었다.
그와 동시에 남궁성이 들이받으며 입을 쩍 벌리는 바람에, 입안에 머물고 있던 마라 땅콩 한 조각이 포물선을 그리며 왼쪽 옥잔 속으로 정확하게 쏙 들어갔다.
보글보글!
왼쪽 잔은 땅콩과 닿자마자 맑고 투명하던 색이 기괴한 에메랄드 녹색으로 변하더니 부글부글 독성 거품을 뿜어냈다.
연무장에 모여 있던 사천당가의 고수들이 일제히 비명을 지르며 뒤로 물러섰다.
탁자 위에는 오직 가운데 옥잔만이 흔들림 없이 고요하고 투명한 빛을 내뿜고 있었다.
남궁성은 비틀거리는 몸을 바로잡으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태연하게 가운데 옥잔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당외 가주를 바라보며 우아하게 목구멍으로 털어 넣었다.
꿀꺽!
달콤하고 시원한 진짜 꿀술의 향기가 혀끝을 감돌았다.
남궁성은 잔을 탁자 위에 내려놓으며 근엄하게 말했다.
"당가의 독주가 제법 매콤하구려."
당외 가주는 턱이 빠질 듯 경악하며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이, 이럴 수가……!'
당가 고수들의 머릿속에서 전율 어린 신화가 일어났다.
삼공자 남궁성은 잔을 만지기도 전에 칠심엽독의 화학적 배열을 다 꿰뚫고 있었다. 그리하여 신형을 흔들어 오른쪽 잔의 부식성을 만천하에 드러냈고, 마라 땅콩 한 조각으로 왼쪽 잔의 마독(魔毒) 반응을 유도해 냈다. 독을 마시지 않고 독을 증명한 뒤, 가장 안전한 진짜 꿀술을 유유히 들이켜신 저 위대한 안계!
당외 가주는 포권을 취하며 깊은 머리를 숙였다.
"소가주 소협…… 당가의 얕은 재주가 소협의 무변한 독학(毒學) 앞에서는 한낱 어린아이 장난이었소이다. 소협의 깊은 경지에 사천당가 전체가 경의를 표하오!"
설영 도장 역시 감격 어린 시선으로 남궁성을 보았다.
"독을 다스리는 수법이 이토록 예술적이라니…… 남궁 소협은 이미 독왕(毒王)의 경지이시군요."
남궁성은 달콤한 꿀술 맛을 음미하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진짜 넘어져서 탁자 부술 뻔한 건데…… 땅콩 맛은 맵고…… 술은 왜 이리 쪼금 주냐…… 배고프다…….'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사천당가의 정문을 밟는 그 첫 통과의례마저 땅콩 한 조각으로 당가 전체를 경악의 도가니탕으로 만들며 독학의 절대 군주로 강림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