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35화: 던진 주먹밥에 쓰러진 철갑문
첩자의 자백을 토대로 귀곡촌(鬼谷村) 외곽의 험난한 봉우리 아래 숨겨진 마교(魔敎)의 호북 분타 정문 앞에 도달했다.
하지만 정문 앞은 요새처럼 두꺼운 철조망과 거대한 암벽으로 둘러싸여 있었고, 문앞에는 마교가 자랑하는 거인 무사, '철갑수문장(鐵甲守門將)' 형제 두 명이 서 있었다. 그들은 몸에 두꺼운 쇠갑옷을 두르고 백 근 무게의 거대한 쌍도끼를 쥔 채, 살기를 뿜어내며 입구를 지키고 있었다.
"저 철갑수문장들은 내외공이 극성에 달해 보통의 무력으로는 뚫을 수 없습니다. 정면 돌파를 시도하면 아군의 피해가 너무 클 것입니다."
무당파의 설영 도장이 신중하게 이마를 찌푸렸다.
무사들은 당연하다는 듯 남궁성을 바라보았다.
"소가주 소협, 저 무시무시한 철갑 거인들을 무력화시킬 신묘한 유인책이 있으십니까?"
남궁성은 뒤쪽 바위 그늘에 앉아, 아침에 챙겨온 꿀 주먹밥(蜜飯糰)을 갉아먹으며 속으로 울부짖었다.
'나보고 저 몬스터들이랑 싸우라고?! 미쳤어?! 나는 절대 앞으로 안 나갈 거야!'
남궁성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꿀 주먹밥을 씹으며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무림맹의 선봉대 무사들이 정면 돌파를 시도하자, 철갑수문장 형제가 거대한 쌍도끼를 휘두르며 맹렬하게 반격한다. 두꺼운 갑옷 때문에 아군의 칼날은 이빨도 들어가지 않고, 선봉대 수십 명이 도끼에 맞아 피를 토하며 날아간다. 게다가 그들이 정문 위에 설치해 둔 '낙석 쇠말뚝 진법'까지 발동되어 계곡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대참사의 미래가 보였다.
"으악! 진짜로 단단하네! 도끼질 한 방에 뼈가 가루가 되겠어!"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수문장들을 무력화할 방도를 찾았다.
그의 눈에 철갑수문장 형제 뒤쪽 덤불 속에서 곤히 자고 있는, 멧돼지보다 세 배는 더 큰 거대한 '북망산 흑곰(黑熊)' 한 마리가 들어왔다. 흑곰은 겨울잠에서 깬 지 얼마 안 되어 극도로 예민하고 배가 고픈 상태였다.
'저 미친 흑곰을 자극해서 수문장들을 들이받게 해야 해. 어떻게 하지?'
남궁성은 예지를 수정했다.
그가 먹던 꿀 주먹밥이 너무 뜨겁고 흙먼지가 묻어 맛이 없자, 에잇 하며 옆방 덤불 쪽으로 휙 던진다.
꿀 냄새를 뿜어내는 묵직한 주먹밥이 덤불 속에서 졸고 있던 흑곰의 콧등을 정확히 강타한다.
잠결에 꿀 냄새 나는 돌(?)을 맞고 빡친 흑곰이 포효하며 덤불 밖으로 튀어나온다.
흑곰의 눈에 가장 먼저 보인 것은 멧돼지처럼 단단해 보이는 철갑수문장 형제들의 반짝이는 쇠갑옷이었다. 흑곰은 먹이인 줄 알고 그들을 향해 돌진하고, 당황한 수문장들은 도끼를 휘두르며 곰과 개싸움을 벌인다.
그 과정에서 그들이 서 있던 자리에 매설되어 있던 자신들의 함정 와이어(정문 위의 쇠말뚝 붕괴 장치)를 밟게 되는데, 쇠말뚝 진법이 마교 놈들의 머리 위로 쾅쾅쾅 쏟아져 내려 곰과 수문장들을 동시에 깔아뭉개 기절시키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곰아! 주먹밥 먹고 힘내라!'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흙이 잔뜩 묻어 끈적거리는 꿀 주먹밥을 조준하여 덤불 속으로 세차게 튕겼다.
휙!
슝!
날아간 주먹밥이 기가 막히게도 덤불 깊숙이 잠들어 있던 흑곰의 콧구멍 틈새를 직격했다.
털썩!
"쿠어어어어!!!"
순간 귀곡촌 계곡 전체를 흔드는 거대한 포효와 함께, 산만 한 거대 흑곰 한 마리가 눈을 부릅뜨고 수풀을 헤치며 튀어나왔다.
배가 고파 미쳐버릴 것 같던 흑곰의 눈에, 꿀 냄새를 풍기는 주먹밥의 흔적과 그 옆에 서 있는 번쩍이는 철갑수문장 형제가 들어왔다.
"크아아앙!"
흑곰은 광포하게 들이받았다.
"으, 으악! 웬 미친 곰이?!"
철갑수문장 형제는 기겁하여 쌍도끼를 휘둘렀으나, 흥분한 흑곰의 무지막지한 맷집 앞에서는 철갑도 소용없었다. 곰의 앞발 후려치기와 수문장들의 도끼질이 뒤엉키며 아수라장 같은 개싸움이 벌어졌다.
그들이 비틀거리며 싸우던 와중에, 수문장 동생의 거대한 쇠장화가 바닥에 위장되어 있던 줄을 밟고 당겨버렸다.
틱!
쿠쿠쿠쿠쿵!!!
정문 위의 흙벽과 대들보에 박혀 있던 수십 개의 청동 쇠말뚝과 돌멩이들이 벼락처럼 쏟아져 내렸다.
"어, 어어?! 진법이 왜 작동해?!"
와당탕탕! 콰직!
수백 근 무게의 쇠말뚝 폭풍이 철갑수문장 형제와 흑곰을 덮쳤고, 그 무지막지한 무게에 눌려 수문장들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쇠갑옷째로 깔려 기절했으며, 흑곰 역시 쇠말뚝에 깔려 끙끙 앓으며 무력화되었다.
마교의 무적 정문 방어선이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붕괴해 버린 것이다.
원정대 무사들은 턱이 빠질 듯 경악하며 남궁성을 보았다.
설영 도장은 찻잔 대결 때보다 훨씬 더 큰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이, 이건 신의 안계다……!'
설영은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남궁성은 대적하기 힘든 철갑수문장의 방어력을 꿰뚫어 보고, 덤불 속 잠든 거대 야수의 위치와 마교의 붕괴 진법 장치 좌표를 한눈에 파악한 것이다. 그리하여 주먹밥 하나로 야수를 유인해 적들이 자신들의 함정을 밟아 자멸하게 만들었다!
남궁휘는 감격에 젖어 검을 치켜들었다.
"형님…… 주먹밥 하나로 마교의 철갑방어선을 붕괴시키다니, 형님의 계산 앞에서는 마교의 만만치 않은 군대마저 어린아이 장난감일 뿐이군요!"
"진격하라! 마교를 토벌하라!"
무사들이 함성을 지르며 부서진 정문 안으로 쇄도했다.
남궁성은 빈손을 털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맛있는 꿀주먹밥이었는데…… 흙이 묻어서 버린 건데…… 왜 곰이 튀어나와서 저러는 건데…… 나 밥 못 먹었다고…….'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마교의 호북 분타 정문마저 끈적한 주먹밥 하나로 박살 내며 무림 원정대원들에게 '전쟁의 지배자'로 영원히 각인되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