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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18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18화: 가출은 가시밭길

"소가주 경선 축하드립니다, 삼공자님!"
"과연 가문의 대들보이십니다!"

세가 전체가 축제 분위기였다. 남궁성이 소가주 후보로 낙점되자마자, 그의 처소에는 가문의 원로들이 보낸 영약과 보물, 그리고 하인들의 축하 인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주인공인 남궁성은 진지하게 짐을 싸고 있었다.

'도망치자. 이대로 있다간 진짜로 뼈 빠지게 일만 하다 늙어 죽을 거야.'

소가주라는 자리는 영광스러운 왕관이 아니라, 목을 죄는 밧줄이었다. 매일 아침 가주와의 회의, 무공 수련 점검, 강호 각지에서 날아오는 서신 처리까지. 한량 생활을 지향하는 남궁성에게는 지옥 그 자체였다.

하여, 남궁성은 모두가 깊이 잠든 한밤중을 틈타 야반도주(夜半逃走)를 감행하기로 결심했다. 품 안에는 비상금으로 쓸 약간의 금은보화와 육포 몇 장을 든든하게 챙겼다.

야심한 시각, 남궁성은 발걸음을 죽이며 처소 뒷문으로 살금살금 빠져나왔다.

'뒷산으로 연결된 동쪽 담장을 넘는 게 가장 안전하겠지.'

남궁성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눈을 감고 예지력을 발동했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남궁성이 담벼락 아래에 도달했을 때, 동쪽 담장을 순찰하던 야간 경비 무사들이 횃불을 들고 나타난다. 당황한 남궁성은 덤불 속에 몸을 숨기려다 가시덤불에 엉덩이를 찔려 "아앗!" 하고 비명을 지르고, 결국 야간 순찰대에게 현장에서 체포당하는 비참한 미래가 보였다.

'순찰대 녀석들, 평소에는 졸더니 왜 오늘따라 저렇게 열심히 도는 거야?'

지독한 두통이 밀려왔지만 이를 악물고 미래를 비틀 방법을 찾았다.

'순찰대의 진로를 방해하거나 다른 곳으로 유도해야 해. 담장 옆에 솟아 있는 거대한 노송(老松)이 있군. 저 소나무 위로 올라가 담장 너머로 몸을 날리면 순찰대의 시야를 완전히 피할 수 있을 거야.'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하여 소나무를 타고 담장을 넘는 방향으로 인과율을 틀었다.
소나무 위로 기어올라가 나뭇가지를 딛고 담장 밖으로 가볍게 뛰어내리는 미래가 그려졌다. 순찰대는 그 아래를 지나가면서도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좋아, 역시 나무를 타는 게 답이군.'

남궁성은 소나무 아래로 다가가 조심스럽게 기어오르기 시작했다.
다행히 내공은 없어도 몸뚱이는 가벼운 편이었다. 영차영차 나무를 기어올라 마침내 담장 너머 숲으로 뻗어 있는 굵직한 나뭇가지에 걸터앉았다.

'하하! 이제 여길 딛고 뛰어내리기만 하면 세가와는 영원히 안녕…… 어?'

바로 그 순간, 바람이 세차게 불며 소나무 가지가 심하게 흔들렸다.
그리고 남궁성이 어림잡았던 '1각'의 찰나의 순간, 나뭇가지 밑에서 툭 하는 기분 나쁜 파열음이 들려왔다.

빠드득!

"……어라?"

나뭇가지는 이미 썩어 있었거나, 남궁성의 몸무게를 버티지 못할 정도로 약해져 있었다.

쩌어억! 콰당탕!

"으아아아악?!"

남궁성은 비명과 함께 나뭇가지째로 담장 아래 어두운 수풀 속으로 뚝 떨어졌다.

그런데 그 수풀 속에는 남궁성만 있었던 것이 아니었다.
하필이면 그 시각, 남궁세가의 경비를 뚫고 몰래 침입하여 가문의 식수원에 독을 풀려던 흑마련(黑魔聯) 소속의 일류 살수 삼인방이 어둠 속에 엎드려 타이밍을 재고 있었다.

그들은 완벽한 은형술(隱形術)을 펼치며 숨죽이고 있었으나, 하늘에서 느닷없이 거대한 나뭇가지와 함께 인간 괴물이 떨어질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퍼어억!
쿠당탕탕!

"끄어억!"
"으악!"

남궁성의 엉덩이와 무거운 나뭇가지가 살수 대장의 척추와 부하들의 뒤통수를 정확하게 강타했다.
아무런 대비도 하지 못하고 은형술에만 집중하고 있던 살수들은 머리가 박살 나고 허리가 꺾이며 그 자리에서 피를 토하고 기절해 버렸다.

남궁성은 살수들의 몸뚱이 위에 엉덩방아를 찧은 채 끙끙 앓았다.
"아이고, 내 허리야…… 소나무가 왜 이렇게 부실해……."

그때,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굉음과 남궁성의 비명 소리를 들은 야간 경비 무사들이 횃불을 켜고 사방에서 들이닥쳤다.

"이쪽이다! 소리가 난 곳이 동쪽 담장 아래다!"
"무기를 들어라!"

무사들이 수풀을 헤치며 나타났고, 그들의 횃불 아래로 처참한 풍경이 드러났다.

삼공자 남궁성이 굳건한 표정(?)으로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었고, 그의 발밑에는 검은 복면을 쓴 살수 세 명이 뼈가 꺾인 채 기절해 있었다. 그들의 품에서는 식수원에 풀려던 독약 병과 흉기들이 쏟아져 나와 있었다.

경비대 조장은 쏟아진 독약과 살수들의 문양을 확인하고 싹 질겁했다.
"이, 이들은…… 무림맹에서 현상 수배 중인 흑마련의 일류 살수 '삼귀(三鬼)'가 아니더냐!"

조장은 무릎을 꿇으며 남궁성을 우러러보았다.
"삼공자님! 삼공자님께서 밤늦게 세가의 안전을 염려하시어 손수 야간 순찰을 도시고, 침입하려던 살수들을 나무 위에서 매복해 기다리다 단숨에 제압하신 게로군요!"

"아니, 그게 아니라 나는 그냥 집에 가려고……."

"오오! 가문의 식수원에 독이 풀렸다면 세가 전체가 몰살당할 뻔했습니다! 삼공자님은 가문의 구원자이십니다!"

순식간에 대장로 남궁벽과 가주 남궁태황까지 한밤중에 옷을 대충 걸쳐 입고 달려왔다.
남궁태황은 기절한 살수들을 보고 안색이 창백해졌다가, 이내 아들을 껴안으며 눈물을 흘렸다.

"성아! 네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세가를 위해 이토록 헌신한단 말이냐! 아비는 네 깊은 우애와 책임감에 몸 둘 바를 모르겠다!"

대장로 남궁벽 역시 감격의 눈물을 글썽였다.
"스스로를 미끼로 삼아 나무 위에서 기(氣)를 지우고 기다리다, 낙하하는 파괴력만으로 절정 고수 세 명을 무력화시키다니…… 이 어찌 신산귀모의 매복책이란 말인가! 삼공자의 무학은 끝이 보이지 않는구려!"

남궁성은 품속에 든 가출용 육포를 만지작거리며, 머리를 짓누르는 두통 속에서 하늘을 보며 눈물을 흘렸다.
'소나무 부러진 거라고…… 나 도망가려던 거라고…… 왜 나를 안 보내주는데…….'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가출을 시도하다 얼떨결에 가문을 파멸 위기에서 구한 구국 영웅이 되어 세가에 완벽하게 박제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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