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3화: 전설의 영약을 사수하라
"이것이 무엇인지 아느냐?"
남궁태황이 엄숙한 표정으로 붉은 목갑(木匣)을 열었다. 목갑 안에는 은은한 금빛 광채와 함께 코끝을 찌르는 알싸한 향기를 뿜어내는 환약이 들어있었다. 백 년에 한 번 열매를 맺는다는 설산의 천령삼과 온갖 영초를 비벼 만든 남궁세가의 비전 영약, '천청단(天靑丹)'이었다.
남궁성은 목갑을 바라보며 속으로 불길한 예감을 느꼈다.
"설마…… 그걸 저한테 먹이시려고요?"
"그렇다! 고 특사와의 대화를 통해 내 큰 깨달음을 얻었다. 네가 가문을 위해 천기를 읽느라 내력을 소모하여 그리 두통에 시달리는 것인데, 무심한 이 아비는 네 몸을 돌보지 못했구나. 이 천청단은 단전에 막대한 진기를 불어넣어 줄 뿐만 아니라, 뇌맥을 보호하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
남궁태황의 눈빛은 자식 사랑으로 이글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남궁성은 식은땀을 흘렸다.
'아니, 나는 무공 수련을 1초도 안 한 태초의 민간인 몸뚱이인데? 이런 엄청난 영약을 먹으면 보통 혈맥이 터져서 뒤지거나, 아니면 배탈이 나서 대폭발이 일어나는 게 클리셰잖아!'
남궁성은 생존을 위해 급히 예지력을 가동했다. 뇌리가 징하며 눈앞에 겹쳐 보이는 환영.
그 환영 속의 배경은 바로 지금 서 있는 집무실이었다.
환영 속에서 남궁성은 아버지가 건넨 천청단을 꿀꺽 삼켰다. 잠시 뒤, 뱃속에서 활화산 같은 열기가 솟구쳐 올랐다. 그리고 단전에 기를 모으는 법을 전혀 모르는 남궁성의 장기들이 그 뜨거운 마력을 버티지 못하고 아랫배로 모든 압력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으로, 바로 그 타이밍에 세가의 정문을 통과해 집무실로 걸어 들어오고 있는 손님이 있었다. 바로 천하 제일의 책사 가문인 제갈세가의 소저이자, 소문난 천재 지략가 제갈연(諸葛鳶)이었다.
환영 속의 남궁성은 제갈연이 집무실 문을 열고 우아하게 인사를 건네는 결정적인 순간, 참지 못하고 벼락같은 소리와 함께 바지에 지독한 황금색 폭풍을 쏟아내며 기절해 버렸다. 제갈연은 경악하여 코를 막았고, 가주인 아버지는 뒷목을 잡고 쓰러지는 파멸적인 미래였다.
"으악! 절대 안 돼!"
남궁성은 비명을 지르며 제자리에서 껑충 뛰었다.
뺨을 찌르는 듯한 가벼운 두통이 스쳐 지나갔지만, 방금 본 똥싸개 미래에 비하면 이 정도 두통은 꿀벌에게 쏘인 수준에 불과했다.
"성아? 왜 또 발작을 하느냐? 혹시 또 미래를 본 것이냐?"
남궁태황이 긴장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 아닙니다! 그게 아니라…… 제가 지금 몸이 너무 허해서, 이 영약을 직접 먹으면 약력을 감당하지 못하고 온몸의 혈맥이 터져 나갈 것입니다! 제 말이 맞는지 틀린지는 대략 차 한 잔 마실 시간 뒤에 제갈세가의 제갈연 소저가 이곳에 들이닥치는 것으로 증명될 것입니다!"
남궁성은 시간을 벌기 위해 제갈연의 방문을 예언했다. 제갈세가에서 남궁세가에 사람을 보냈다는 소식은 들은 바가 없었으니, 남궁태황의 눈이 다시금 크게 떠졌다.
"제갈세가의 소저가 온다고? 예고도 없이?"
"예! 그러니 그분이 오실 때까지 이 천청단은 잠시 탁자 위에 올려두시지요!"
남궁성은 천청단 목갑을 탁자 위에 올려놓도록 유도했다. 남궁태황은 의구심을 품으면서도 아들의 신비한 예지력을 한 번 겪었기에 일단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네 말이 맞는지 지켜보마. 만약 제갈 소저가 오지 않는다면 강제로라도 네 입에 이 약을 쑤셔 넣을 것이다."
남궁성은 탁자 위에 놓인 천청단을 흘겨보았다. 어떻게든 저 무시무시한 폭탄을 처리해야 했다. 아버지가 잠시 서류를 뒤적이며 한눈을 판 사이, 남궁성은 슬그머니 탁자 옆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뚜껑이 열린 목갑 속에서 손가락으로 천청단을 슥 밀어 창밖으로 튕겨 보냈다.
'휴, 일단 버렸다. 아버지가 나중에 약이 없어졌다고 화를 내시겠지만, 똥통에 빠져 가문의 명예를 실추시키는 것보다는 혼나는 게 낫지.'
창밖은 집무실 뒤편의 작은 정원이었다.
방금 전 남궁성이 튕겨 보낸 천청단은 마침 정원 연못가에서 한가롭게 털을 고르고 있던 세가의 마스코트, 거위 '덕구'의 머리 위로 정확하게 낙하했다.
덕구는 머리에 툭 떨어진 동그랗고 향기로운 구슬을 흘깃 보더니, 본능적으로 부리를 뻗어 꿀꺽 삼켜버렸다.
남궁성은 그 모습을 창문 너머로 목격하고 입을 쩍 벌렸다.
'어……? 덕구가 그걸 먹으면 안 되는데?'
그 찰나, 인과율이 격렬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남궁성의 뇌리에 강렬한 현기증이 일며 새로운 미래의 편린들이 실시간으로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원래라면 제갈연 소저가 우아하게 걸어 들어와 정중히 인사를 나누어야 할 시간.
하지만 천청단을 집어삼킨 거위 덕구의 몸에서 갑자기 황금색 진기가 폭발하듯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거위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되더니, 엉덩이 깃털이 쭈뼛 서고 부리에서 백열의 열기가 뿜어져 나왔다.
콰아아앙!
집무실 뒤뜰에서 벼락같은 굉음이 울렸다.
"뎍! 뎍! 뎍구우우우!"
거위라고는 믿을 수 없는 호랑이 같은 울음소리가 천지를 진동시켰다.
"이, 이게 무슨 소리냐?!"
남궁태황이 깜짝 놀라 창문을 열어젖혔다.
창밖에는 온몸에서 금빛 아우라를 뿜어내며 허공을 음속으로 날아다니는 거위 덕구가 있었다. 녀석은 천청단의 약력을 견디지 못하고 이른바 '조류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겪는 중이었다.
"꽉! 꽉!"
거위 덕구는 초고속으로 날아다니며 정원의 바위들을 부리로 쪼아 박살 냈고, 급기야 지붕 위를 달리며 기와를 사방으로 날려 보냈다.
마침 그 시각, 예고 없이 남궁세가에 도착하여 시종의 안내를 받아 집무실로 향하던 제갈세가의 천재 책사 제갈연은 벼락처럼 지붕에서 날아온 기와 한 장을 피하기 위해 급하게 신법을 펼쳤다.
"꺄악!"
제갈연은 우아한 자태는 온데간데없이 바닥을 뒹굴었고, 황금색 거위 덕구는 그녀의 머리 위를 지나가며 뜨거운 진기가 담긴 거위 똥을 사방으로 분사하기 시작했다.
남궁성은 창틀을 붙잡고 부르르 떨었다.
'와…… 똥을 싸는 주체가 나에서 거위로 바뀌었네. 인과율이라는 거 진짜 엄청나구나.'
비록 거위가 미쳐 날뛰는 대소동이 벌어졌지만, 덕분에 남궁성은 영약을 먹지 않아도 되었고, 자신이 예언한 '제갈연의 방문'은 완벽하게 실현되었다. 미친 거위의 습격을 받아 머리가 산발이 된 채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온 제갈연을 보며, 남궁태황은 다시 한번 아들을 향해 경외에 가득 찬 시선을 보냈다.
"성아…… 네가 거위의 폭주와 제갈 소저의 등장을 이리도 완벽하게 예측하고 화단을 지키게 한 것이냐? 네 안목은 참으로 깊고도 넓구나!"
남궁성은 그저 욱신거리는 관자놀이를 짚으며 속으로 울부짖을 뿐이었다.
'아니라고요, 이 미친 양반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