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45화: 매화로주와 보라색 거품
화산파의 백 년 묵은 신물 '자하진경'을 회수한 쾌거로 인해, 화산파 본산에서는 무당파 원정대 때보다 훨씬 더 성대하고 화려한 대연회가 열렸다.
화산파 장문인 백화도인은 남궁성을 자신의 바로 옆자리에 앉히고, 화산파 최고의 명주이자 십 년에 한 번 개봉한다는 '매화로주(梅花露酒)' 항아리를 가져와 극진히 대접했다.
"소가주 소협! 소협이 아니었다면 우리 화산파는 시조님의 비급을 영영 사곡 아래에 묻어둘 뻔했소. 이 은혜는 화산파가 존속하는 한 결코 잊지 않을 것이오!"
백화도인이 술잔을 채우려던 찰나, 옆에 앉아 있던 무당파 장문인 정선선인이 술잔을 들며 말했다.
"듣자 하니 다음 달, 사천성(四川省)의 사천당가(四川唐門)에서 천하의 의원들과 독사들이 모이는 '만약대회(萬藥大會)'가 열린다 하더이다. 무림맹에서는 이번 사건의 배후인 마교의 음모를 완전히 뿌리 뽑기 위해, 우리 정파의 영웅인 남궁 소협이 사천으로 가 대표로 참석해 주길 바라고 있소."
남궁성은 닭다리를 씹다 멈칫했다.
'사천?! 거기는 고추가 가득한 매운 음식밖에 없고, 온갖 독벌레와 암기가 판을 치는 험한 곳이잖아! 게다가 당가 놈들은 다 성격이 괴팍하다고 들었는데, 내가 왜 거길 가야 해!'
남궁성은 당장 거절하고 세가로 도망칠 궁리를 했다.
그는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매화로주 항아리가 다가오는 것을 보며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연회가 무르익어 갈 때, 화산파의 외당 시종으로 위장한 마교의 첩자가 다가와 매화로주 항아리에 무색무취의 극독인 '귀식산(歸息散)'을 은밀히 타서 남궁성에게 권한다. 남궁성이 그 술을 마시는 순간, 내장이 타들어 가며 거품을 물고 쓰러져 화산파의 병상에서 사경을 헤매게 되는 비참한 미래가 보였다.
"으악! 진짜 매 순간이 살얼음판이구나! 이놈들은 잔치만 열면 독을 타는 버릇이 있나 봐!"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음모를 분쇄할 방법을 고민했다.
독약인 귀식산은 강한 산성 기운을 품고 있었고, 열을 받으면 격렬하게 반응하여 보라색 거품을 내뿜는 약점을 가지고 있었다.
'술 항아리에 뜨거운 열을 가해 독을 먼저 폭발시켜야 해. 마침 내 머리 위에는 연회장을 밝히는 거대한 청동 기름 천장등(등잔)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군. 그 등잔에서는 뜨거운 기름방울이 아슬아슬하게 고여 맺혀 있는 상태지.'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다과로 나온 아주 신 야생 매실(梅實)을 씹다가, 너무 신맛에 온몸을 부르르 떨며 입속의 매실 씨앗을 천장을 향해 퉤 하고 뱉어낸다.
날아간 매실 씨앗이 천장의 청동 등잔의 하단을 때려 흔들리게 만든다.
등잔이 흔들리며 고여 있던 뜨거운 기름방울 하나가 수직으로 낙하하여, 마침 자객이 다가와 남궁성에게 따르려던 매화로주 항아리의 열린 주둥이 안으로 쏙 떨어지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뜨거운 기름의 힘을 믿어보자!'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매실을 한 입 베어 물었다.
아작!
상상을 초월하는 지독한 신맛이 뇌맥을 강타했다. 남궁성은 얼굴을 찌푸리며 기침을 하는 척 입속의 씨앗을 퉤 하고 천장 어둠 속으로 강하게 뱉어냈다.
퉤!
슝!
날아간 매실 씨가 천장에 매달려 있던 청동 기름등의 놋쇠 테두리를 깡! 하고 때렸다.
등잔이 삐걱거리며 흔들렸다.
바로 그 순간, 턱에 검은 흉터가 있는 시종(위장한 자객)이 매화로주 항아리를 들고 다가와 남궁성의 찻잔에 술을 따르려 했다.
"삼공자님, 매화로주 한 잔 올리겠습……."
그가 항아리를 들이민 바로 그 찰나!
흔들리던 천장의 등잔 끝에 맺혀 있던 펄펄 끓는 뜨거운 기름방울 하나가 툭 떨어졌다.
스윽- 톡!
기름방울은 들이밀어진 술 항아리의 좁은 주둥이 안으로 단 1푼의 오차도 없이 쏙 떨어져 안착했다.
그 순간!
치이이이이익! 보글보글!
항아리 내부에서 요란한 끓는 소리가 들리더니, 맑고 투명하던 매화로주가 순식간에 끈적끈적한 보라색 독액으로 변하며 주둥이 밖으로 보라색 거품을 부글부글 뿜어내기 시작했다. 지독한 악취가 사방으로 진동했다.
시종의 안색이 사색이 되었다.
"어, 어어?! 이게 왜……!"
옆에 서 있던 백화도인과 남궁휘가 즉각 반응했다.
"독이다! 술에 독이 들어 있었다!"
"자객을 체포하라!"
남궁휘가 검을 뽑아 들고 자객의 어깨를 쳐서 제압했고, 무사들이 순식간에 그를 결박했다.
연회석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백화도인은 뿜어져 나오는 보라색 거품을 보고 소름이 돋아 남궁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소가주 소협! 술에 독이 든 것을 눈으로 보지도 않고 천장의 흔들림으로 감지하시어, 단 하나의 매실 씨앗으로 기름을 떨어뜨려 독을 폭로해 내시다니! 이 어찌 인간의 경지라 하겠소!"
정선선인 역시 수염을 바르르 떨며 탄복했다.
"독약의 알케미 화학적 상극마저 꿰뚫어 보시고, 소란을 피우지 않고 독을 증명해 내시는 저 신산귀모의 깊이! 사천당가로 향하시는 길에 이보다 더 든든한 방패는 없겠구려!"
남궁휘는 묵직하게 포권을 취하며 눈빛을 빛냈다.
"형님…… 사천당가로 가시기 전에, 적들이 당가의 독암기를 시험하려는 음모를 미리 파헤치신 게로군요. 형님의 지혜에 다시 한번 무릎을 꿇습니다."
남궁성은 시큼한 침을 삼키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진짜 너무 셔서 뱉은 건데…… 내 십 년 묵은 명주가 퐁퐁 주방세제가 되었네…… 나 진짜 사천 가기 싫다고…….'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화산파의 송별 연회마저 매실 씨 하나로 자객을 때려잡으며 사천성 전체를 경악과 기대의 도가니로 몰아넣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