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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2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2화: 오해는 깊어지고 두통은 밀려온다

무림맹의 특사, 철혈수재 고진은 남궁세가의 접빈객당 상석에 앉아 차를 마시는 내내 손을 미세하게 떨고 있었다.

그의 맞은편에는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태황이 엄숙한 표정으로 가죽 주머니에서 꺼낸 격문을 훑어보고 있었고, 그 옆에는 남궁성의 사촌이자 가문의 촉망받는 신성인 남궁휘가 서 있었다. 그리고 가장 구석진 자리에는 오늘의 주인공, 남궁성이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턱을 괸 채 하품을 삼키고 있었다.

고진은 차를 한 모금 들이켜며 남궁성을 훔쳐보았다.

'저 청년이 바로 가문의 미친개라 불리던 남궁태황의 셋째 아들인가? 소문에는 무공 수련은 팽개치고 저잣거리에서 빚이나 지고 다니는 난봉꾼이라 들었거늘…….'

전혀 아니었다.
고진이 정문을 통과해 화단을 밟으려던 그 찰나, 남궁태황은 마치 고진이 어디로 발을 디딜지 1치(약 3cm) 앞까지 미리 계산해 둔 것처럼 정확하게 개입했다. 게다가 고진이 도착하기 전부터 이미 정문 마당에 나와 서 있었던 가주의 모습은, 무림맹 내부의 은밀한 정보가 남궁세가에 실시간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명백한 증거였다.

그리고 남궁태황이 정문으로 나가기 직전, 이 모든 상황을 예언하듯 지목한 인물이 바로 구석에서 귀나 파고 있는 저 남궁성이라는 소문이 가문 내부인들의 웅성거림을 통해 고진의 귀에 흘러들어왔다.

'기만이다. 저 녀석은 미친개인 척 연기하며 무림맹의 정보망을 교란하고, 뒤에서는 천하의 흐름을 읽는 괴물이었던 거다!'

고진은 마른침을 삼켰다.

"남궁 가주, 격문에 적힌 바와 같이 무림맹에서는 남궁세가가 강남 지부의 공금을 횡령했다는 밀고를 받고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가주께서 제 행보를 이리도 완벽하게 예측하고 계셨으니, 이 조사가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려."

남궁태황은 격문을 탁자에 내려놓으며 헛기침을 했다. 사실 그 역시 속으로 등줄기에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다. 무림맹의 격문 내용은 남궁세가의 한 외곽 방계 가문이 저지른 횡령 건을 본가에 뒤집어씌우려는 악의적인 모함이었다. 아들 녀석의 경고가 없었다면, 고진이 춘란을 밟았을 때 홧김에 특사의 멱살을 잡고 싸움을 벌여 정말로 무림맹과의 전면전을 치렀을 터였다.

"고 특사, 우리 세가는 하늘에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소. 방계의 비리는 철저히 규명해 처단할 것이나, 본가에 누명을 씌우려 한다면 검성으로서 좌시하지 않을 것이오."

"가주의 호연지기에 경의를 표하오. 내 맹주께 상소하여 본가의 억울함을 명백히 밝히겠소."

고진이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그리고 그의 시선이 다시 남궁성에게로 향했다.

"그나저나…… 저기 계신 삼공자께서는 참으로 대단하십니다. 어찌 제가 도달할 시간과 화단을 밟을 행보까지 그리 정확하게 내다보셨는지, 혹 가문의 은밀한 정보 조직인 창공대의 수장이 삼공자이신 겁니까?"

질문이 쏟아지자 멍하니 있던 남궁성이 깜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이고, 무슨 섭섭한 말씀을 하십니까? 저 같은 한량이 무슨 정보 조직을 이끕니까? 그냥 어젯밤에 담장 넘다가 대가리부터 툭 떨어졌는데, 머리가 깨지면서 번쩍하더니 눈앞에 보이대요? 진짜입니다. 제 머리통에 아직 혹이 남아 있다니까요?"

남궁성은 억울하다는 듯 제 머리통의 혹을 가리켰다. 참으로 진실한 대답이었다. 낙하 충격으로 뇌가 일시적으로 우주의 시공간 축과 공명하여 예지력을 얻게 되었다는 사실을 액면 그대로 말한 것이었다.

하지만 그 대답을 들은 고진의 눈빛은 더욱 깊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담장에서 머리를 다쳐 얻은 깨달음이라고? 破殼(파각)……! 껍질을 깨고 나와 우주의 이치를 직관했다는 은유로구나! 이 무슨 무시무시한 도가적 깨달음인가!'

무협의 세계에서 고수들이 도를 깨달을 때 사용하는 비유적인 표현을, 남궁성은 아주 직설적으로 표현했다고 오해한 것이다. 고진은 남궁성의 말을 가문의 삼엄한 보안을 유지하기 위한 '오만한 여유'로 해석했다.

"허허…… 과연 남궁세가의 용자(龍子)답구려. 겉으로는 망나니를 자처하며 천하를 속이고, 내면으로는 이미 도가의 극의에 달해 시공을 통찰하다니. 무섭구려, 참으로 무서워."

"예? 아니, 진짜 그냥 머리가 깨진 거라니까요?"

남궁성이 답답해 미치겠다는 표정을 짓자, 남궁태황이 엄한 목소리로 끼어들었다.

"성아! 고 특사 앞에서 겸손이 지나치면 도리어 무례가 되는 법이다. 입을 다물 거라."

남궁태황 역시 머릿속으로는 엄청난 착각의 나래를 펼치고 있었다.
'성이가 그동안 무공을 멀리한 것은, 이미 검이라는 물리적인 형태를 초월해 우주의 천기를 읽는 신산(神算)의 경지에 눈을 떴기 때문이었구나! 내가 눈이 멀어 용을 구렁이로 보고 매질을 하려 했다니!'

남궁성은 아버지를 바라보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아니, 아버지는 왜 또 저런 은혜로운 눈빛으로 나를 보시는 거야? 저 눈빛은 다음 달 용돈을 올려주겠다는 눈빛이 아니라, 내일부터 연무장에 새벽같이 끌고 가 굴리겠다는 지옥의 눈빛이잖아!'

불안해진 남궁성은 다시 한번 예지 능력을 작동시켜 보려 했다.
'다음 일각 뒤에 아버지가 나에게 무슨 말을 할지 보자. 미리 알면 대답을 피해 갈 수 있겠지.'

남궁성이 억지로 눈을 지그시 감고 정신을 집중했다. 그의 뇌리에 다시 한번 얇은 비단천 같은 환영이 겹치기 시작했다.
환영 속에서 남궁태황이 엄숙하게 입을 열고 있었다.
"성아, 네가 이리 큰 통찰을 보였으니 내 가문의 비전인……."

하지만 그 미래를 엿보는 순간, 남궁성의 관자놀이를 꼬챙이로 후벼 파는 듯한 맹렬한 두통이 들이닥쳤다.

"으아아악!"

남궁성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며 머리를 감싸 쥐었다. 눈알이 튀어나올 것 같고 대가리가 반으로 갈라지는 듯한 육체적 패널티였다. 숨을 헐떡이며 비틀거리는 남궁성의 이마에 송골송골한 식은땀이 맺혔다.

"성아! 왜 그러느냐!"

남궁태황이 깜짝 놀라 남궁성의 어깨를 짚었다. 남궁성은 고통에 찬 목소리로 간신히 읊조렸다.

"머리가…… 머리가 깨질 것 같습니다…… 더 이상 물어보지 마십시오……."

그 모습을 본 고진과 남궁태황, 그리고 옆에 있던 남궁휘의 눈빛이 동시에 흔들렸다.

'천기누설(天機漏洩)의 대가……!'

우주의 흐름을 미리 읽고 미래를 바꾸는 행위는 하늘의 섭리를 거스르는 일. 고진은 남궁성이 방금 전 가문의 파멸을 막기 위해 무림맹의 극비 이동을 예언하느라 막대한 생명력과 내력을 소모한 것이라 확신했다.

"아아…… 삼공자. 우리 가문을 위해, 그리고 강호의 불필요한 유혈 사태를 막기 위해 스스로 하늘의 노여움을 감당하셨구려. 참으로 위대한 희생정신이오!"

고진은 감격에 겨워 눈물까지 글썽였다.

"뭐라고요? 아니, 그냥 머리가……."

"성아, 그만 말해라. 네가 가문을 위해 이토록 몸을 던져 천기를 읽고 있었다니, 이 애비는 그것도 모르고 매질을 하려 했구나.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남궁태황은 붉어진 눈으로 아들의 어깨를 꼭 쥐었다. 옆에 서 있던 사촌 남궁휘 역시 주먹을 불끈 쥐며 결연한 표정을 지었다.

"사촌 형님…… 그동안 형님을 한낱 망나니로 오해했던 저 자신을 부끄럽게 생각합니다. 가문의 안위를 위해 혼자 외로이 천기와 싸우고 계셨을 줄이야……!"

"아니, 야, 너까지 왜 그래?! 나 진짜 그냥 양아치라고!"

남궁성이 소리쳤지만, 고통에 겨워 일그러진 그의 얼굴은 주변인들의 눈에 '하늘의 형벌을 묵묵히 견뎌내는 고고한 은둔 고수'의 풍모로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남궁성의 첫 예지는 강렬한 두통과 함께, 가문과 무림맹을 뒤흔드는 거대한 오해의 늪을 완성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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