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30화: 사심 없는 성인(聖人)의 탄생 (1부 완결)
태청도인의 석실에서 회수한 전설의 영약, '천년지소(千年芝草)'는 낙양 무림맹 분타의 가장 안전한 밀실로 옮겨졌다.
낙양에서의 활약상을 보고받고 한걸음에 달려온 가주 남궁태황은 아들을 부둥켜안고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성아! 기어이 네가 낙양의 사파 음모를 분쇄하고, 백 년 동안 소실되었던 전설의 영약까지 가문의 품으로 가져왔구나!"
분타주 조필광과 대장로 남궁벽은 천년지소가 담긴 옥합을 남궁성에게 정중히 바쳤다.
"소가주님. 이 영약은 본래 복용하는 자에게 오십 년의 공력을 더해주는 신물(神物)입니다. 소가주님께서 이 영약을 복용하시어 내공을 회복하시고 가문의 위상을 천하에 드높여 주십시오!"
연무장에 모인 수백 명의 세가 무사들과 맹의 빈객들이 남궁성이 영약을 복용하는 역사적인 순간을 참관하기 위해 모여들었다.
하지만 남궁성은 미칠 지경이었다.
'오십 년 공력이고 뭐고, 나는 내공을 운기조식하는 기본 심법(心法)도 모른다고! 내공도 없는 일반인이 이걸 먹었다간, 넘치는 영기를 감당하지 못하고 혈맥이 터져 주화입마(走火入魔)로 폭발해 죽을 거야!'
남궁성은 땀을 뻘뻘 흘리며 눈을 감고 미래를 보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장로들의 성화에 못 이겨 천년지소를 입에 넣고 꿀꺽 삼킨다.
복용하자마자 몸 안에서 주체할 수 없는 폭발적인 영기가 뿜어져 나오며 남궁성의 뺨과 온몸에서 피땀이 솟구친다. 혈맥이 갈가리 찢어지며 비명을 지르고 거품을 물고 자빠져 영영 깨어나지 못하는 비참한 미래가 보였다.
"으악! 절대로 먹으면 안 돼!"
남궁성은 속으로 절규했다. 두통이 뇌리를 찌르는 와중에 살 길을 모색했다.
영약을 자신이 먹지 않고 자연스럽게 넘겨야 했다. 누구에게?
마침 곁에서 침을 삼키며 자신의 복용을 진심으로 축하해 주고 있는 사촌 동생이자, 세가의 기린아 남궁휘가 보였다. 남궁휘는 벽해검법을 극한으로 수련하여 이미 초일류의 병목(Bottleneck)에 도달해 있었기에, 이 영약을 먹으면 주화입마 없이 단숨에 화경(化境)의 고수로 대성할 수 있는 몸 상태였다.
'휘야, 네가 먹어라. 제발 네가 먹고 나 대신 소가주 해라.'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조정했다.
그가 옥합을 열어 천년지소를 꺼내 짐짓 관찰하는 척하다가, 갑작스러운 두통으로 비틀거리며 넘어지는데, 그때 손에서 놓친 천년지소가 허공을 날아가 남궁휘의 벌어진 입속으로 정확히 골인되게 만든다면?
새로운 미래가 뻗어 나갔다.
남궁성이 비틀거리며 영약을 날려 보낸다. 멍하니 형님을 우러러보던 남궁휘의 입속으로 영약이 들어가고, 당황한 남궁휘가 본능적으로 영약을 삼킨다.
영기가 폭발하지만 남궁휘는 즉각 가부좌를 틀고 운기조식을 펼쳐 오십 년의 순양 내공을 완벽하게 흡수한다. 남궁휘의 몸 주변으로 푸른 검강이 불타오르며 화경의 고수로突破(돌파)하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완벽하다! 나는 살고 휘는 고수가 된다!'
남궁성은 심호흡을 한 뒤 눈을 떴다.
그는 옥합에서 은은한 푸른빛을 내뿜는 천년지소를 꺼내 들었다.
가주 남궁태황이 외쳤다.
"성아, 어서 복용하거라!"
남궁성은 영약을 든 채 장엄하게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 그리고 장로님들. 무릇 강호의 힘이란 일인의 독점에서 나오는 것이 아닙니다. 가문의 진정한 미래는…… 으악!"
진지한 연설을 하려던 찰나, 뇌맥을 강타하는 예지력의 패널티(두통)로 인해 남궁성의 다리가 완전히 풀려버렸다.
그는 비틀거리며 앞으로 보기 좋게 고꾸라졌다.
"성아!!!"
"소가주님!!!"
남궁태황과 장로들이 경악하며 소리쳤다.
넘어지는 남궁성의 손끝이 미끄러지며, 쥐고 있던 천년지소가 하늘 높이 붕 떠올랐다.
그리고 옆에서 형님의 장엄한 연설에 감격하여 입을 벌린 채 우러러보고 있던 남궁휘의 머리 위로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졌다.
석- 꿀꺽!
"어……?"
남궁휘는 입속으로 쏙 들어온 미끄러운 영약을 본능적으로 삼켜버렸다.
그 순간, 그의 단전에서 화산이 폭발하듯 엄청난 영기가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남궁휘는 안색이 붉어지며 황급히 바닥에 가부좌를 틀고 앉았다.
스스스스!
그의 몸 주변으로 차갑고 거대한 푸른 안개가 소용돌이치기 시작했다. 벽해검법의 수성 진기가 천년지소의 영약과 결합하여 미친 듯이 정화되는 과정이었다.
남궁태황과 장로들은 자리에 멈춰 서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남궁휘가 눈을 번쩍 떴다. 그의 눈동자에서 뿜어져 나온 푸른 빛무리가 허공을 갈랐고, 그의 몸뚱이 주변에는 형체도 없는 예리한 검기(劍氣)들이 스스로 맴돌고 있었다.
화경(化境)의 벽을 깨부수고 초일류를 넘어 절정의 고수로 우뚝 선 것이다!
남궁휘는 자리에서 일어나 바닥에 무릎을 꿇고 눈물을 뚝뚝 흘리며 남궁성에게 절을 올렸다.
"형님……! 형님께서는 이미 내공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신선의 경지에 계시기에, 저의 무학 정체기를 꿰뚫어 보시고 이 전설의 영약을 제게 양보하신 것이군요! 그것도 제가 어색해하지 않도록 넘어지는 척 연출하시며 영약을 입에 직접 넣어주시다니……!"
남궁휘의 목소리는 흐느낌으로 변했다.
"형님의 그 태산보다 넓은 아량과 사랑에 이 휘, 평생 목숨을 바쳐 충성하겠습니다!"
가주 남궁태황은 아들을 바라보며 오열했다.
"사심 없는 성인의 탄생이로다! 자신의 힘을 기르기보다 사촌 동생의 성장을 도모하고 가문의 안위를 위하는 저 대승적인 결단! 성아, 네가 정녕 남궁세가의 자랑이로다!"
대장로 남궁벽 역시 눈물을 훔쳤다.
"소가주님의 저 고결한 인품과 자비심은 무림맹 전체의 귀감이 될 것이오!"
바닥에 먼지를 털며 일어난 남궁성은, 터질 듯한 두통 속에서 하늘을 보며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내 오십 년 공력…… 아니, 먹었으면 죽었을 테니 다행인가…… 근데 휘야, 왜 내 손을 꼭 잡고 우는 거니…… 제발 놔줘…… 집에 가고 싶다고…….'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천년의 영약마저 동생에게 넘겨버리는 완벽한 '무욕의 성인'으로 칭송받으며, 소가주 경선 소동의 대막을 내리고 본격적인 '강호 기행'의 서막을 열게 되었다.
(1부 소가주 경선 소동 -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