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19화: 제사상에서 터진 신산
세가 동쪽 담장에서 살수들을 때려잡은 기행 덕분에, 남궁성의 소가주 선포식은 한층 더 장엄하고 성대하게 치러지게 되었다.
이 기쁜 소식에 무림맹(武林盟)에서도 축하 사절단을 보냈다. 사절단의 우두머리는 무림맹의 규율을 담당하는 깐깐하고 엄격하기로 이름 높은 백현 장로(白賢 長老)였다. 그는 예의범절과 규식을 목숨처럼 아끼는 인물로, 남궁성의 '미친개' 소문을 듣고 의구심을 품은 채 세가에 도착했다.
선포식의 하이라이트는 조상님들께 소가주 임명을 알리는 사당(祠堂)에서의 제례(祭禮) 의식이었다.
남궁성은 무거운 예복을 차려입고 가문의 상징인 거대한 청동 향로 앞에 섰다. 그는 제례주(祭禮酒)가 담긴 옥잔을 들고 향로에 술을 올린 뒤 향을 피워야 했다.
'아우, 예복은 왜 이렇게 무겁고 향 냄새는 또 왜 이렇게 독해.'
남궁성은 지루함과 웅장함이 교차하는 분위기 속에서 혹시 몰라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의식이 엄숙하게 진행되던 중, 백 년 묵은 거대한 청동 향로가 내부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쾅 하는 굉음과 함께 폭발한다. 향로 파편이 사방으로 날아가 제사상이 엉망이 되고, 바로 옆에 서 있던 무림맹 백현 장로의 수염과 도포에 불이 붙어 아수라장이 된다. 이 사고로 인해 "소가주 임명을 조상님이 노여워하신다!"는 흉흉한 소문이 돌고 선포식이 파행되는 끔찍한 미래였다.
'향로가 터진다고?! 백 년이나 멀쩡하던 게 왜 하필 오늘 터져!'
남궁성은 골치 아픈 두통을 견디며 향로의 폭발 원인을 예지로 파헤쳤다.
향로의 바닥 부분에 오랫동안 쌓인 향 재와 이물질이 공기 구멍을 완전히 막고 있었고, 제례를 위해 피운 숯의 화력이 더해지면서 내부 압력이 한계에 도달해 터지는 것이었다.
'폭발을 막으려면 공기 구멍의 이물질을 빼내고 온도를 낮춰야 해. 어떻게 하지?'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그가 향로에 술을 올리는 척 다가가다, 예복 자락에 발이 걸려 비틀거리며 들고 있던 차가운 제례주를 향로의 뜨거운 밑동에 쏟아붓는다면?
동시에 비틀거리는 척 팔꿈치로 향로의 측면을 강하게 툭 친다면 어떻게 될까?
새로운 인과율이 요동쳤다.
쏟아진 차가운 술이 향로 밑동의 열기를 급격히 식히며 금속의 팽창을 막았다. 그리고 팔꿈치로 친 충격 덕분에 내부에 막혀 있던 공기 구멍의 재 덩어리가 튁 하고 위로 솟구쳐 올랐다.
압력이 빠져나가며 향로 구멍을 통해 시커먼 매연과 숯가루가 뿜어져 나왔다.
그런데 그 뿜어져 나온 매연과 숯가루 폭풍이 천장의 대들보 위를 강타했다.
그 대들보 위에는 사당에 미리 잠입하여 가주 남궁태황의 목숨을 노리던 자객이 숨어 있었는데, 느닷없이 직격으로 날아든 매연과 숯가루 폭풍에 눈을 떼지 못하고 "컥! 쿨럭!" 하며 중심을 잃고 대들보 아래로 떨어지는 미래가 그려졌다.
'좋아, 제사상도 지키고 자객도 잡는 일석이조로군.'
남궁성은 심호흡을 했다. 이마에 핏줄이 서며 지독한 두통이 밀려왔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그는 옥잔을 들고 엄숙한 걸음으로 향로를 향해 걸어갔다.
무림맹의 백현 장로는 남궁성의 일거수일투족을 날카로운 눈빛으로 감시하고 있었다.
남궁성이 향로 바로 앞까지 도달했을 때.
"앗!"
그는 일부러 예복 밑단을 밟으며 몸을 앞으로 홱 꼬꾸라트렸다.
스플래시!
옥잔에 가득 차 있던 차가운 제례주가 향로의 뜨겁게 달아오른 밑동에 정확히 쏟아졌다. 치이익! 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그와 동시에 남궁성은 넘어지는 척하며 오른쪽 팔꿈치로 향로의 옆구리를 세게 들이받았다.
깡!
맑고 묵직한 쇠소리가 사당 안을 울렸다.
바로 그 순간, 향로 내부에서 압축되어 가던 화기가 진동과 급속 냉각에 반응하여 폭발하는 대신, 향로 뚜껑의 구멍들을 통해 시커먼 매연과 재 폭풍을 위로 뿜어냈다.
퓨우우우웅!
엄청난 기세로 솟구친 검은 매연이 사당 천장의 대들보를 덮쳤다.
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
"아아악! 내 눈! 콜록! 쿨럭!"
천장 대들보 위에서 웬 검은 옷을 입은 살수가 눈을 감싸 쥐고 기침을 하며 바닥으로 뚝 떨어졌다. 그의 손에는 가주를 저격하려던 독침 발사기가 들려 있었다.
쿵!
바닥에 떨어진 자객은 시커먼 매연에 질식하여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했다.
사당을 지키던 호위 무사들이 순식간에 달려들어 자객을 제압했다.
사당 안의 모든 이들이 경악에 찬 눈으로 이 풍경을 바라보았다.
특히 무림맹의 백현 장로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향로와 자객, 그리고 남궁성을 번갈아 보았다.
'이, 이럴 수가……!'
백현 장로의 머릿속에서 신화적인 해석이 펼쳐졌다.
삼공자 남궁성은 제례를 올리던 중 사당 천장에 잠입한 자객의 미세한 호흡을 감지했다. 하지만 엄숙한 제례 의식 중에 검을 뽑아 소란을 피울 수 없었기에, 일부러 넘어지는 척 제례주로 향로의 압력을 조율하고 팔꿈치로 타격하여 연기를 천장으로 유도한 것이다!
조상님께 올리는 향의 매연을 무기로 사용하여 자객을 생포하고, 제례의 엄숙함마저 깨뜨리지 않는 저 완벽한 신산(神算)!
백현 장로는 감격에 겨워 허리를 숙이고 남궁성에게 포권을 취했다.
"삼공자…… 아니, 소가주 소협! 내 소문을 듣고 의구심을 가졌으나, 오늘 눈앞에서 펼쳐진 대현(大賢)의 안목을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았소. 조상님들 역시 사당을 지켜낸 소협의 지혜에 감탄하셨을 것이오!"
남궁태황 역시 가슴이 벅차올라 외쳤다.
"조상님들께서 성이의 효심과 혜안에 감복하시어 자객을 드러내 주셨구나! 이 어찌 가문의 경사가 아니란 말이냐!"
남궁성은 이마의 재를 훔치며, 깨질 듯한 두통 속에서 독백했다.
'향로가 터질 뻔했다니까…… 자객은 나도 처음 봤다고…… 제발 집에 좀 보내줘…….'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제례 의식마저 자객 사냥터로 바꾸며 무림맹에까지 '살아있는 신화'로 이름을 널리 알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