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34화: 절벽 위의 도도한 낙석
태극보고의 습격범 귀면서생의 심문을 통해, 마교(魔敎)의 하이라이트 분타가 호북성 외곽의 황량한 계곡인 '귀곡촌(鬼谷村)' 인근에 둥지를 틀고 있다는 구체적인 정보가 입수되었다.
무당파와 무림맹, 그리고 남궁세가의 무사들은 즉각 연합 원정대를 결성했고, 소가주 남궁성은 당연하게도 원정대의 명예 총사령관으로 마차에 강제로 태워져 깊은 산길로 끌려가고 있었다.
"형님, 이 앞은 바람이 몹시 불고 절벽이 가파른 '풍명협(風鳴峽)'입니다. 마교 놈들이 험한 산세를 이용해 습격해 올 수 있으니 긴장을 놓아선 안 됩니다."
남궁휘가 마차 창문 너머로 신중하게 경고했다.
마차 안에서 덜컹거림에 멀미를 느끼던 남궁성은 황급히 눈을 감고 미래를 보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마차가 풍명협의 좁은 외길을 지나갈 때, 절벽 위에서 마교의 기습으로 집채만 한 거대한 낙석(落石)이 굴러떨어진다. 낙석은 마차를 정타로 쳐서 계곡 아래로 뭉개버리고, 남궁성은 뼈가 바스러진 채 최후를 맞이하는 비참한 미래가 선명하게 보였다.
"으악! 또 돌멩이야?! 이 나라는 산사태가 왜 이렇게 자주 나는 거야!"
남궁성은 이마를 짚으며 끙끙 앓았다. 뇌리를 찌르는 두통을 견디며 낙석의 궤적을 바꿀 대안을 찾아야 했다.
'낙석이 굴러떨어지는 절벽 중간에는 거대하고 튼튼한 늙은 참나무 한 그루가 서 있군. 저 참나무의 각도가 아주 미세하게 남쪽으로 5도만 기울어져 있다면, 굴러떨어지는 바위가 참나무에 부딪쳐 궤적이 동쪽 계곡 아래로 튕겨 나갈 텐데.'
하지만 가파른 절벽 위에 서 있는 거대한 참나무를 어떻게 기울인단 말인가?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하며 절벽 아래의 지반을 관찰했다. 참나무 뿌리 바로 밑에는 참나무를 지탱하고 있던 커다란 지탱돌(쐐기돌)이 흙더미 속에 아슬아슬하게 박혀 있었다.
만약 그가 마차를 세운 뒤, 허리춤에 차고 있던 귀한 옥패(玉牌)를 절벽 아래 비탈길로 떨어뜨리고, 그걸 줍는 척 비탈길을 내려가다 발이 미끄러져 쐐기돌을 발로 차서 뽑아내 버린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미래가 요동쳤다.
남궁성이 비탈길에서 미끄러지며 쐐기돌을 차낸다. 참나무의 무게 중심이 무너지며 남쪽으로 미세하게 툭 기운다.
그 순간 마교가 위에서 굴려 떨어뜨린 거대한 바위가 굴러내려 오다, 기울어진 참나무 둥지를 세차게 들이받는다.
바위는 참나무에 튕겨 궤적이 바뀌며 세가의 마차가 아닌, 동쪽 수풀 속에 숨어서 무사들의 전멸을 지켜보려던 마교의 정찰 첩자 대장의 뚝배기(머리) 위로 정확히 떨어져 자멸시키는 미래가 나타났다.
'좋아, 옥패가 조금 긁히겠지만 내 뼈가 긁히는 것보단 낫지!'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옷자락을 여미며 눈을 떴다.
마차는 이미 절벽 길 초입에 들어서고 있었다.
남궁성은 갑자기 문을 열고 외쳤다.
"멈춰라! 바람이 차니 내 잠시 내려 기운을 다스려야겠다!"
마차가 급정거하자, 남궁성은 내리자마자 허리춤에 차고 있던 고급 옥패를 슬그머니 비탈길 아래 수풀 속으로 툭 떨어뜨렸다.
"아앗! 내 소중한 옥패가 떨어졌구나!"
길잡이 설영 도장이 만류했다.
"소가주 소협, 위험한 곳이니 무사들에게 줍게 하십시오."
"아니다! 내 가문의 유산이니 내 손으로 직접 주워야 의식(儀式)에 어긋나지 않는다!"
남궁성은 비탈길 아래로 조심스럽게 기어 내려갔다. 그리고 옥패가 떨어진 흙더미 속에서 옥패를 쥐는 순간,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으로 다리가 풀려 옆으로 비틀거리며 꼬꾸라졌다.
"으앗!"
자빠지던 그의 발끝이 흙더미 속에 깊이 박혀 있던 쐐기돌을 강하게 후려쳤다.
깡!
쐐기돌이 흙 속에서 뽑혀 나가며 굴러떨어졌고, 뿌리가 흔들린 절벽 위의 참나무가 남쪽으로 드르륵 소리를 내며 미세하게 툭 기울어졌다.
바로 그 찰나!
절벽 정상에서 굉음소리가 들려왔다.
쿠쿠쿠쿠쿵!
마교 무리들이 굴린 집채만 한 바위가 가파른 절벽을 타고 무서운 속도로 굴러떨어지기 시작했다.
남궁휘와 무사들이 검을 뽑아 들고 마차를 경호하려던 순간!
절벽 중간에서 번개처럼 내려오던 바위가, 남궁성이 비틀어놓은 참나무의 두꺼운 둥지를 정확하게 때렸다.
깡!!!
바위는 거대한 참나무 둥지를 때린 반동으로 궤적이 급격하게 동쪽으로 휘어졌고, 마차를 빚겨 나간 채 저 멀리 동쪽 수풀 속으로 벼락처럼 쏘아져 들어갔다.
퍼어억! 콰당탕!
"끄아아악!"
수풀 속에서 마차의 파멸을 중계하려던 마교의 정찰 조장과 부하 무사 삼인방이, 날아든 바위에 얻어맞고 뼈가 부러진 채 사방으로 튕겨 나가 비명을 질렀다.
"저기 마교의 첩자가 있다! 포박하라!"
무당파와 세가의 무사들이 즉각 날아올라, 부러진 나뭇가지 아래에 깔린 채 피를 토하는 마교의 정찰 조장을 단숨에 체포했다.
설영 도장은 비탈길 위에 멍하니 서서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이, 이것이 정녕 인간의 계산이란 말인가……!'
설영의 머릿속은 전율적인 전율로 가득 찼다.
남궁성은 절벽의 흙과 참나무의 생장 상태, 그리고 낙석의 속도와 낙하 궤적을 찰나의 순간 계산했다. 그리하여 옥패를 떨어뜨리는 척 연출하며 지탱돌을 제거해 참나무의 각도를 바꿨고, 낙석을 정확한 각도로 튕겨내어 수풀 속에 숨은 마교의 정찰 부대까지 일망타진한 것이다!
설영은 가슴 손을 얹고 정중히 머리를 숙였다.
"남궁 소협의 신산은 이미 무림의 자연 이치를 다 지배하고 계시는군요. 이 설영, 깊은 배움을 얻었습니다."
남궁성은 비탈길에서 옥패를 털며 먼지 묻은 엉덩이를 쓸어내리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엉덩이 다 까졌네…… 옥패는 금이 가고…… 나 진짜 넘어진 거라니까…… 저 첩자는 왜 저기 숨어 있어서 돌을 맞는 거야…….'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풍명협의 굽이치는 벼랑길에서마저 참나무 각도 비틀기로 마교의 정찰대를 때려잡으며 강호 무림 역사상 가장 괴이하고도 완벽한 사령관으로 자리를 굳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