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품으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17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17화: 결승전, 무릎 꿇은 천재

소가주 경선의 결승전.
마침내 비무대 위에 두 명의 거두(?)가 마주 섰다.

남궁세가의 공식 기린아이자 벽해검의 주인인 대공자 남궁휘.
그리고 세가의 시조가 재림한 듯한 신비로운 기행으로 판을 뒤흔든 삼공자 남궁성.

남궁휘는 푸른 보검 벽해검을 뽑아 들고, 전례 없이 진지한 안색으로 포권을 취했다.
"형님. 제 일생일대의 적수를 만난 기분입니다. 비록 형님의 심검(心劍)과 신산(神算)의 경지에는 턱없이 부족하나, 세가의 무사로서 온 힘을 다해 부딪치겠습니다. 부디 저를 시험해 주십시오!"

그의 눈빛에는 형님을 향한 뜨거운 존경과,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겠다는 순수한 무인의 열정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남궁성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아이고, 휘야…… 제발 그러지 마라. 넌 다른 애들처럼 오만하지도 않고, 약점이 확실하지도 않잖아. 진짜로 칼을 맞대면 난 그냥 한 방에 쪼개진다고!'

남궁성은 울상을 짓고 싶었지만, 애써 무표정을 유지하며 눈을 감았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결승의 북소리가 울리자마자 남궁휘는 벽해검법의 비기인 '벽해승천(碧海升天)'을 펼친다. 차갑고 습한 푸른 진기가 뿜어져 나오며 비무대 전체를 안개처럼 휘감는다.
남궁성은 그 거대한 검압과 안개 속에서 중심을 잃고 휩쓸려, 뼈가 아스러지며 날아가 처참하게 패배하는 미래가 보였다. 비록 남궁휘가 형님을 다치지 않게 조절하려 하지만, 쾌검과 수성(水性) 진기의 압력 자체를 일반인인 남궁성의 육체가 견뎌낼 재간이 없었다.

'도저히 방어할 틈이 없어. 저 차가운 진기 폭풍을 어떻게 피하지?'

머리가 쪼개질 듯한 고통이 다시 들이닥쳤다. 남궁성은 고통을 참으며 예지를 비틀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았다.

'잠깐, 휘의 검법은 주변의 수분을 끌어모아 차가운 진기로 냉각시키는 성질이 있어. 그리고 마침 비무대 청석 바닥에는 방금 전 대결에서 흩뿌려진 기름진 꿀약과 부스러기와 내가 뱉어낸 재채기 침방울(……)이 뒤섞여 흥건하게 젖어 있는 상태지.'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했다.
만약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남궁성이 비무대 구석의 특정 각도로 반 발자국 물러서서 가만히 서 있는다면?

새로운 인과율이 요동쳤다.
남궁성이 구석으로 물러나자, 남궁휘는 형님이 자신에게 먼저 공격할 기회를 양보한 것이라 오해하고 더 힘차게 쇄도한다.
쇄도하는 과정에서 남궁휘의 검 끝에서 뿜어져 나온 냉기가 청석 바닥에 흥건하던 꿀약과 기름진 물기를 순식간에 급속 냉각시켜 빙판으로 만들어 버린다.

그리고 남궁휘가 결정적인 진각을 밟으며 검을 내뻗으려는 순간, 그 빙판을 밟고 다리가 쩍 미끄러진다.

중심이 무너진 남궁휘는 미끄러지며 검을 허공으로 날려 보내고, 그 신형은 기가 막히게도 남궁성의 바로 눈앞에서 슬라이딩하듯 엎어지며 무릎을 꿇고 엎드리는 형태(큰절)가 되는 미래가 그려졌다.

'……이거다! 진짜 미안하지만, 휘야. 무릎 한번 꿇어다오!'

남궁성은 속으로 사죄하며 눈을 떴다.

"비무 시작!"
심판의 외침과 함께 북소리가 둥, 둥, 둥 울렸다.

남궁휘의 눈빛이 매섭게 변했다.
"형님, 가겠습니다!"

스으으으!
벽해검에서 푸른빛의 차가운 진기가 뿜어져 나오며, 순식간에 비무대 주변의 온도가 급격히 내려갔다. 공기 중의 수분이 얼어붙으며 하얀 서리가 끼기 시작했다.

남궁성은 침착하게(?) 비무대 구석으로 반 발자국 툭 물러섰다. 그리고 뒷짐을 진 채 가만히 남궁휘를 응시했다.

그 모습을 본 남궁휘는 전율했다.
'사방을 휘감는 내 수성 진기의 흐름을 보고도 미동조차 않으시다니! 이미 진기의 궤적을 다 파악하셨구나! 그렇다면 나는 온 힘을 다해 돌파할 뿐!'

남궁휘는 대지를 차고 도약했다.
"벽해승천!"

검강이 번뜩이며 안개 같은 서리가 남궁성의 신형을 덮치려던 찰나.
남궁휘의 검에서 뿜어낸 극도의 냉기가 청석 바닥에 닿았다. 바닥에 고여 있던 꿀약과 기름 섞인 습기가 찰나의 순간 단단하고 매끄러운 빙판으로 변했다.

그리고 그 빙판을 남궁휘의 디딤발이 밟았다.

스르륵! 탁!

"어?!"

남궁휘의 다리가 쩍 찢어지며 바닥을 미끄러졌다.
엄청난 기세로 쇄도하던 관성 때문에 그의 신형은 빙판 위를 타고 번개처럼 미끄러져 나갔다.

손에서 빠져나간 벽해검은 허공을 빙글빙글 돌며 날아가, 가주석 앞마당의 흙바닥에 팍 꽂혔다.

그리고 남궁휘 본인은 제어할 수 없는 속도로 미끄러지며, 구석에 서 있던 남궁성의 발밑까지 쫙 미끄러져 가더니 쿵 소리를 내며 무릎을 꿇고 머리를 바닥에 박는 자세로 멈추어 섰.

정확히 남궁성에게 넙죽 큰절을 올리는 형상이었다.

연무장은 순간 정적에 휩싸였다.
누구도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그들의 눈에는 삼공자가 반 걸음 물러서서 냉기의 흐름을 대지로 유도했고, 그 대지의 기운이 벽해검의 서리와 반응하여 상대를 단숨에 무력화시킨 것으로 보였다.

게다가 대공자 남궁휘는 검까지 던져버린 채 삼공자의 발밑에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남궁휘는 머리를 바닥에 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독백했다.
'아……! 형님은 내가 검을 펼치기도 전에 내 진기가 바닥을 얼릴 것을 아셨다. 그리고 내가 빙판에 미끄러져 다칠 것을 우려해, 친히 나를 다치지 않게 받아주기 위해 그 자리에 서 계셨던 것이다. 검을 잃고도 상처 하나 입지 않은 것은 오직 형님의 무변한 자비심 덕분……!'

남궁휘는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고개를 들었다. 그의 눈에는 깊은 감동과 굴복의 빛이 어려 있었다.

"형님…… 제가 졌습니다. 형님의 경지는 이미 제가 감히 엿볼 수 있는 수준이 아닙니다. 이 벽해검마저 형님의 자비 앞에서 스스로 무기를 내려놓았을 뿐입니다."

남궁휘는 비무대 밖으로 날아간 검을 바라보며 깊은 조아림을 올렸다.

심판인 삼장로는 감격에 겨워 목이 메었다.
"승자…… 삼공자 남궁성! 이로써 세가의 새로운 소가주 후보로 삼공자가 낙점되었음을 선포한다!"

와아아아아!
수많은 무사들이 남궁성의 이름을 연호하며 환호했다.

남궁태황은 눈물을 훔치며 연단에서 벌떡 일어났고, 대장로 남궁벽은 "세가의 시조님이 도우셨다!"며 춤을 출 기세였다.

남궁성은 무릎을 꿇고 있는 남궁휘를 멍하니 바라보며, 뇌맥을 관통하는 편두통 속에서 피눈물을 흘렸다.
'휘야…… 나 진짜 아무것도 안 했다니까…… 왜 검을 버리고 절을 하니…… 이제 나 소가주 되면 어떡해…….'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본선 결승마저 세가의 기린아를 무릎 꿇리며 마침내 공식적인 '소가주 후보'로 등극하고야 말았다.

YOU MAY ALSO LIKE

이런 작품은 어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