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38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38화: 무너지는 굴속의 비상구

마교(魔敎) 분타의 신물 정화까지 완벽하게 끝나고 원정대가 회군하려던 찰나, 지하 석실 전체가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쿠쿠쿠쿠쿵!

"무슨 일인가! 지진인가?!"
"아닙니다! 기절해 있던 귀록 장로 놈이 쓰러지기 직전, 분타 전체를 파괴하는 자멸 진법인 '구귀환겁진(九鬼幻劫陣)'을 작동시킨 모양입니다!"

석실 입구가 무너져 내리는 돌더미에 막혔고, 바닥의 틈새에서는 사람의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붉은색 환각 안개(紅霧)가 자욱하게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안개를 마신 무사들은 눈이 풀리며 서로를 마교의 괴물로 오해하고 칼을 겨누려 했다. 남궁휘와 설영 도장이 내력으로 환각을 억누르려 했으나, 좁은 가두리 공간에서 안개가 계속 쌓여가고 있어 시간문제였다.

'이런 제랄! 다 부서져서 나갈 구멍이 없잖아! 이 매운 붉은 연기는 또 뭐야!'

남궁성은 기침을 켁켁하며 다급하게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원정대 무사들이 환각에 취해 서로를 베고 찌르는 난전이 벌어진다. 그 와중에 천장이 완전히 붕괴하여 남궁성을 포함한 원정대 전원이 돌더미에 깔려 몰살당하는 파국적인 미래가 선명하게 보였다.

"으악! 뼈도 못 추리고 납작포가 되겠어!"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이 환각 진법을 파괴하고 탈출할 방도를 필사적으로 찾았다.
진법을 해제하려면 이 방 어딘가에 숨겨진 진안(陣眼-진법의 핵심 통제 장치)을 찾아 파괴해야 했다.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하며 석실 벽면을 샅샅이 뒤졌다.
진안은 동쪽 벽면의 평범해 보이는 돌 벽 틈새에, 박쥐 문양으로 정교하게 조각된 돌기(레버) 형태로 숨겨져 있었다. 저 박쥐 조각을 강하게 충격을 주어 누르면 진법이 해제되고, 동시에 붕괴를 멈추는 비상 탈출구 석문이 열리게 설계되어 있었다.

'저 박쥐 조각을 눌러야 해. 하지만 연기 때문에 앞도 안 보이고 벽까지 걸어갈 힘도 없어.'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환각 연기에 취해 켁켁거리며 짜증을 내다, 들고 있던 빈 놋쇠 찻잔(매실차가 담겨 있던 무거운 잔)을 동쪽 벽을 향해 "아씨! 장난치냐!" 하며 홧김에 힘껏 집어 던진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미래가 요동쳤다.
남궁성이 던진 묵직한 놋쇠 찻잔이 붉은 연기를 뚫고 허공을 날아간다.
찻잔은 옹이구멍 같은 연기 틈새를 지나, 동쪽 벽면에 숨겨진 박쥐 조각의 튀어나온 머리 부분을 자비 없이 정타로 때린다.

깡! 하는 소리와 함께 박쥐 레버가 안쪽으로 쑥 들어가며 진안이 파괴된다. 붉은 환각 안개가 벽 틈새로 급격히 빠져나가고, 붕괴하던 천장이 멈추며, 동쪽 벽면이 스르륵 열려 숲속 뒷산으로 연결된 비상 탈출 터널이 나타나는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좋아! 놋쇠 잔의 무게감을 믿어보자!'

남궁성은 뇌맥이 끊어질 듯한 두통 속에서 빈 놋쇠 찻잔의 테두리를 꽉 쥐고 눈을 떴다.
사방은 이미 붉은 연기로 가득 차 한 치 앞도 보이지 않았고, 무사들은 검을 뽑아 들고 허공을 향해 휘두르고 있었다.

남궁휘가 머리를 감싸 쥐며 외쳤다.
"형님…… 제 눈앞에 괴물이 보입니다! 윽, 정신을 차려야……."

남궁성은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판단했다. 그는 붉은 연기를 향해 홧김에 비명을 지르며 놋쇠 찻잔을 동쪽 벽 어둠 속으로 힘껏 집어 던졌다.

"에잇, 더러워서 진짜!!!"

슝-!

무거운 놋쇠 잔이 붉은 연기 장막을 뚫고 쾌속하게 날아갔다.
그리고 잠시 후.

깡!

맑고 날카로운 쇠소리가 어두운 동쪽 벽면에서 울렸다.
바로 그 순간.

스으으으으!

석실 가득 차 있던 붉은 환각 안개가 동쪽 벽면의 틈새로 썰물처럼 급격히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무사들은 흐려졌던 눈빛이 맑아지며 제정신을 차렸고, 무너지려던 천장의 굉음 소리도 뚝 멈추었다.

이어서 동쪽 벽면의 거대한 암벽이 드르륵 소리를 내며 우측으로 열리더니, 숲속 바깥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널찍한 비상 탈출 터널이 눈앞에 나타났다.

모두가 경악에 차 입을 다물지 못했다.
특히 설영 도장은 벽면에 박혀 있는 박쥐 조각과 그 아래 떨어진 놋쇠 찻잔을 보고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이, 이럴 수가……!'

설영의 대가리 속에서 전율 서린 깨달음이 펼쳐졌다.
삼공자 남궁성은 연기로 시야가 차단된 극한의 암흑 속에서도 진법의 눈(陣眼)인 박쥐 조각의 위치를 소수점 단위의 오차도 없이 파악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단 한 번의 투척으로 진법을 깨부수고 비상구까지 열어 아군의 전멸을 막은 것이다!

남궁휘는 맑아진 눈으로 비상구를 바라보며 울부짖었다.
"형님! 또 한 번 저희의 목숨을 구원해 주셨군요! 형님의 신산 앞에서는 마교의 자멸 진법마저 탈출용 비상구 버튼에 불과했습니다!"

"소가주님을 따라 탈출하라!"
무사들은 감격에 찬 함성을 지르며 비상 터널을 통해 요새 밖 숲속으로 무사히 빠져나갔다.

남궁성은 바깥바람을 쐬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매실 찌꺼기 묻은 잔이 더러워서 버린 건데…… 비상구 버튼은 왜 저기 숨겨둔 거야…… 내 컵 돌려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마교의 자멸 진법마저 홧김에 던진 컵 하나로 해제하며 원정대를 완벽하게 구출해 낸 무림의 '살아있는 구도자'로 다시 한번 칭송받게 되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