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25화: 목욕탕의 철통 방어
연회장에서의 자객 체포 소동이 마무리된 후, 남궁성은 겨우 낙양 분타의 최고급 내실(內室)로 안내받아 들어올 수 있었다.
하루 동안 산돼지를 만나고, 새똥을 피하고, 군밤을 던지고, 녹차 주전자를 치느라 그의 정신은 이미 반쯤 유체 이탈 상태였다. 게다가 미래 예지를 남용한 탓에 뇌맥을 바늘로 콕콕 찌르는 듯한 지독한 두통이 가실 줄 몰랐다.
"아아…… 드디어 누울 수 있구나. 오늘 밤은 제발 아무 일도 없이 잠만 자자."
남궁성은 푹신한 침상에 몸을 던지려다, 혹시나 하는 불길한 예감에 한숨을 쉬며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남궁성이 침상에서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 창문이 소리 없이 열린다. 흑마련의 정예 자객 세 명이 바람처럼 침입하여 남궁성이 누워 있는 침상을 향해 맹독을 바른 단도를 사정없이 찔러댄다. 남궁성은 잠결에 비명 한 번 지르지 못하고 온몸이 칼에 찔려 황천길로 가버리는 끔찍한 미래가 선명하게 보였다.
"으아아악! 잠 좀 자자, 이 악마 같은 놈들아!"
남궁성은 이불을 쥐어뜯으며 분통을 터뜨렸다.
두통이 극심하게 몰려왔지만, 살기 위해서는 귀찮아도 몸을 움직여 인과율을 비틀어야 했다.
'침대에 누워 자면 무조건 죽는다. 자객들의 시선을 분산시키고 무력화할 방법이 없을까?'
남궁성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마침 방 한구석에 있는 세면실에는 나무로 만든 커다란 온수 욕조(浴槽)가 있었고, 바닥은 미끄러운 대리석으로 되어 있었다.
'좋아. 침상에는 베개와 여분의 이불을 뭉쳐서 사람이 누워 있는 것처럼 가짜 시체(Dummy)를 만들어 두자. 그리고 나는 따뜻한 욕조 물속에 들어가 문을 잠그고 자는 거야. 물 온도가 딱 좋으니 잠도 잘 오겠지.'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하며 욕실 바닥을 확인했다.
세면을 위해 비치해 둔 미끄러운 윤화사(潤花砂-미끄러운 비누 열매 가루) 주머니가 욕실 바닥에 흩어져 있었다.
만약 자객들이 침상의 이불을 찌른 뒤 속았다는 것을 깨닫고 욕실 쪽으로 침입하려 할 때, 바닥의 미끄러운 비누 가루를 밟고 자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미래가 뻗어 나갔다.
자객들이 가짜 인형을 찌르고 당황한다. 그들이 욕실 문을 부수고 들어오려다 바닥에 흩어진 비누 가루를 밟고 쩍 미끄러져 뇌진탕으로 기절한다.
그리고 남궁성은 욕조 안에서 잠결에 시끄러운 소리에 짜증이 나 들고 있던 목욕 바가지를 밖으로 휙 던지는데, 그 바가지가 마지막 남은 자객의 미간을 정확히 타격하여 기절시키는 미래가 나타났다.
'좋아, 안전하고 따뜻하고 완벽하다.'
남궁성은 서둘러 이불과 베개를 뭉쳐 침상에 누워 있는 사람의 형태로 완벽하게 위장해 두었다.
그리고 욕실 바닥에 비누 가루를 골고루 뿌려둔 뒤, 따뜻한 물이 가득 담긴 욕조 속으로 쏙 들어갔다. 따뜻한 물에 몸을 담그니 두통이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 남궁성은 눈을 붙였다.
대략 15분 뒤.
스스슥.
창문이 소리 없이 열리며 검은 복면을 쓴 자객 세 명이 그림자처럼 방 안으로 침입했다.
그들은 침상 위에 누워 있는 사람의 형태를 보고 눈빛을 번뜩였다.
"죽어라, 남궁성!"
자객들은 맹독 단도를 뽑아 들고 침상을 향해 맹렬하게 내질렀다.
푸욱! 푹! 팍!
하지만 칼날이 닿은 느낌이 이상했다. 살점을 파고드는 감촉이 아니라 솜과 비단이 찢어지는 푹신한 감촉이었다.
자객 대장이 기겁하며 이불을 들쳤다.
"인형이다! 덫이다!"
그 순간, 욕실 안에서 물이 출렁이는 미세한 소리가 들려왔다.
"저기다! 욕실 안에 숨어 있다!"
자객들은 살기를 뿜어내며 욕실 문을 박차고 들이닥쳤다.
그러나 그들의 발이 욕실 바닥의 대리석에 닿은 찰나.
스르르륵! 콰당탕!
"으악!"
"내 허리!"
첫 번째와 두 번째 자객이 비누 가루에 미끄러져 공중으로 다리가 붕 뜨더니, 바닥에 머리와 등을 강하게 찧으며 단숨에 기절해 버렸다.
세 번째 자객은 깜짝 놀라 발을 멈추었으나, 그 소란스러운 소리에 깊은 단잠을 방해받은 욕조 안의 남궁성이 극도로 짜증이 난 채 눈을 떴다.
"아씨! 시끄러워 진짜!"
남궁성은 비몽사몽한 상태에서 욕조 옆에 떠 있던 무겁고 단단한 목재 바가지를 손에 잡히는 대로 문밖을 향해 휙 던졌다.
휙!
바가지는 허공을 날아가 욕실 문턱에 서 있던 세 번째 자객의 이마 정중앙을 자비 없이 강타했다.
빡!
"윽……!"
자객은 눈이 뒤집히며 그 자리에서 대자로 뻗어 버렸다.
쿵! 쿵! 쿵!
마침내 소란을 듣고 남궁휘와 분타의 정예 무사들이 문을 부수고 처소 안으로 들이닥쳤다.
"형님! 자객입니다! 괜찮으십니까?!"
그들이 마주한 방 안의 풍경은 실로 엽기적이었다.
침상에는 칼에 찔린 베개와 이불 솜이 흩날리고 있었고, 욕실 바닥에는 사파의 정예 자객 세 명이 비누 가루와 바가지를 맞고 처참하게 기절해 있었다.
그리고 욕실 안쪽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욕조 속에서, 소가주 남궁성이 상반신을 내밀고 귀찮아 죽겠다는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남궁휘는 바닥에 떨어진 목재 바가지와 비누 가루를 보고 자리에 무릎을 꿇었다.
"형님…… 침입할 경로와 시간마저 예측하시고 가짜 시체로 허를 찌르신 뒤, 욕실의 지형과 비누의 성질을 이용해 적을 무력화시키다니…… 이 어찌 완벽한 방어책이란 말입니까!"
무사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목욕을 하시는 그 찰나의 순간에도 천하의 살수들을 바가지 하나로 잡으시다니, 삼공자님의 무학은 이미 삼라만상을 다 아우르고 계십니다!"
남궁성은 따뜻한 물속에서 젖은 머리를 쓸어올리며, 밀려드는 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진짜 자고 싶었다고…… 바가지는 귀찮아서 던진 거라고…… 내 비누 어디 갔냐…….'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온수가 가득 찬 목욕탕 안에서마저 바가지 하나로 정예 살수 삼인방을 제압하며 '철통방어의 대명사'로 강호에 군림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