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29화: 등 긁다 열린 천년의 문
금선생의 체포로 낙양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파의 대음모는 싱겁게 진압되었다.
금선생의 소지품을 수색하던 무림맹 무사들은 기이한 고동색 철제 열쇠 하나와 낙양 외곽 북망산(北邙山) 깊은 계곡을 가리키는 지도를 발견했다. 그것은 수백 년 전 가려진 전설의 은거 기인, '태청도인(太淸道人)'이 남긴 비밀 석실의 열쇠였다.
"형님! 금선생 놈이 세가의 비전을 노렸던 진짜 이유가 바로 이것이었군요! 태청도인의 석실에는 무림의 잃어버린 영약인 '천년지소(千年芝草)'가 보관되어 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형님께서 금선생의 팔을 부러뜨려 얻은 기연이니, 마땅히 형님께서 가셔야 합니다!"
남궁휘는 벌써 말 안장에 짐을 싣고 있었다.
남궁성은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다.
'아니야…… 나 진짜 집에 가서 누워 있고 싶어. 영약이고 나발이고 그냥 약방에서 파는 감기약이나 먹을래…….'
하지만 기연이라는 소리에 눈이 뒤집힌 분타주 조필광과 무사들은 이미 남궁성을 가마에 태우고 북망산 계곡으로 향하고 있었다.
마침내 일행은 거대한 암벽으로 막힌 비밀 석실 입구에 도달했다. 암벽 중앙에는 기문둔갑의 팔괘(八卦) 문양이 선명하게 새겨진 거대한 석판 다이얼(돌 원판)이 설치되어 있었다. 석판 다이얼을 정확한 궤적으로 돌려야만 문이 열리고, 잘못 건드리면 석실 전체가 무너져 내리며 독가스가 방출되는 함정문이었다.
남궁휘가 다이얼 앞에 서서 머리를 굴렸다.
"건(乾)방향으로 삼 회, 이어서 곤(坤)방향으로 이 회인가…… 어렵군요."
남궁성은 혹시 모를 파국을 막기 위해 눈을 지그시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남궁휘가 자신의 무학 지식을 총동원하여 석판 다이얼을 돌린다. 그러나 기문진법의 암호를 잘못 해석하여 함정이 발동된다. 석실 천장에서 치명적인 독가스가 뿜어 나와 무사들이 중독되어 쓰러지고, 석문이 영원히 폐쇄되는 파국적인 미래가 보였다.
'으악! 휘 저 바보 녀석이 문을 날려 먹으려고 하잖아!'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견디며 석판 다이얼의 정답 궤적을 예지로 추적했다.
정답 궤적은 아주 해괴했다. 왼쪽으로 반 바퀴, 오른쪽으로 한 바퀴 반, 그리고 다시 왼쪽으로 툭 쳐야 했다. 일반적인 무학 공식으로는 도저히 도출할 수 없는, 태청도인의 뒤틀린 유머 감각이 반영된 정답이었다.
'내가 직접 다이얼을 돌려야 해. 하지만 내가 직접 돌리면 장로들이 "역시 삼공자님은 천문지리에 도가 트셨다!"며 찬양할 텐데…… 귀찮은 건 싫단 말이지.'
그때, 남궁성은 땀과 예복의 두꺼운 옷감 때문에 등 한가운데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근질거리기 시작했다. 손이 닿지 않는 애매한 위치였다.
'아우, 간지러워 미치겠네. 효자손도 없고…… 에라 모르겠다.'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간지러움을 참지 못하고 석판 다이얼의 튀어나온 톱니에 등을 밀착시킨 뒤, 몸을 위아래, 좌우로 격렬하게 흔들며 등을 긁어댄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미래가 요동쳤다.
남궁성이 튀어나온 돌기들에 등을 대고 슥슥, 싹싹 비벼대며 등을 긁는다.
그의 격렬한 몸부림 때문에 무거운 석판 다이얼이 왼쪽으로 반 바퀴, 오른쪽으로 한 바퀴 반 회전하더니, 남궁성이 시원해서 "어우, 좋아!" 하며 등을 세게 탁 들이받는 순간 왼쪽으로 마지막 걸쇠가 툭 하고 완벽하게 맞아떨어진다.
석문이 고요한 굉음과 함께 열리며 하얀 영기가 흘러나오고, 독가스 함정이 원천 해제되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등도 긁고 기연도 연다!'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 속에서 등을 꼼지락거리며 다이얼 앞으로 다가갔다.
"휘야, 비켜서라. 기문진법의 이치는 머리로 푸는 것이 아니다."
남궁휘는 눈을 빛내며 즉각 물러섰다.
"과연, 형님! 가르침을 주십시오!"
남궁성은 다이얼 앞으로 돌아서서, 튀어나온 팔괘의 돌기들에 자신의 등을 철썩 밀착시켰다.
그리고 참아왔던 간지러움을 해소하기 위해 엉덩이를 씰룩거리며 몸을 좌우로 사정없이 비벼대기 시작했다.
슥슥슥! 싹싹싹!
돌판 다이얼이 남궁성의 등 압력에 밀려 드르륵 소리를 내며 왼쪽으로 정확히 반 바퀴 굴러갔다.
"오오……!"
무사들이 침을 삼켰다.
이어 남궁성은 날개뼈 부근의 간지러움을 해소하기 위해 몸을 대각선으로 크게 틀며 격렬하게 등을 긁었다.
드르르르륵!
다이얼이 오른쪽으로 정확히 한 바퀴 반 회전했다.
"저, 저것은 천지자연의 기 흐름을 따라 몸을 조율하시는 신법인가!"
조필광이 경악했다.
마지막으로 등 한가운데의 간지러움이 시원하게 해소되자, 남궁성은 황홀한 표정을 지으며 등을 석판에 대고 쾅! 들이받았다.
탁!
걸쇠가 걸리는 맑은 쇳소리와 함께, 무거운 석문이 스르륵 열리기 시작했다.
석실 안에서는 수백 년 동안 봉인되어 있던 은은한 꽃 향기와 함께 눈부신 푸른빛의 영기가 뿜어져 나왔고, 그 안에는 전설의 영약 '천년지소'가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사방이 충격으로 가요했다.
조필광 분타주는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기문둔갑의 비전을 손 하나 대지 않고, 오직 신체의 접촉과 기의 파동만으로 해제하시다니! 삼공자님은 이미 인간의 무학을 초월해 신선의 반열에 오르신 게요!"
남궁휘 역시 눈물을 흘리며 포권을 취했다.
"형님…… 검뿐만 아니라 천지자연의 이치까지 몸으로 체득하고 계셨군요. 소생, 형님의 그 깊이를 도저히 헤아릴 길이 없습니다."
남궁성은 열린 석실 문을 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눈물을 삼켰다.
'등이 너무 간지러웠다고…… 진짜 시원해 죽을 뻔했네…… 니들이나 빨리 약 들고 나와라…… 집에 가자…….'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북망산의 전설적인 기연마저 등 가려움증 하나로 해제하며 무림 역사상 가장 어이없고도 위대한 보물 사냥꾼으로 군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