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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16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16화: 벌떼를 부르는 바람

남궁진을 가볍게(?) 꺾고 준결승에 진출한 남궁성을 향한 세가의 열기는 광풍에 가까웠다.

이제 남궁성은 본선 경합의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거론되고 있었다. 하지만 본선 준결승의 상대는 남궁진처럼 유약하거나 신중한 인물이 아니었다. 세가 내에서 가장 빠른 검을 쓴다는 '쾌검(快劍)'의 천재, 남궁민(南宮敏)이었다.

남궁민은 양손에 얇고 유연한 쌍검(雙劍)을 쥔 채, 비무대 위에서 남궁성을 매섭게 쏘아보았다.

"남궁진 그 바보 녀석은 네 허장성세에 겁을 먹고 스스로 물러섰지만, 나에게는 그런 얕은수가 통하지 않는다. 아무리 미래를 내다본들, 내 쾌검의 속도가 네 생각보다 빠르다면 아무 소용도 없을 터!"

남궁민은 시작하자마자 단 일 초의 여유도 주지 않고 폭풍 같은 연격을 퍼부어 대결을 끝내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다.

남궁성은 비무대 위에서 마른침을 흘렸다.
'큰일 났다. 저 녀석은 진짜로 봐주지 않고 덤벼들 기세네. 쾌검이라니…… 스치기만 해도 내 살점이 날아갈 거야.'

그는 식은땀을 흘리며 급히 눈을 감고 예지력을 발동했다.
대략 1각(15분) 뒤의 미래.

대결이 시작되자마자 남궁민은 세가의 비전 쌍검술인 '천풍쌍검(天風雙劍)'을 펼치며 바람처럼 쇄도한다.
남궁성은 목검을 들고 허우적대지만, 사방에서 날아오는 검영을 피하지 못하고 양 팔과 다리에 수십 군데 자상을 입고 비참하게 쓰러지는 미래가 선명하게 보였다.

'으악! 피할 수가 없어! 속도가 너무 빨라!'

머리가 쪼개질 듯 아파왔다. 인과율을 대대적으로 비틀어야만 살 길을 도모할 수 있었다.
어떻게 해야 저 사나운 바람 같은 쾌검을 저지할 수 있을까?

그때, 남궁성의 코끝에 달콤한 향기가 닿았다.
연회 때 품에 넣어두었던 세가 비전의 꿀약과(蜜藥菓)가 품 안에서 부서져 기름과 꿀이 소매 자락에 잔뜩 묻어 있었던 것이다. 달콤하고 끈적한 향기가 바람을 타고 솔솔 풍겼다.

남궁성은 예지를 미세하게 수정하며 주변 환경을 탐색했다.
만약 그가 대결 직전, 소매에 묻은 끈적한 약과 부스러기를 털어내기 위해 소매를 크게 휘두른다면?

새로운 미래의 선이 뻗어 나갔다.
남궁성이 소매를 펄럭이자 끈적한 꿀약과 부스러기들이 비무대 바닥에 흩뿌려진다. 마침 대연무장 구석에 있는 목련 나무에는 커다란 장수말벌 집이 있었는데, 달콤한 꿀 냄새를 맡은 말벌들이 순식간에 비무대로 날아들었다.

남궁민은 쾌검의 기세를 올리며 쇄도하려 하지만, 기어이 날아든 거대한 말벌 무리가 그의 눈앞을 가로막는다.
특히 말벌 중 한 마리가 남궁민의 콧등에 앉으려 하자, 극도로 당황한 남궁민은 돌진하던 관성을 멈추기 위해 억지로 진각을 밟으며 쌍검을 허공에 휘두른다.

하지만 몸의 균형이 깨지면서 자신의 무복 바지춤에 칼날이 걸려 바지가 찢어지고, 속곳(속옷)이 천하에 드러나는 수모를 겪으며 기권하는 미래가 나타났다.

'벌레라니! 나도 무섭긴 하지만…… 저놈의 쾌검에 썰리는 것보단 낫겠지!'

남궁성은 깊은 심호흡을 했다. 지독한 편두통이 밀려왔지만 이를 악물었다.

"시작하라!"
장로의 선언이 떨어졌다.

그 순간, 남궁민이 쌍검의 기세를 올리며 몸을 쏘아 보내려 했다.
바로 그때, 남궁성은 굳은 표정으로 제자리에 서서 양 팔을 크게 휘둘렀다. 소매 자락에 묻어 있던 달콤한 꿀약과 부스러기들이 사방으로 날아갔다.

펄럭! 펄럭!

"삼공자, 무슨 수작이냐!"
남궁민은 콧방귀를 뀌며 대지를 차고 날아올랐다. 그의 쌍검이 차가운 은빛 궤적을 그리며 짓쳐 들어왔다.

그러나 그가 비무대 중앙에 다다르기 직전, 대연무장 구석 목련 나무 쪽에서 웅웅거리는 불길한 비행음이 들려왔다.
손가락만 한 거대한 장수말벌 수십 마리가 달콤한 향기에 이끌려 광폭하게 날아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도 기가 막히게 바람의 방향을 타고, 남궁민이 쇄도하는 진로를 정확히 가로막으며 들이닥쳤다.

웅웅웅웅!

"어, 어라?! 으악! 말벌?!"
남궁민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아무리 뛰어난 후기지수라도 눈앞으로 주먹만 한 말벌 떼가 직격으로 날아오면 평정을 유지하기 힘든 법이었다. 게다가 남궁민은 어릴 적 말벌에 쏘여 초주검이 된 적이 있어 말벌에 엄청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었다.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야!"

당황한 남궁민은 무리하게 신법을 제어하며 뒤로 물러서려 했다.
돌진하던 속도와 후퇴하려는 내력이 몸 안에서 정면충돌했고,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채 허공에서 휘두른 그의 쌍검이 기묘한 궤적으로 엉키고 말았다.

서걱!

쌍검 중 한 자루의 날카로운 칼끝이 남궁민 자신의 바지허리끈을 정확히 잘라버렸다.
그와 동시에 남궁민이 비무대 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졌고, 그의 파란색 무복 바지가 스르륵 내려앉았다.

만천하에 공개된 것은 붉은 꽃무늬가 화려하게 수놓아진 남궁민의 속곳이었다.

"아……!"
남궁민은 사태를 파악하고 얼굴이 홍당무를 넘어 터질 것처럼 붉어졌다.
장수말벌들은 그의 콧등과 찢어진 바지 틈새로 날아들려 했고, 수치심과 공포가 극에 달한 남궁민은 결국 검을 내팽개치고 비명을 지르며 비무대 아래로 도망쳤다.

"으아아악! 기권! 기권이다!"

그는 바지를 움켜쥔 채 울면서 연무장 밖으로 뛰쳐나갔다.

관중석은 또다시 거대한 충격에 휩싸였다.
누구도 남궁민의 트라우마가 말벌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그러나 삼공자는 그것마저 꿰뚫어 보고 있었다.

"이, 이것은…… 차도살인(借刀殺人)을 넘어선 차충살인(借蟲殺人)인가!"
"바람의 세기와 냄새의 확산을 계산하여 말벌 떼를 정확한 타이밍에 소환하다니! 삼공자는 자연의 만물마저 무기로 사용하시는구려!"
"쾌검의 신법이 펼쳐지는 궤적을 예측하고, 벌을 이용해 스스로 옷을 찢게 만들어 기권하게 하다니…… 이 어찌 잔인하고도 신묘한 수법인가!"

남궁태황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대장로 남궁벽은 수염을 바르르 떨며 중얼거렸다.
"스스로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오직 천지자연의 기운을 다스려 적의 가장 아픈 심마(心馬)를 건드리시다니…… 삼공자의 혜안은 정녕 신선(神仙)의 그것이로다."

남궁성은 끈적한 손을 옷자락에 문지르며, 울고 싶어지는 두통 속에서 하늘을 우러러보았다.
'아니…… 약과가 끈적거려서 턴 건데…… 민아, 미안하다…… 속옷 예쁘더라…….'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준결승마저 말벌 떼를 소환하는 기행으로 평정하며 마침내 대망의 결승전만을 남겨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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