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22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22화: 똥줄 타는 신산

"형님! 형님께서 얻으신 지도를 분석해 보았습니다!"

마차가 낙양을 향해 덜컹거리며 달리는 와중에, 남궁휘가 흥분한 얼굴로 마차 창문을 두드렸다.

"지도를 보니 사파 놈들이 낙양 외곽의 '흑호곡(黑虎谷)'이라는 계곡에 매복망을 쳐둔 모양입니다. 보통이라면 안전한 관도(官道)로 돌아가야겠으나, 형님께서 이 지도를 확보하신 깊은 뜻은 필시 적들의 매복을 역으로 박살 내기 위함이 아니겠습니까!"

남궁성은 이불을 덮어쓰고 신음했다.

'아니야! 난 그냥 안전한 관도로 편하게 가고 싶어! 왜 사서 고생을 하려는 건데!'

남궁성이 기겁하며 말리려 했으나, 옆에 있던 호위 무사들마저 눈을 빛내며 맞장구를 쳤다.
"소가주님의 혜안이 눈부십니다! 적들이 우리가 관도로 돌아서 갈 거라 방심할 때, 오히려 매복지로 들이닥쳐 허를 찌르는 번개 같은 습격책이군요!"

"아니, 내 말 좀 들어봐……."

"출발하라! 흑호곡으로 진격을 개시한다!"
남궁휘는 남궁성의 해명을 들을 생각도 하지 않고 백마를 채찍질하며 외쳤다.

결국 마차는 어둑어둑하고 가파른 절벽으로 둘러싸인 흑호곡의 험한 산길로 접어들었다.
산세가 험해질수록 남궁성의 가슴은 콩닥콩닥 뛰었다. 그는 다급하게 눈을 감고 미래를 보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마차가 계곡 중앙에 걸린 좁은 목교(나무다리)를 건너려 할 때, 절벽 위에서 대기하던 사파 무리들이 거대한 바위들을 굴려 떨어뜨린다. 마차는 산산조각이 나고, 다리는 무너지며, 남궁성을 포함한 세가의 무사들은 계곡 아래로 추락해 뼈가 부러지는 대참사가 일어나는 미래였다.

"으악! 진짜로 매복이 있잖아!"

식은땀을 뻘뻘 흘리는 남궁성의 뇌리에 찌르는 듯한 편두통이 찾아왔다. 인과율을 비틀어야만 살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저 무시무시한 낙석(落石) 덫을 피할 수 있을까?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하며 절벽 위를 살펴보았다.
절벽 위에는 사파 무리들이 바위를 굴리기 위해 밧줄로 묶어둔 통나무 지지대와, 그것을 조종하는 인장(引張) 와이어(줄)가 수풀 사이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와이어의 끝은 마차가 다리 초입에 들어설 때 자동으로 팽팽해지며 덫을 발동시키게 설계되어 있었다.

'다리에 진입하기 전에 마차를 세워야 해. 그리고 저 숲속 어딘가에 숨겨진 와이어를 미리 당겨서 덫을 헛수고로 만들어 버린다면?'

하지만 숲속을 샅샅이 뒤질 시간이 없었다.
남궁성은 궁리를 쥐어짜 냈다.
만약 다리 바로 앞에서 극심한 복통을 호소하며 마차를 세운 뒤, 볼일을 보는 척 숲속으로 기어 들어가 아무렇게나 나자빠진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미래의 궤적이 뻗어 나갔다.
마차가 다리 50보 앞에서 급정거한다. 남궁성이 배를 움켜쥐고 비명을 지르며 숲속 수풀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
그리고 엉덩이를 까려다 발이 엉켜 앞으로 보기 좋게 자빠지는데, 넘어지면서 붙잡은 칡넝쿨이 하필 사파의 낙석 와이어와 얽혀 있었다.

칡넝쿨을 세게 잡아당기는 순간, 와이어가 끊어지며 절벽 위의 바위들이 아직 마차가 도달하지도 않은 빈 다리 위로 쾅쾅쾅 떨어져 내리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똥을 핑계로 삼자! 엉덩이가 조금 까지겠지만 목숨보다는 낫지!'

남궁성은 숨을 몰아쉬며 눈을 떴다.
마차는 이미 목교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었다. 남궁성은 배를 움켜쥐고 온 힘을 다해 비명을 질렀다.

"멈춰라!!! 마차를 멈춰라!!!"

남궁휘가 깜짝 놀라 마차 문을 열었다.
"형님? 무슨 일이십니까? 적의 살기를 느끼신 겁니까?"

"배가…… 배가 터질 것 같다! 똥이 마렵다!!! 당장 세워라!"

남궁성은 연기인지 진짜인지 모를 처절한 비명을 지르며 마차에서 튀어나왔다. 그리고 숲속 덤불을 향해 쏜살같이 기어 들어갔다.
"아, 아무도 따라오지 마라! 내 뒤를 밟으면 검을 거두지 않겠다!"

남궁휘와 무사들은 숙연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소가주님의 비밀스러운 거사(去事)이시다. 모두 눈을 감고 경계를 서라."

숲속 깊은 수풀로 들어온 남궁성은 적당한 나무 뒤에서 바지를 내리려다,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때문에 다리가 풀려 비틀거렸다.
"으으…… 대가리야……."

비틀거리던 발끝이 튀어나온 나무뿌리에 걸렸다.
"우와앗?!"

남궁성은 바지를 반쯤 내린 우스꽝스러운 자세로 앞으로 꼬꾸라졌다. 넘어지면서 본능적으로 땅에 늘어져 있던 굵직한 넝쿨 하나를 필사적으로 붙잡았다.

찌이이이익!

그것은 단순한 칡넝쿨이 아니었다. 사파 무리들이 낙석 장치를 고정해 둔 와이어를 숨기기 위해 감아놓은 위장용 넝쿨이었다.
남궁성이 체중을 실어 잡아당기자, 와이어가 팽팽하게 당겨지며 고정 핀이 팍 하고 뽑혀 나갔다.

그 순간.

쿠쿠쿠쿠쿵!!!

절벽 위에서 천둥 치는 소리가 들리더니, 집채만 한 바위 수십 개가 굴러떨어져 흑호곡의 목교를 사정없이 짓눌렀다.
콰장창! 하는 굉음과 함께 튼튼해 보이던 나무다리가 순식간에 흔들리더니 계곡 아래로 무너져 내렸다.

더욱이 절벽 위에서는 "어? 왜 벌써 떨어져?!" 하고 당황하여 바위를 굴리던 사파 무리들 중 몇 명의 발이 밧줄에 걸려, 자신들이 굴린 바위와 함께 계곡 아래로 비명을 지르며 떨어져 자멸하는 대참사가 일어났다.

"으악! 살려줘!"
"두목! 으아아앙!"

숲속에서 바지를 움켜쥐고 엎드려 있던 남궁성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와…… 진짜 터졌네. 1초만 늦었어도 뼈도 못 추릴 뻔했다.'

그 굉음소리에 놀란 남궁휘와 무사들이 검을 뽑아 들고 숲속으로 들이닥쳤다.
"형님! 괜찮으십니까?!"

수풀을 헤치고 들어온 그들이 본 풍경은 실로 기이했다.

무너진 다리와 절벽 아래에서 뿜어져 나오는 먼지 폭풍을 배경으로, 소가주 남궁성이 넝쿨 하나를 손에 쥔 채 바닥에 장엄하게(?) 앉아 있었다. 그의 바지는 살짝 흐트러져 있었으나, 그 표정만큼은 천하를 내려다보는 신선처럼 고요했다. (사실은 꼬리뼈가 너무 아파서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였다.)

남궁휘는 넝쿨의 끝이 절벽 위의 낙석 장치와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고 자리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형님…… 정녕 이 매복을 피하기 위해 똥을 누겠다는 해괴한 핑계로 저희를 멈춰 세우신 것이옵니까? 그리고 손수 숲에 들어와 장치의 방아쇠를 당겨 적들을 자멸시키시다니……!"

무사들은 감격에 겨워 눈물을 흘렸다.
"우리는 소가주님이 진짜로 급하신 줄 알았는데, 가문의 무사들을 단 한 명도 다치지 않게 하려는 숭고한 기만책이셨다니!"
"그 깊은 뜻을 알지 못하고 의심했던 소인들을 처벌해 주십시오!"

남궁성은 잡아당겼던 넝쿨을 슬그머니 놓아주며, 머리가 쪼개질 듯한 고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진짜 마려웠다고…… 엉덩이 다 까졌다고…… 왜 다들 울고 지랄들이야…….'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똥줄 타는 기행으로 또 한 번 사파의 정예 매복조를 계곡 아래로 묻어버리며 '신산귀모의 수호신'으로 칭송받게 되었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