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42화: 어깨 위의 애벌레와 괴도
자홍독사의 입에서 나온 비단 조각 덕분에 화산파의 외당 집사 마성태가 배후 조폭의 끄나풀이었음이 밝혀졌다.
그러나 체포된 마성태는 울며 자백했다. 자신은 단지 바람을 잡았을 뿐, 실제로 자하단을 훔쳐낸 진짜 주범은 강호에서 흔적을 남기지 않기로 유명한 사파의 괴도, '호접귀(蝴蝶鬼) 비영'이라는 것이었다.
비영은 아직 화산을 탈출하지 못하고, 오늘 아침 연무장에 모이는 수백 명의 화산파 제자들 사이에 평범한 제자의 무복을 입고 은밀히 섞여 들어간 상태였다.
"소가주 소협, 호접귀 비영은 안면 변장술인 '역용술(易容術)'의 대가라 웬만한 고수도 얼굴을 알아볼 수 없소이다. 제자들의 눈동자와 호흡을 하나하나 점검하여 그 괴도를 색출해 주시오."
장문인 백화도인이 간곡히 부탁했다.
남궁성은 연단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백 명이 넘는 똑같은 푸른 무복을 입은 화산파 제자들이 오와 열을 맞춰 서 있었다.
'저 얼굴들 중에서 어떻게 진짜 괴도를 찾아내냐고…… 내 눈은 그냥 사람 눈이라고.'
남궁성은 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감고 미래를 보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조사가 지지부진하게 이어지던 중, 호접귀 비영이 은밀하게 대열의 가장자리로 이동하여 절벽 쪽 비상 통로를 타고 화산을 탈출해 버린다. 괴도를 놓치자 화산파는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남궁성을 화산에 무기한 억류하여 산사태 위험이 도사리는 절벽에서 수색 작업을 돕게 만드는 끔찍한 미래가 보였다.
'안 돼! 억류당해서 등산하는 건 절대 싫어! 무조건 여기서 잡아야 해!'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괴도의 정확한 위치를 예지로 추적했다.
괴도는 셋째 줄의 왼쪽에서 네 번째 자리에 서 있는 뚱뚱한 제자의 몸을 하고 있었다. 그의 품 안에는 훔쳐낸 자하단 옥병이 소중하게 보관되어 있었다.
'저놈을 어떻게 폭로하지? 내가 대놓고 "네가 괴도다!"라고 하면, 저놈이 칼을 뽑아 무고한 제자들을 인질로 잡고 난동을 피울 텐데.'
인과율을 미세하게 비틀 대안을 찾았다.
자세히 보니, 괴도의 오른쪽 어깨 도포 위에는 마침 나무에서 떨어진 손가락만 한 야생 초록색 송충이(애벌레) 한 마리가 꿈틀거리며 기어 다니고 있었다.
만약 남궁성이 연단 위에서 괴도를 엄숙하게 가리키며, "거기 자네, 어깨 위에 초록색 벌레가 있군."이라고 가볍게 한마디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미래가 요동쳤다.
괴도는 극도로 예민하고 불안한 상태였다. 그는 남궁성이 자신을 가리키며 "초록색 벌레"라고 말하자, 그것이 자신의 본명인 '비영(나비)'과 자신이 사용하는 독문 암기인 '청선충(靑蟬蟲-초록 매충)'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신화적인 경고라고 오해한다.
남궁성이 이미 자신의 모든 정체와 암기 종류까지 다 꿰뚫어 보고 뼈를 때리는 경고를 날렸다고 착각한 괴도는, 공포에 질려 제자리에서 거품을 물고 비명을 지르며 자폭하듯 무기를 버리고 넙죽 엎드려 자백하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송충이의 위력을 보여주마!'
남궁성은 터질 듯한 두통 속에서 손가락을 뻗어 셋째 줄 왼쪽 네 번째 자리를 정확하게 가리켰다.
"거기 자네."
그 자리에 서 있던 제자(역용한 괴도)의 신형이 굳어졌다.
남궁성은 아주 차분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한마디 툭 던졌다.
"어깨 위에 초록색 벌레가 있군."
그 순간, 괴도의 동공이 찢어질 듯이 흔들렸다.
'초록색 벌레…… 청선충?! 내 독문 암기가 청선충이라는 것과 내 본명이 나비(호접귀)라는 것을 이토록 해학적으로 표현하여 내 뼈를 때리시는구나! 이미 내 역용술은 저 괴물 같은 남궁성의 안안(神眼) 앞에서 투명한 유리창에 불과했단 말인가!'
괴도는 남궁성의 뻗어 나온 손가락이 자신의 생사맥을 저격하는 듯한 극도의 공포를 느꼈다.
"으, 으아아아악! 내가 졌다! 남궁성! 네놈은 정녕 귀신이로구나!"
괴도는 비명을 지르며 품 안에서 은밀하게 장전해 두었던 폭발탄을 내던지려다, 극도의 공포로 손이 미끄러져 폭발탄을 제자리 바닥에 떨어뜨렸다.
펑!
메케한 백색 안개가 괴도 주변에서 터졌고, 당황한 괴도는 도망치려다 옆에 서 있던 진짜 제자의 다리에 걸려 앞으로 꼬꾸라졌다. 넘어지는 충격으로 그의 품속에 소중히 들어 있던 자하단 옥병들이 연단 아래로 데굴데굴 굴러 나와 멈추었다.
"괴도다! 포박하라!"
남궁휘와 무당파의 설영 도장이 동시에 비상하여, 안개 속에서 비명을 지르는 호접귀 비영을 제압하고 쇠사슬로 묶었다.
연무장의 수백 명 제자들과 장문인 백화도인은 입을 쩍 벌린 채 굳어 버렸다.
'이, 이것이 정녕 심리전의 극치란 말인가……!'
백화도인은 연단 아래로 내려가 자하단 옥병을 주워 들고 온몸을 떨었다.
"소가주 소협! 수백 명의 제자 중 역용한 괴도를 단 한 번에 색출해 내신 것도 모자라, '초록색 벌레'라는 기막힌 중의적 비유로 적의 심마(心馬)를 건드려 스스로 자멸하게 만드시다니! 이 어찌 천하제일의 혜안이 아니겠소!"
남궁휘 역시 경탄을 금치 못했다.
"형님…… 검을 쓰지 않고 오직 말 한마디로 적의 철벽 같은 위장막을 깨부수시다니, 형님의 지혜는 진정 우주를 다 덮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남궁성은 어깨를 으쓱하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진짜 어깨에 송충이가 기어가서 떼어주려고 한 건데…… 왜 자폭을 하고 난리야…… 저 도둑놈 자식 성격 한번 급하네…….'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화산파의 대광장 연무장마저 말 한마디로 사파의 전설적인 괴도를 폭사시키는 대기적을 선보이며 화산파 전체에 '살아있는 구세주'로 영원히 박제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