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28화: 벽 틈새의 찹쌀떡
낙양 흑마련 분타에서 회수한 서신들을 분석한 결과, 그들의 배후에는 사파 세력을 배후 조종하는 수수께끼의 인물 '금선생(金先生)'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금선생은 오늘 밤 낙양의 가장 화려한 기루이자 찻집인 '청추각(淸秋閣)'에서 사파의 거두들과 만나 거대한 음모를 모의하기로 되어 있었다.
무림맹과 남궁세가는 금선생을 체포하기 위해 청추각을 은밀히 포위했고, 남궁성은 남궁휘와 함께 부유한 상단의 공자들로 분장하여 금선생의 옆방을 예약해 대기하고 있었다.
"형님, 옆방의 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기의 흐름을 보니 사파의 고수들이 여럿 섞여 있군요."
남궁휘가 벽에 귀를 대고 은밀하게 속삭였다.
남궁성은 탁자 위에 차려진 달콤하고 끈적끈적한 찹쌀떡(糯米糕)을 입에 집어넣으며 우물거렸다.
'아유, 이 집 찹쌀떡은 왜 이렇게 끈적거리고 이빨에 딱딱 들러붙냐.'
남궁성은 이 끈적거리는 상황 속에서 귀찮은 일에 휩쓸리지 않기 위해 지그시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옆방의 금선생은 이미 옆방(남궁성의 방)에 누군가 감시하고 있다는 기척을 눈치챈 상태다. 그는 벽 너머로 살기를 뿜어내며, 나무 가림벽 틈새에 숨겨진 스프링식 쾌속 침창(針槍-침 발사기)의 방아쇠를 당긴다. 벽 틈새의 작은 구멍을 통해 날아온 수십 자루의 독침이 가림벽 옆에 앉아 있던 남궁성과 남궁휘를 꿰뚫어 피를 토하게 만드는 끔찍한 미래가 보였다.
"으악! 벽 틈새에서 침이 날아온다고?!"
남궁성은 이마를 짚으며 신음했다. 뇌맥의 두통 속에서 독침을 막을 방법을 고민했다.
침이 날아오는 구멍은 나무 가림벽의 옹이구멍(나무옹이 틈새의 작은 구멍)이었다. 그 구멍을 어떻게든 단단히 틀어막아야 했다.
'구멍을 막을 만한 아주 질기고 끈적끈적한 물건…… 마침 내 입안에 굴러다니는 이 엄청난 접착력의 찹쌀떡이 있군!'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찹쌀떡을 씹다가 너무 끈적거려 뱉어내기 위해, 벽 틈새의 옹이구멍 근처로 다가가 "에잇, 퉤!" 하고 찹쌀떡 덩어리를 벽에다 뱉어 붙인다면?
새로운 미래가 뻗어 나갔다.
남궁성이 뱉어낸 찹쌀떡이 옹이구멍을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틀어막는다.
옆방의 금선생은 그것도 모른 채 독침 장치의 방아쇠를 당기지만, 발사된 독침들이 끈적한 찹쌀떡에 막혀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내부에 박힌다.
스프링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청동제 발사 장치가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옆방에서 폭발하여 금선생의 손가락을 작살내고 사파 무리들을 비명 횡사시키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찹쌀떡의 접착력을 믿어보자!'
남궁성은 뇌리를 찌르는 두통을 참으며 찹쌀떡을 질겅질겅 씹었다.
옆방에서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옆방에 쥐새끼가 든 모양이군."
금선생의 살기 띤 목소리와 함께 가림벽 너머에서 미세하게 쇳소리가 들려왔다. 발사 장치를 가동하는 소리였다.
시간이 임박했다.
남궁성은 자리에서 비틀거리며 일어나 벽 쪽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씹던 찹쌀떡이 너무 끈적거려 더 이상 삼킬 수 없다는 표정으로 벽의 작은 옹이구멍을 조준하여 퉤 하고 뱉어냈다.
퉤!
찰싹!
기 막히게도 날아간 찹쌀떡 덩어리가 벽에 뚫려 있던 옹이구멍에 정확히 밀착되어 박혔다. 남궁성은 한술 더 떠서 손가락으로 찹쌀떡을 꾹꾹 눌러 구멍 안으로 완벽하게 밀어 넣었다.
바로 그 찰나!
옆방에서 칙- 하는 스프링 작동음이 들렸다. 금선생이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그러나 강한 탄성으로 쏘아져 나와야 할 수십 자루의 독침들은, 옹이구멍을 메우고 있던 질긴 찹쌀떡 덩어리를 뚫지 못하고 끈적끈적한 떡 속에 콱 박히며 진로를 잃었다.
퍼버벅!
축적된 가압 스프링의 압력이 방출되지 못하고 주 본체로 역류했다.
쿠우우웅!
굉음과 함께 나무 가림벽 너머에서 폭발음이 들려왔다.
"으아아악! 내 손! 내 손이!"
"이게 왜 터져?!"
폭발로 인해 가림벽 일부가 부서져 내렸고, 옆방은 아수라장이 되어 있었다. 금선생은 발사 장치의 파편에 맞아 피투성이가 된 손을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고 있었고, 부하 사파 무리들 역시 비명 횡사해 있었다.
"돌격하라!"
남궁휘는 벼락같이 벽을 깨부수며 옆방으로 난입하여 사파 무리들을 단숨에 제압하고 금선생의 목에 벽해검을 들이댔다.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되었다.
남궁휘는 부서진 벽 틈새에 박혀 있는, 수십 자루의 독침을 머금은 채 시멘트처럼 단단하게 굳어 있는 찹쌀떡 조각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형님…… 벽 뒤에 숨겨진 암기 발사 장치의 정확한 혈로(穴路)를 파악하시고, 찹쌀떡을 이용해 기의 역류를 유도하여 적들을 자멸시키신 것입니까? 이 어찌 기이하고도 무서운 혜안이란 말입니까!"
포박당한 금선생은 피 흐르는 손을 덜덜 떨며 남궁성을 바라보았다.
"내…… 내 청동 침창은 제갈세가(諸葛世家)의 장인이 특별히 제작한 암기인데…… 그걸 찹쌀떡 하나로 역류시키다니…… 남궁성! 네놈은 사람이 아니라 괴물이다!"
남궁성은 이빨 사이에 낀 떡 부스러기를 혀로 핥으며, 깨질 듯한 두통 속에서 독백했다.
'이빨에 너무 붙어서 뱉은 건데…… 금선생님, 떡 좀 적당히 끈적거리게 만드세요…….'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청추각의 첩보전마저 찹쌀떡 한 조각으로 적의 절예 암기를 폭파하며 강호 무림의 모든 밀정들에게 공포의 대명사로 낙인찍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