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33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33화: 어둠 속의 거울 치료

무경 대제자를 참외씨로 굴복시킨 사건 이후, 남궁성은 무당파 장문인 정선선인의 특별 허가를 받아 무당파의 극비 구역인 '태극보고(太極寶庫)'를 구경할 기회를 얻었다.

태극보고는 무당파의 백 년 묵은 무학 비급들과 영약들이 보관된 삼엄한 철제 석실이었다. 남궁성은 무당파의 비급을 훔치려는 첩자가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는 정보에 따라, 장문인과 함께 석실 내부를 점검하는 척하고 있었다.

'아유, 퀘퀘한 한지 냄새만 가득하고 재미없네. 얼른 구경하고 내려가서 따뜻한 침침구에 눕고 싶다.'

남궁성은 지루함을 참으며 탈출할 궁리를 하다, 문득 불길한 예감이 들어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석실 내부의 촛불이 갑자기 일시에 꺼지며 암흑이 찾아온다.
무당파의 핵심 비급을 훔치기 위해 잠입한 마교의 신법 천재, '귀면검서(鬼面劍書)'가 벽을 타고 나타나 태극심법 비급을 낚아채고 출구를 향해 광속으로 질주한다. 출구 근처에 서 있던 남궁성은 자객이 던진 맹독 연막탄인 '화골독무(化骨毒霧)'에 노출되어 목을 부여잡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고, 자객은 유유히 사라지는 끔찍한 미래였다.

"으악! 독가스 탄이라니!"

남궁성은 머리를 관통하는 두통을 견디며 침입자를 무력화할 묘책을 짜냈다.
자객은 어둠 속에서 오직 출구의 빛과 감각에만 의존해 광속으로 뛰쳐나갈 예정이었다.

'출구 앞에 자객의 시야를 가리고 진로를 방해할 거대한 벽을 세워야 해. 마침 출구 옆에는 대청동 거울(청동경)이 거대한 목조 지지대에 걸려 있군.'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촛불이 꺼지는 순간, 남궁성이 겁에 질려 출구로 도망치려다 바닥에 놓인 경전 수레바퀴에 걸려 넘어지면서 출구 옆의 장막(커튼)을 힘껏 잡아당긴다.
장막의 밧줄이 풀리면서, 매달려 있던 거대한 대청동 거울이 도르래를 타고 출구 정중앙으로 스윙하듯 휙 내려와 가로막는다.

어둠 속에서 광속으로 질주하던 자객은 갑자기 출구 앞에 나타난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일그러진 귀면(가면) 실루엣을 보고 "으악! 고수다!" 하고 기겁하여 멈추려 하지만, 관성 때문에 멈추지 못하고 청동 거울의 두꺼운 철제 등판에 머리를 쾅 들이받고 기절한다.

그리고 튀어나간 비급 두루마리가 허공을 날아 자빠져 있는 남궁성의 품 안으로 쏙 떨어지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자객에게 거울 치료를 선사해주지!'

남궁성은 장막 밧줄의 위치를 손끝으로 확인하며 숨을 죽였다. 머리가 깨질 듯이 지끈거렸다.

바로 그 순간.
퓨우우우웅!

석실 안을 밝히던 수십 개의 촛불이 일제히 꺼지며 사방이 칠흑 같은 암흑으로 변했다.
"침입자다!"
"비급을 지켜라!"

어둠 속에서 검이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바람을 가르는 쾌속한 경공 소리가 남궁성이 서 있는 출구 쪽을 향해 곧장 쏘아져 왔다.

남궁성은 비명을 지르며 출구로 도망치는 척 앞으로 고꾸라졌다.
"으악! 살려줘!"

넘어지면서 그의 양손이 벽에 걸려 있던 두꺼운 장막을 필사적으로 붙잡아 당겼다.
쩍! 슥- 툭!

장막이 뜯겨 나가며 도르래 고정 밧줄이 풀렸고, 출구 옆에 세워져 있던 백 근 무게의 대형 청동 거울이 쇠사슬을 타고 회전하며 출구 문틀 사이로 스윙하듯 휙 내려앉았다.

철컥!

골목 같은 출구가 거울 등판으로 완벽하게 차단된 바로 그 찰나!
어둠 속을 광속으로 내달리던 마교의 자객 귀면검서는 갑자기 눈앞을 가로막은 거대한 철판 실루엣을 발견했다. 하지만 돌진하던 경공의 속도가 너무 빨라 멈출 수 없었다.

쾅!!!

"끄헤엑!"

자객은 청동 거울의 묵직한 등판에 얼굴을 이마 정중앙으로 직격당했다.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둔탁한 타격음과 함께 자객의 신형이 뒤로 튕겨 나가 바닥에 털썩 뻗어버렸다.

동시에 자객의 품에서 튕겨 나간 무당파의 태극심법 비급 두루마리가 허공을 빙글빙글 돌더니, 바닥에 자빠져 있던 남궁성의 가슴팍 위로 툭 떨어졌다.

스르르륵.

장문인 정선선인과 무사들이 횃불을 켜고 달려와 출구를 밝혔다.
그들이 목격한 것은 경악 그 자체였다.

출구를 철벽처럼 가로막은 청동 거울.
그 거울 뒤에 이마에 혹을 달고 기절해 있는 마교의 악명 높은 절도범 귀면검서.
그리고 거울 아래에 장엄하게(?) 누워 가슴에 되찾은 비급 두루마리를 얹고 있는 소가주 남궁성.

정선선인은 횃불을 떨어뜨릴 뻔했다.
"이, 이럴 수가……! 어둠 속에서도 자객의 궤적을 정확히 읽으시고, 청동 거울을 도구 삼아 문을 봉쇄하여 적을 포획하시다니!"

설영 도장 역시 검을 거두며 경외감 어린 시선으로 남궁성을 보았다.
"심지어 비급마저 손상 하나 없이 품에 안으셨군요. 소협의 저 무서운 기문 대처 능력은 정녕 신의 영역이옵니다."

남궁성은 가슴의 두루마리를 쥔 채,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어두워서 넘어진 건데…… 거울은 왜 떨어진 거야…… 이마에 닿은 건 쇠고기 육포가 아니라 쇳덩이였네…… 아파라…….'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무당파의 극비 보고에서마저 어둠 속의 거울 질주로 마교의 특급 살수를 기절시키며 '무당파의 은인'으로 칭송받게 되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