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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15화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미래를 보는 세가의 미친개

15화: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드디어 차기 소가주를 결정짓는 본선 경합의 막이 올랐다.

남궁세가의 대연무장 중앙에는 거대한 청석으로 만들어진 비무대(比武臺)가 설치되었고, 가문의 모든 식솔들과 강호의 명숙들이 비무대를 빙 둘러싸고 관전하고 있었다.

예선을 통과한 본선 진출자는 총 8명.
그중 첫 번째 대진의 주인공은 삼공자 남궁성과 그의 친척 형이자 세가 내에서 가장 신중하고 치밀하기로 소문난 남궁진(南宮津)이었다.

남궁진은 비무대 위로 걸어 올라오며 극도로 긴장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는 최근 남궁성이 보여준 모든 행보를 서책에 기록해 가며 밤새 분석한 인물이었다.

'남궁성…… 그는 단순한 미친개가 아니다. 적의 모든 움직임을 한 각 앞서 내다보고, 자연물과 주변 상황을 완벽하게 다스려 상대를 무력화하는 무서운 천재다. 그와 상대할 때 절대로 먼저 공격해선 안 된다!'

남궁진은 속으로 결심했다. 무조건 극단적인 수비 태세를 유지하며, 남궁성이 먼저 초식을 펼치게 만들어 허점을 잡아내겠다는 전략이었다.

반면, 비무대 맞은편에 선 남궁성은 속이 타들어 가다 못해 재가 될 지경이었다.

'상대가 하필이면 독하기로 소문난 남궁진이라니! 저 형은 틈을 주면 사정없이 찔러오는 철저한 놈인데…….'

남궁성은 이 지옥 같은 비무를 어떻게든 빨리 끝내고 싶었다. 그는 눈을 감고 1각 뒤의 미래를 보았다.
대략 15분 뒤의 미래.

비무가 시작되자마자 남궁진은 완벽한 방어 자세인 '임해지세(臨海之勢)'를 취한 채 꼼짝도 하지 않는다. 남궁성이 어설프게 공격하면 곧바로 반격당해 목검이 날아가고 패배할 터였다.

만약 공격하지 않고 가만히 서 있으면, 대결은 지루한 대치 상태로 이어지다 심판인 장로들이 "두 사람 모두 소극적인 전투로 실격!" 혹은 "재시합!"을 선언할 것이었다. 재시합을 하면 결국 무력이 들통나거나 흠씬 두들겨 맞는 미래뿐이었다.

'어차피 안 되는 거, 그냥 깔끔하게 기권하자. 기권하고 내려가서 맛있는 약과나 먹는 게 이득이야.'

남궁성은 기권을 선언하기 위해 심판을 향해 손을 번쩍 들려 했다.
그런데 1각 앞을 내다본 예지력의 대가로 뇌맥을 짓누르는 지독한 편두통이 순간적으로 들이닥쳤다.

"앗……!"

머리가 핑 돌면서 시야가 흐려졌다. 남궁성은 손을 번쩍 들려던 기세 그대로 중심을 잃고 앞으로 비틀거렸다.
비틀거리던 손끝이 우연히 허리춤에 느슨하게 걸려 있던 목검의 손잡이를 건드렸고, 목검이 툭 떨어져 청석 바닥에 부딪쳤다.

탁! 탁! 탁!

목검은 기묘하게 바닥을 튕기며 남궁진의 발밑을 향해 굴러갔다.
그리고 남궁성은 비틀거리는 몸을 가누기 위해 본능적으로 한쪽 발을 크게 앞으로 내딛으며, 검지손가락을 뻗어 허공을 짚으려 했다. 마치 쓰러지지 않기 위해 벽을 찾는 몸부림이었다.

이 허술하기 짝이 없는 몸짓을 실시간으로 지켜보던 남궁진의 머릿속은 폭발했다.

'왔다! 남궁성의 심리전!'

남궁진의 눈에 남궁성의 모든 행동은 치밀하게 계산된 독수(毒手)로 보였다.

'검을 바닥에 던진 것은 내가 검의 궤적에 신경 쓰게 만들려는 미끼(誘敵)! 비틀거리는 몸짓은 내 방어의 방향을 흐트러뜨리는 기만(欺瞞)! 그리고 저 뻗어 나오는 검지손가락은…… 내 가슴의 '기해혈(氣海穴)'을 정확히 저격하는 신묘한 격공점혈(隔空點穴)의 초입이다!'

남궁진은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가 오른쪽으로 피하면 저 손가락이 궤적을 꺾어 내 목을 칠 것이고, 왼쪽으로 피하면 바닥에 구르는 목검에 발이 걸릴 터! 그렇다면 방법은 단 하나, 극단적으로 뒤로 물러서는 것뿐이다!'

남궁진은 극도의 공포 속에서 신형을 뒤로 급격히 쏘아 보냈다. 세가의 신법인 '경홍보(驚鴻步)'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쾌속한 후퇴였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자신의 무복 하단이 바람에 펄럭이며 청석 바닥 틈새에 미세하게 끼어 있었다는 사실을 망각하고 말았다.

지지직!
옷자락이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남궁진의 다리가 꼬였다.

"어…… 어?!"

중심을 잃은 남궁진은 뒤로 대책 없이 자빠졌다. 그의 몸은 비무대 청석 바닥을 넘어가, 허공을 날아 그대로 비무대 아래 잔디밭으로 쿵 소리를 내며 떨어졌다.

비무대 밖으로 완전히 이탈해 버린 것이다.

대연무장 전체에 찬바람이 쌩 불었다.
관중석의 장로들과 강호의 외빈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비무대를 바라보았다.

남궁성은 손가락을 뻗은 채 앞으로 고꾸라졌다가, 겨우 무릎을 꿇고 멈춰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심판을 맡은 삼장로가 마른침을 삼키며 목청을 높였다.
"남궁진, 비무대 이탈! 승자, 삼공자 남궁성!"

와아아아아!
순간 연무장이 떠나갈 듯한 함성 소리로 가득 찼다.

"보았는가? 검을 쥐지도 않고, 단 한 발자국을 내딛는 위압감만으로 상대를 비무대 밖으로 쫓아냈어!"
"그것이 바로 무림의 고수들이 도달한다는 부전이승(不戰而勝), 싸우지 않고 굴복시키는 경지란 말인가!"
"남궁진이 저토록 철저하게 방어막을 쳤음에도, 삼공자의 신산(神算) 앞에서는 한낱 장난질에 불과했군!"

비무대 아래로 떨어진 남궁진은 찢어진 옷자락을 쥔 채, 공포와 경외가 섞인 눈물 어린 시선으로 남궁성을 올려다보았다.
'과연…… 삼공자는 나의 방어 전략을 모두 꿰뚫고 계셨구나. 내가 옷자락을 밟고 넘어질 위치까지 계산하여 발걸음을 내딛으시다니. 내가 졌다…… 완패다.'

남궁성은 바닥에 떨어진 목검을 주워 올리며, 터질 것 같은 두통 속에서 독백했다.
'아니…… 나 진짜 기권하려고 한 건데…… 왜 다들 저러는 거야…….'

남궁세가의 공식 미친개 남궁성은, 그렇게 본선 첫 경합에서도 손가락 하나로 상대를 링아웃 시키며 천하제일의 기인(奇人)으로 자리를 굳혀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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