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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27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27화: 골목길의 빨간 맛

자객 귀영이 불어버린 정보에 따라, 낙양 무림맹 분타와 남궁세가의 정예 무사들은 즉각 움직였다.

흑마련의 낙양 비밀 분타는 외곽의 거대한 염색 공장인 '백채염방(百彩染坊)' 지하에 숨겨져 있었다. 무사들이 앞문을 박차고 들어가 지하실을 급습하며 격렬한 전투의 서막이 올랐다.

"모두 지하로 진입하라! 흑마련 놈들을 한 놈도 놓치지 마라!"
남궁휘가 검을 휘두르며 소리쳤다.

한편, 이번 습격 작전의 '총지휘관'으로 임명된 소가주 남궁성은 아주 영리하고도 비겁하게 처신하고 있었다.

'싸움은 니들이 해라. 나는 여기서 제일 안전한 뒤뜰 뒷골목을 지키고 있을 테니까.'

남궁성은 칼을 맞대는 험악한 꼴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탈출로를 차단한다는 핑계로 가장 외진 후문 골목길에 홀로 서 있었다. 주변에는 염색 공장에서 쓰다 남은 거대한 오색 염료 통들과 빨랫줄이 얽혀 있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남궁성은 골목길에서 눈을 감고 미래를 보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습격에 밀린 흑마련의 낙양 분타주이자 절정 고수인 '독무(毒舞)'가 후문으로 다급하게 뛰쳐나온다. 골목을 지키던 남궁성을 발견한 독무는 비열하게 웃으며 소매 속에서 자욱한 보라색의 극독 독무(毒霧-독 안개)를 뿜어낸다. 남궁성은 피할 겨를도 없이 독무를 들이마시고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며 절명하고, 독무는 유유히 도망치는 비참하기 짝이 없는 미래였다.

"으악! 여기도 안전하지 않잖아!"

남궁성은 이마를 감싸 쥐었다. 지독한 편두통이 밀려왔지만 죽을 순 없었다.
독무를 뿜어내기 전에 그를 무력화시켜야 했다.

'독무가 뛰어 나오는 타이밍에 맞춰 저 머리 위에 매달려 있는 무거운 붉은 염료 도가니(항아리)를 떨어뜨려야 해. 도가니는 공중에 밧줄과 도르래로 연결되어 있군.'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조정했다.
독무가 문을 박차고 나오는 순간, 남궁성이 비틀거리며 도망치다 발이 꼬여 벽에 설치된 도르래 고정 말뚝을 걷어찬다.
고정 핀이 뽑히면서 도르래가 풀리고, 공중에 매달려 있던 집채만 한 붉은 염료 항아리가 수직으로 낙하하여 독무의 머리통을 들이받는다.

동시에 항아리가 깨지면서 붉고 끈적끈적한 염료 폭풍이 독무의 얼굴과 소매를 덮쳐 눈을 멀게 하고, 그가 독을 내뿜기도 전에 질식시켜 쓰러뜨리는 미래가 선명하게 그려졌다.

'좋아! 빨간 맛을 보여주마!'

남궁성은 도르래 말뚝의 위치를 발끝으로 조절하며 대기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왔다.

이윽고 지하실 쪽에서 쾅! 하는 폭음이 들리더니, 후문의 철문이 벌컥 열렸다.
"제길! 무림맹 개새끼들!"

검은 가죽 옷을 입고 양손에 기괴한 독수를 장착한 흑마련 낙양 분타주 독무가 피칠갑을 한 채 튀어나왔다. 그는 골목을 지키던 남궁성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남궁세가의 소가주 놈이구나! 같이 죽자!"

독무가 소매를 흔들며 보라색 독안개를 뿜어내려던 바로 그 순간!
남궁성은 기겁하며 뒤로 도망치려다, 뇌맥의 두통 때문에 다리가 꼬여 옆으로 휙 쓰러졌다.
"으앗!"

자빠지던 남궁성의 오른발 끝이 벽에 고정되어 있던 나무 말뚝을 강하게 걷어찼다.
깡!

말뚝이 어긋나며 고정 장치가 풀렸고, 팽팽하게 감겨 있던 도르래의 밧줄이 광속으로 풀려나갔다.

위잉!

그와 동시에 골목 하늘에 매달려 있던 백 근 무게의 거대한 진흙 항아리가 벼락처럼 수직 낙하했다.

콰아아앙!

"꺼억?!"

낙하한 항아리는 독무의 머리 위로 정확히 떨어져 박살이 났다.
항아리 안에 가득 들어차 있던 뜨겁고 끈적끈적한 붉은 염료 폭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치며 독무의 온몸을 붉은색 피 칠갑처럼 덮어버렸다.

붉은 염료는 독무의 눈과 귀, 코로 사정없이 흘러내렸고, 소매 속에서 방출되려던 보라색 독가스는 끈적한 염료와 섞여 진흙탕이 되면서 뿜어지기도 전에 내부에서 사그라졌다.

"으, 으으…… 내 눈! 뜨거워! 이게 뭐야?!"

독무는 온몸이 빨간색 괴물이 된 채 비틀거리며 골목 바닥을 뒹굴었다. 염료가 눈에 들어가 앞이 전혀 보이지 않는 상태였다.

그때, 후문을 깨부수며 남궁휘와 무사들이 들이닥쳤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무사들이 본 골목의 풍경은 실로 장엄했다.

온몸에 붉은 피(염료)를 뒤집어쓴 채 처참하게 굴복한 사파의 절정 고수 독무.
그리고 그 앞에서 발을 털며 가볍게(?) 일어서는 소가주 남궁성.

남궁휘는 끊어진 도르래 밧줄과 독무가 뿜어내려다 멈춘 보라색 독의 흔적을 보고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형님…… 독무가 극독을 뿜어낼 궤적을 차단하기 위해 염료 항아리의 위치와 도르래의 역학을 계산하여 공격하신 게로군요! 단 한 자루의 검도 뽑지 않고, 적의 수장을 이토록 처참하게 무력화시키다니……!"

분타주 조필광 역시 이마의 땀을 닦으며 탄복했다.
"사파의 절정 고수인 독무마저 삼공자님의 신산 앞에서는 한낱 물감 장난감에 불과했구려! 이 어찌 강호에 길이 남을 신산귀모의 쾌거가 아니겠소!"

남궁성은 붉은 염료가 튄 옷자락을 털어내며, 터질 듯한 두통 속에서 눈물을 훔쳤다.
'빨간 염료라 다행이지, 저게 진짜 피였으면 나 기절했다…… 나 진짜 무서워서 도망치려다 넘어진 건데…….'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흑마련 낙양 분타 습격전마저 뒤뜰에서 도르래 하나로 수장을 붉게 물들이며 대승리로 장식하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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