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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23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23화: 낙양성문 앞의 군밤 소동

흑호곡에서의 기상천외한(?) 매복 분쇄 사건 이후, 남궁성 일행은 마침내 천하의 중심이라 불리는 낙양(洛陽)에 도달했다.

그러나 그들이 낙양의 거대한 성문 앞에 다다르기도 전에, 소문은 이미 낙양 무림맹 분타에 접수되어 있었다. 남궁세가의 기린아가 오는 길에 흑마련의 살수 삼귀를 잡고, 흑호곡의 사파 매복군마저 손가락 하나 대지 않고 몰살시켰다는 황당무계하고도 위엄 넘치는 소문이었다.

낙양 무림맹 분타주 조필광(趙必光)은 백여 명의 무사들과 수많은 낙양 시민들을 이끌고 성문 앞까지 마중 나와 대기하고 있었다.

"오오! 저기 남궁세가의 깃발이 보입니다!"
"새로운 소가주 후보, 삼공자님이 오신다!"

마차 안에서 삭신이 쑤셔 끙끙 앓던 남궁성은 밖에서 들리는 엄청난 함성 소리에 기겁했다.

'아니, 조용히 들어가서 쉬려고 했는데 이게 무슨 난리야…….'

마차가 성문 앞에 멈추어 서자, 분타주 조필광이 장엄한 포권을 취하며 다가왔다. 남궁성은 마차에서 내리기 전, 혹시 환영 인파 속에 귀찮거나 위험한 일이 숨어 있는지 눈을 감고 미래를 보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남궁성이 마차에서 내려 조필광과 악수를 나누며 인사를 하던 찰나, 환영 인파 속에 숨어 있던 사파의 잔당 자객이 소매 속에 숨겨둔 무성암기인 '자모비침(子母飛針)'을 날린다. 은밀하게 날아온 독침이 남궁성의 목덜미에 꽂히고, 남궁성은 그 자리에서 거품을 물고 쓰러져 낙양의 병상에 누워 고통받는 끔찍한 미래가 그려졌다.

'으악! 또 살수야?! 낙양은 무슨 살수 양성소냐!'

남궁성은 지독한 두통을 억누르며 자객의 정확한 위치를 탐색했다.
자객은 성문 옆에서 따뜻하게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군밤 손수레를 끌고 있는 평범한 군밤 장수로 위장해 있었다. 그의 품 안에는 은밀한 암기 발사 장치가 장착되어 있었다.

'저놈이 암기를 날리기 전에 행동을 제약해야 해. 어떻게 하지?'

남궁성은 머리를 굴렸다.
만약 마차에서 내리자마자 조필광의 인사를 무시하고, 군밤 수레를 향해 다급하게 걸어가 품속의 은자를 던지며 "배가 고프니 군밤을 통째로 사겠다!"라고 소리친다면?

새로운 미래가 요동쳤다.
남궁성이 은자를 던지며 군밤을 사겠다고 소리치자, 자객은 당황한다.
특히 은자가 날아와 뜨거운 철판 위의 군밤들을 때리는 바람에 군밤들이 사방으로 튕겨 나가고, 자객은 본능적으로 은자를 받기 위해 몸을 앞으로 내민다.

몸을 내미는 순간, 소매 속에 장착되어 있던 암기 장치가 오작동을 일으켜 자모비침이 남궁성이 아닌 자객 자신의 허벅지에 팍 꽂힌다. 자객은 독침의 맹독에 중독되어 비명을 지르며 바닥을 뒹굴고, 그의 소매에서 암기 장치가 툭 떨어지는 미래가 나타났다.

'좋아! 군밤도 먹고 살수도 잡는다! 마침 배가 고프기도 했고.'

남궁성은 신음하며 눈을 떴다.
마차 문이 열리고, 남궁성은 장엄한 표정으로 밖으로 걸어 나왔다.

분타주 조필광이 감격 어린 얼굴로 손을 뻗었다.
"남궁 소협! 낙양 무림맹 분타주 조필광이라 합니다! 먼 길 오시느라……."

그러나 남궁성은 조필광의 손을 가볍게 스쳐 지나쳐 버렸다. 그의 시선은 오직 저 멀리 성문 구석의 군밤 손수레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

남궁성은 품속에서 큼지막한 은자 한 덩이를 꺼내 군밤 수레를 향해 거칠게 던졌다.
"그 군밤 수레! 내가 몽땅 사겠다!"

슝!
던진 은자가 기가 막힌 포물선을 그리며 뜨거운 철판 한가운데를 때렸다.
탁!

철판 위에서 익어가던 군밤 수레의 군밤들이 사방으로 팅 팅 튕겨 나갔다.
군밤 장수로 위장하고 있던 자객은, 마차에서 내린 남궁성이 자신을 향해 은자를 던지며 돌진해 오자 심하게 당황했다.
'이, 이놈이 내 정체를 간파했나?!'

자객은 급하게 은자를 피하고 암기를 발사하기 위해 손목을 꺾으며 몸을 움츠렸다.
그러나 튕겨 나간 군밤 중 하나가 기가 막히게도 그의 소매 안쪽으로 쏙 들어갔고, 뜨거운 군밤의 온도에 깜짝 놀란 자객의 손목이 움찔하며 암기 장치의 방아쇠를 엉뚱한 방향으로 눌러버렸다.

픽!

"아아아악!!!"

자객의 소매 속에서 발사된 자모비침이 그의 오른쪽 허벅지에 깊숙이 박혔다.
자모비침에 발라져 있던 독은 즉효성 마비독이었다. 자객은 다리가 마비되어 비명을 지르며 바닥으로 쓰러졌고, 그 충격으로 소매 속에 숨겨져 있던 청동제 암기 발사 장치가 청석 바닥으로 툭 떨어져 굴러갔다.

주변의 무사들이 그 암기 장치와 독침을 보고 경악했다.

"자, 자모비침! 저놈은 흑마련 소속의 악명 높은 독침 살수다!"
"살수를 체포하라!"

무림맹 무사들이 순식간에 쓰러진 자객을 제압했다.

조필광 분타주는 입을 쩍 벌린 채 제자리에 얼어붙어 있었다.
'이, 이게 무슨 신묘한 수법인가……!'

분타주의 머릿속에서 전율 돋는 깨달음이 일어났다.
삼공자 남궁성은 마차에서 내리기도 전에 환영 인파 속 살수의 위치를 완벽하게 파악했다. 그리고 대중의 혼란을 막기 위해 '군밤을 사겠다'는 해학적인 대사로 주의를 분산시킨 뒤, 은자를 던져 살수의 암기 장치를 오작동하게 만들어 스스로 자멸하게 한 것이다!

조필광은 바닥에 떨어진 은자를 주워 들고 남궁성에게 깊은 묵도를 올렸다.
"남궁 소협의 무변한 혜안과 대범함에 이 조필광, 무릎을 꿇을 뿐입니다! 성문 앞에 도사린 음모를 단 하나의 은자로 해결하시다니…… 역시 소문보다 훨씬 위대하신 분이십니다!"

남궁휘 역시 벽해검을 쥔 손을 떨며 경탄했다.
"형님…… 낙양에 첫발을 딛는 순간부터 적의 꼬리를 밟으시다니, 형님의 계산은 정말 천하를 다 덮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남궁성은 바닥에 떨어진 깨끗한 군밤 하나를 주워 껍질을 까 입에 넣으며, 머리를 짓누르는 두통 속에서 눈물을 흘렸다.
'진짜 군밤 먹고 싶어서 돈 던진 건데…… 살수 이 자식은 왜 뇌물을 주려는데 지 다리에 침을 쏘고 난리야…….'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낙양성 성문을 밟는 그 찰나의 순간마저 군밤 하나로 살수를 때려잡으며 낙양 무림 전체를 거대한 충격과 공포로 몰아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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